AI와 함께 생각하는 법: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흐름 설계였다
처음엔 그냥 발표 주제를 찾고 있었습니다.
hermes로 ai 활용한 것 사례 발표해야하는데, 뭐할까?
이 한 줄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Hermes Agent 소개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일도 만들고, 터미널도 실행하고, 스킬도 쓰고, 이전 맥락도 이어가니까요. 말할 거리는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발표 주제로 놓고 보니 조금 애매했습니다.
“나만의 AI 비서”나 “개인 운영체계” 이야기는 이미 한 번 했고, 기능을 줄줄이 소개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국 이런 질문이 남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일부터 뭘 다르게 하면 되지?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번에는 도구 자랑이 아니라, AI를 대하는 방식 자체를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겁니다.
AI에게 정답을 묻지 말고, 내 생각을 더 좋은 결론으로 데려가게 하자.
AI에게 너무 빨리 정답을 묻고 있었다
요즘 AI를 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정답부터 물어봅니다.
이거 어떻게 해?
보고서 써줘.
A가 좋아, B가 좋아?
이렇게 써도 도움은 됩니다. 그런데 실무 고민은 보통 정답이 없어서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덜 정리돼 있고, 목표가 흐릿하고, 제약이 많고, 감정도 섞여 있고, 이해관계자도 있어서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맥락을 제대로 주지 않은 상태에서 AI에게 “답 줘”라고 하면, AI는 대체로 말끔한 일반론을 줍니다.
읽을 때는 그럴듯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막상 행동하려고 하면 다시 제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이긴 한데, 그래서 지금 나는 뭘 하지?”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는 AI를 “답변기”가 아니라 “Thinking Partner”로 쓰는 법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표현은 조금 거창하지만, 제가 이해한 뜻은 단순합니다.
혼자 머릿속에서 뭉개고 있던 생각을 밖으로 꺼내고, AI에게 반박도 시키고, 마지막에는 행동 몇 개로 줄이는 겁니다.
Hermes와 같이 만든 것
Hermes와 함께 실제 발표 자료까지 만들었습니다.
결과물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13장짜리 PPT 발표자료
발표자 메모
PPT 생성 스크립트
GPTERS 사례글 전환용 DEVLOG
슬라이드 흐름은 대략 이랬습니다.
우리는 AI에게 너무 빨리 “정답”을 묻는다
Thinking Partner란 무엇인가
정답 요청형과 사고 파트너형의 차이
AI와 함께 생각하는 6단계 루프
바로 써먹는 프롬프트 템플릿
의사결정, 보고서, 감정 섞인 고민에 적용하는 예시
AI에게 생각을 맡기면 안 된다는 주의점
발표 후 바로 해볼 수 있는 미니 워크숍
여기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Hermes가 아이디어만 던지고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제 잡기에서 시작해서, 발표 구조를 만들고, 실제 PPT 파일을 만들고, 발표자 메모까지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과정을 다시 사례글로 바꾸기 위해 DEVLOG까지 남겼습니다.
“아이디어 주세요”가 아니라 “이걸 발표 가능한 산출물로 만들어줘”에 가까운 작업이 됐습니다.
핵심은 6단계 루프였다
이번 발표에서 제일 쓸 만한 부분은 이 6단계였습니다.
1. 상황 설명: 현재 맥락과 제약을 준다
2. 목표 정의: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밝힌다
3. 가정 추출: 내가 당연하게 여긴 전제를 찾는다
4. 선택지 확장: A/B 말고 다른 길도 찾는다
5. 반박/검증: 리스크와 빈틈을 공격시킨다
6. 행동 압축: 다음 1~3개 행동으로 줄인다
저는 이게 “프롬프트 기술”이라기보다 “생각 정리 방식”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묻는 대신,
A가 좋아요, B가 좋아요?
이렇게 요청하는 겁니다.
내 목표와 제약을 기준으로 선택 기준표를 만들어줘.
A/B를 비교하되, 내가 놓친 세 번째 선택지도 찾아줘.
그리고 나중에 후회할 만한 포인트를 먼저 짚어줘.
이렇게 바꾸면 AI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그냥 “A가 낫네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가 어떤 기준으 로 판단해야 하는지 같이 정리해주는 쪽에 가까워집니다.
초안보다 반박이 더 쓸모 있었다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계속 든 생각이 있습니다.
AI는 초안도 잘 쓰지만, 사실 더 쓸모 있는 순간은 반박시킬 때였습니다.
보고서를 쓸 때 이렇게 시키면 초안은 금방 나옵니다.
이 내용으로 보고서 써줘.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그냥 깔끔한 문서가 됩니다. 진짜 실무에서는 그 다음 질문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임원이 공격할 지점은?
현장이 반대할 이유는?
숫자 없이 주장한 부분은?
내가 너무 쉽게 넘긴 전제는?
이 질문을 넣으면 문서가 조금 덜 예뻐질 수는 있습니다. 대신 더 단단해집니다.
