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감마 장표 수정은 못해도 읽을수는 있니?"
제가 뽀짝이한테 던진 첫 문장입니다. 이 한 줄에서 시작해서 그날 저녁 베스트발표회 장표가 자동으로 나왔어요.
이 글에 나오는 제 말은 전부 실제로 슬랙과 작업창에 친 원문 그대로입니다. 오타도 안 고쳤어요. 잘 정리된 지시문이 아니라 평소 말투로 던진 문장이 어떻게 도구가 되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매주 반복되던 30분
지피터스 AI스터디는 매주 월요일 밤에 베스트발표회를 엽니다. 지난주 사례글 중 잘 쓴 분들을 카테고리별로 모아서 발표를 듣는 자리예요. 이때 "오늘 발표자 명단" 장표가 필요합니다. 카테고리 이름, 스터디 태그, 닉네임, 게시글 제목이 표로 들어간 슬라이드죠.
이 장표를 저는 감마(Gamma)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은 예쁘게 나오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감마로 만든 파일은 뽀짝이가 손을 못 댑니다. 그래서 발표자가 바뀔 때마다, 회차가 넘어갈 때마다 제가 직접 열어서 이름을 갈아 끼웠어요. 3주차면 3번, 5주차면 5번. 기수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이거 매번 내가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왔습니다.
1. 되는지부터 물어봤어요
제가 처음 던진 말은 "만들어줘"가 아니었습니다.
타타: 뽀짝아 나 타타야 ~ 너 감마 장표 수정은 못해도 읽을수는 있니?
너가 앞으로 수정할수있게 장표내용을 똑같이 구글슬라이드로 만들고
스킬화해서 베스트발표회 slide 스킬 만들고싶어한 문장에 세 가지가 들어 있어요. 지금 뭐가 막혔는지(감마는 수정이 안 된다), 왜 옮기려는지(네가 앞으로 고칠 수 있게), 어디까지 갈 건지(스킬로 만들어서 계속 쓴다). 뽀짝이가 "읽기만 가능하다"고 답했고, 그럼 옮기면 되겠다고 바로 결론이 났습니다.
돌아보면 이게 제일 잘한 판단이었어요. 결과물이 아니라 제약을 먼저 말한 것. "구글슬라이드로 만들어줘"라고만 했으면 예쁜 슬라이드 한 장 받고 끝났을 겁니다.
2. 스킬 만들기 전에, 템플릿부터
타타: 여기로 옮겨놨거든? 우선 스킬만들기전에 기본파일 템플릿 수정부터 하자.
이 파일 전체 폰트를 noto sans kr 로 변경해줘감마 파일을 구글슬라이드로 내보내서 드라이브에 옮겨두고, 자동화 이전에 바탕이 되는 파일부터 정리하자고 했어요. 폰트를 팀 표준으로 통일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첫 사고가 났어요.
사고 1 — 폰트만 바꿨는데 볼드가 통째로 사라졌다
타타: 엥 그 볼드처리됐던애들은 볼드처리 유지해줘야하는데장표를 열어보니 굵게 처리해둔 글자가 전부 얇아져 있었습니다. 뽀짝이가 폰트만 바꿨다고 했는데도요.
원인은 구글 슬라이드 API의 함정이었어요. 글꼴 이름만 바꿔달라고 요청해도, API가 글자 굵기 설정을 같이 초기화해버립니다. 실측해보니 굵게 처리돼 있던 882자가 0자가 됐어요. 뽀짝이는 자기가 시킨 대로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화면을 눈으로 본 제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이후로는 원래 굵던 구간을 따로 기록해뒀다가 폰트 변경 후 다시 입히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 함정은 스킬 문서에 제일 위에 적혀 있어요.
3. 제가 정한 다섯 가지
바탕 파일이 정리되자 뽀짝이가 저한테 물었습니다.
타타: 확인했고, 이제 스킬 만들기위한 정보를 줄게?
베스트 발표회에 대해서는 어느정도로 알고있니?뽀짝이가 아는 만큼 설명하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으로 돌려줬어요. 그래서 제가 한 번에 답을 줬습니다.
타타: 1. 그 카테고리는 기수마다 바뀔수도있긴해 에어테이블이 진짜야
// 2. 그냥 한파일 공유 // 3. 음 ~ 덮어씌워도돼 // 4. 표를 늘리는거지 // 없어도돼짧지만 이 다섯 줄이 스킬의 뼈대가 됐습니다.
