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습니다. "목차는 잡혔지만 원고는 한 장도 안 썼습니다." 이번 주에 다시 열어봤더니, 그 뒤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9일이 그냥 지나가 있었습니다.
계획의 과대함: 시작의 장애물
지난주에 3부작(1권, 2권, 3권)의 목차를 전부 잡았습니다. 각 권마다 다뤄야 할 내용, 순서, 흐름까지 상세하게 정리했습니다. 결과물만 보면 꽤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에 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9일이 지나버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유를 곱씹어봤습니다. 다른 일들에도 밀렸고, 동시에 3권을 한꺼번에 붙잡고 있다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1권 목차를 보면 2권과 이어지는 부분이 걸리고, 2권을 보면 3권 구성이 마음에 걸리고,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못 쓴 채 창을 닫게 됐습니다.
이번 주 사례는 그 정체를 어떻게 깼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권부터 시작: 범위 축소의 중요성
가장 먼저 한 일은 쓰는 게 아니라 범위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3권을 동시에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려놓고, 1권부터 완주하기로 정했습니다. 2권과 3권은 1권이 끝난 뒤에 그때의 감각으로 다시 설계하기로 하고, 지금은 아예 열어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돌아보면 당연한 결정인데, 그동안 못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세 권을 한 세트로 기획했기 때문에 "1권만 따로 떼어내도 되나"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권은 그 자체로 완결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2, 3권과의 연결은 나중에 다시 다듬으면 될 일이었고, 지금 당장 붙잡고 있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 첫 번째 교훈
계획이 크면 클수록, 그 계획 전체를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정체의 원인이 됩니다. 셋 중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눈에서 치우자, 그제서야 뭘 써야 할지가 보였습니다.
원고 작성 경험: 예상과 다른 결과
범위를 줄이고 나서 실제로 1권의 장 두 개를 써봤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장을 일부러 골랐습니다.
하나는 예전에 써둔 자료가 있어서 "이건 손보면 금방 되겠지" 싶었던 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참고할 자료가 거의 없어서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싶었던 장이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금방 되겠지" 싶었던 장을 열어보니, 예전 자료는 소재만 비슷할 뿐 실제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문장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둘 다 새로 쓰다시피 했습니다.
🔑 두 번째 교훈
"이건 재활용하면 되겠다"는 감은 실제로 열어보기 전까지는 믿을 게 못 됩니다. 겉보기 인상과 실제 작업량은 다른 문제입니다. 직접 펼쳐 보고 나서야 진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쓰기 틀의 진화: 실전에서 다듬기
두 장을 쓰면서 매번 같은 틀을 썼습니다. 실제 직장에서 있을 법한 장면으로 시작해서, 그 장에서 배워야 할 핵심 내용을 짚고, 독자가 직접 해볼 수 있는 실습을 붙이고, 마지막에 확인할 점검 목록으로 마무리하는 구조입니다.
이 틀 자체도 한 번에 완성된 게 아닙니다. 첫 장을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설명이 너무 길어서 실습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미 지쳐 있었고, 그래서 설명 분량을 줄이고 예시를 앞으로 당겼습니다. 두 번째 장을 쓸 때는 반대로 실습 지시가 너무 뭉뚱그려져 있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다시 쪼갰습니다.
결국 완성된 틀이 있어서 쓴 게 아니라, 쓰면서 틀이 다듬어졌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 방식의 발견
1권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다만 이번 주에 확인한 건 분량이 아니라 방식이었습니다.
1권을 채울 장들은 크게 두 가지 성격입니다. 예전 자료를 다시 살려 쓰는 장, 그리고 완전히 새로 써야 하는 장. 이번 주에 그 두 가지를 각각 하나씩 실제로 끝까지 써봤기 때문에, 남은 장들도 둘 중 하나의 방식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감이 잡혔습니다.
체감으로는 1권의 절반쯤은 이제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림이 그려진 느낌입니다. 다만 실제로 쓴 분량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막막함이 줄었다는 것과 원고가 채워졌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 이 둘을 섞 지 않으려고 합니다.
남은 과제: 앞으로의 계획
남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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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나머지 장들 — 이번 주에 확인한 두 가지 방식으로 이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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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3권은 당분간 열어보지 않습니다. 1권을 끝내고 다시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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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실제로 이해하는지는 아직 확인 못 했습니다. 사람을 구하기 전에 먼저 AI에게 초고를 읽히고 어디서 막히는지 물어보는 것부터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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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지금 손대지 않고, 나중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만 표시해뒀습니다
글쓰기 계획의 교훈: 실수 방지 팁
여러 권짜리 시리즈나 긴 원고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이 세 가지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계획이 크면 아무것도 못 씁니다. 한 권, 혹은 한 챕터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눈에서 치우세요. 나머지는 그 하나를 끝낸 뒤에 다시 봐도 늦지 않습니다.
"재활용하면 되겠다" 싶은 자료도 일단 열어보세요. 열어보기 전의 감과 실제 작업량은 다릅니다.
완벽한 틀을 먼저 만들려 하지 마세요. 일단 한 편을 써보면, 그 틀은 쓰면서 저절로 다듬어집니다.
저는 9일을 그냥 흘려보낸 뒤에야 이 세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번 주에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는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시작이 반인데 시작을 하지 못한다면 완주하기가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