AI를 “써주는 사람”으로만 쓰면 초안에서 멈춥니다. AI를 “딴지 거는 사람”으로 쓰면 결과물이 버틸 힘이 생깁니다.
감정이 섞인 고민에도 쓸 수 있었다
이건 발표에 넣으면서도 조심스러웠던 부분입니다.
AI에게 감정 문제를 맡기자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 관계나 가치 판단을 AI가 대신하면 위험합니다.
다만 감정이 섞인 고민은 보통 사실, 해석, 감정, 행동이 한 덩어리로 뭉쳐 있습니다. 그럴 때는 AI에게 결론을 묻기보다 분리를 시키는 게 도움이 됩니다.
내가 지금 말한 내용에서 사실과 해석을 나눠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행동만 따로 뽑아줘.
오늘 할 행동은 1개만 추천해줘.
이 정도는 꽤 쓸 만했습니다.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감정에 휩쓸린 상태에서도 다음 행동 하나를 찾는 방식입니다.
Hermes가 좋았던 지점
이번 작업에서 Hermes가 좋았던 건 “대화가 파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일반 챗봇이었다면 발표 주제 후보나 목차를 받고 끝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쓸 만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한 단계 더 갔습니다.
발표 주제를 잡았다
구조를 만들었다
PPT 파일을 만들었다
발표자 메모를 만들었다
파일이 실제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했다
PPT 내부 슬라이드 수까지 검사했다
다시 이 과정을 사례글로 바꿀 DEVLOG를 만들었다
이게 제가 느낀 Hermes 의 차이였습니다.
답변을 잘하는 것보다, 작업이 앞으로 굴러갑니다. 중간중간 확인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꺼내 쓸 기록도 남습니다.
그 부분이 “에이전트”라는 말에 조금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점
좋았던 것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첫째, AI에게 판단을 넘기면 안 됩니다.
AI는 생각을 도와줄 수 있지만, 결정의 책임까지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숫자, 법규, 최신 정보, 조직의 미묘한 관계 같은 건 사람이 다시 봐야 합니다.
둘째, AI 활용 후기는 쉽게 과장됩니다.
“AI가 다 해줬다”라고 쓰면 그럴듯하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제가 방향을 정하고, Hermes가 구조화하고, 파일을 만들고, 다시 확인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로 사례글을 쓰지 않고 DEVLOG부터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만든 파일이 있는지, 슬라이드 수가 맞는지, 공개하면 안 되는 내용은 없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셋째, 공개 글에는 개인 정보가 섞이기 쉽습니다.
로컬 경로, 계정명, 채팅방 이름, 사적인 대화는 스크린샷에 쉽게 들어갑니다. GPTERS에 올릴 때는 이 부분을 꼭 가려야 합니다.
바로 써먹을 프롬프트
이번 발표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롬프트는 이겁니다.
내 상황은 [상황]이고, 목표는 [목표]야.
선택지는 [A/B/C]가 있고, 제약은 [시간/비용/사람/권한]이야.
바로 결론부터 말하지 말고 아래 순서로 도와줘.
1. 내가 암묵적으로 가진 가정
2. 빠진 정보와 확인해야 할 질문
3. 선택지별 장단점과 리스크
4. 반대 관점에서의 비판
5. 네가 보는 추천안과 이유
6. 지금 바로 할 다음 행동 3개
이 프롬프트의 핵심은 문장이 예쁘다는 게 아닙니다.
AI에게 “생각하는 순서”를 지정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게 질문 하나를 잘 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일에 적용한다면
의사결정할 때는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A/B 중 뭐가 좋아?
대신,
내 목표와 제약을 기준으로 판단 기준을 먼저 만들어줘.
그 기준으로 A/B를 비교하고, 내가 놓친 선택지도 찾아줘.
보고서 쓸 때는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 써줘.
대신,
초안을 만든 뒤, 임원/현장/재무 관점에서 공격받을 지점을 찾아줘.
숫자 없이 주장한 부분도 따로 표시해줘.
개인 고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신,
내가 말한 내용을 사실, 해석, 감정, 행동으로 나눠줘.
그리고 오늘 할 수 있는 행동 1개만 추천해줘.
질문이 조금 길어지지만, 돌아오는 답은 훨씬 쓸모 있어집니다.
마무리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제가 제일 많이 생각한 문장은 이거였습니다.
AI는 결론을 대신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는 사고 장치다.
AI를 잘 쓰는 건 멋진 프롬프트를 외우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내 고민을 AI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펼치고, 가정을 꺼내고, 반박하게 하고, 마지막에는 행동으로 줄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번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Hermes가 해준 일도 딱 그랬습니다. 주제를 같이 잡고, 구조를 세우고, 실제 파일을 만들고, 다시 글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AI에게 이렇게 묻는 횟수를 줄이려고 합니다.
정답이 뭐야?
대신 이렇게 더 많이 물어보려고 합니다.
내가 더 잘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