- 카테고리 이름은 코드에 고정하지 말 것. 기수마다 바뀌고, 진짜 값은 에어테이블에 있다
- 파일은 매번 새로 만들지 말고 하나를 공유하고 덮어쓴다
- 사람이 많아서 표가 넘치면 글씨를 줄이지 말고 표를 늘린다
- 기수 표기는 넣지 않는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했어요. 자동화에 맡기면 흔히 "안 들어가니까 폰트를 줄이는" 선택을 하는데, 그러면 뒷자리에서 안 보입니다. 그래서 표를 늘리되, 늘려도 안 들어가면 장을 쪼개고 저한테 알려주는 방식으로 정했어요.
타타: b랑 c랑 같이할게뽀짝이가 세 가지 안을 제시했을 때 두 개를 섞자고 한 대목입니다. 선택지를 받으면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어요.
4. 실행할수록 밀려나는 장표
가장 골치 아팠던 문제는 이거였어요. 같은 파일을 계속 덮어쓰는 구조라서, 직전 실행 결과가 다음 실행의 바탕이 됩니다.
뽀짝이가 표의 크기를 잡을 때 "바로 위 행이 이만큼이니까 이만큼"으로 계산했더니, 실행할 때마다 값이 조금씩 줄어들었어요. 그 결과가 다음 실행의 기준이 되고, 또 줄어들고. 7명이 들어가야 할 장이 2장으로 쪼개지고, 제목 칸이 표 밖으로 삐져나오고, 마지막 줄이 테두리를 넘어갔습니다.
해결책은 기준을 "우리가 매번 다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절대 안 건드리는 것"에서 잡는 것이었어요. 페이지 크기, 바깥 상자 위치, 머리띠처럼 손대지 않는 요소를 자로 삼으니 몇 번을 실행해도 같은 자리에 찍혔습니다.
자동화를 만들 때 이 함정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결과물을 다시 재료로 쓰는 순간, 조금씩 어긋난 게 쌓입니다.
5. 안 보이게 덮지 말고, 뿌리를 지우기
타타: ㅇㅇㅇ해주고 지금 오른쪽아래에 감마 표시들어가있어가지고
해당파일 전체 페이지 1번슬라이드처럼 배경컬러 화이트로해서 안보이게 처리해줘감마로 만든 흔적이 오른쪽 아래에 "Made with GAMMA" 배지로 남아 있었어요. 제가 낸 해법은 흰색으로 덮어서 안 보이게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뽀짝이가 슬라이드를 아무리 뒤져도 그 배지를 못 찾았어요. 알고 보니 배지는 슬라이드가 아니라 그 뒤에 깔린 밑판(레이아웃)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덮는 대신 밑판에서 아예 지우는 쪽으로 갔고, 8장 전체가 한 번에 깨끗해졌어요.
제가 낸 지시는 "가리자"였는데 결과는 "없애자"가 됐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말하면, 해법은 더 나은 걸로 바뀔 수 있어요.
6. 이름은 나중에 바꿔도 됩니다
타타: best-slide로 스킬명 변경해줄래?처음엔 best-presentation-slides라는 긴 이름으로 만들었는데, 부르기 불편해서 중간에 바꿨습니다. 자동화도 결국 사람이 부르는 이름이라, 입에 붙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타타: 고마워 뽀피터스-알림방에 스터디팀 태그해서 스킬 생겼다고 알려줘만들고 나서 팀에 알리는 것까지가 한 세트였어요. 나만 아는 자동화는 내가 없으면 멈추는 자동화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만든 그날 바로 3주차 베스트발표회 장표에 투입했습니다. 발표자 21명, 카테고리 3개, 한 카테고리에 7명씩. PDF로 뽑아서 전 페이지를 눈으로 확인했고 문제 없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타: 뽀짝아 나 타타야 베스트 슬라이드 스킬 실행한거 오늘날짜
순서하나바뀐거있어 적용해줄래? 정본 에어테이블 보면돼한 줄로 끝났어요. 예전 같으면 감마를 열고, 순서를 바꾸고, 다시 내보내고, 링크를 갈아 끼웠을 일이요.
- 도구: 예전 감마 (사람만 수정 가능) → 지금 구글 슬라이드 (뽀짝이가 수정)
- 명단 출처: 예전 눈으로 보고 옮겨적기 → 지금 에어테이블에서 자동으로
- 회차마다: 예전 처음부터 다시 → 지금 한 줄 요청
- 카테고리 바뀌면: 예전 장표 다시 제작 → 지금 에어테이블만 고치면 반영
제가 가져간 네 가지
1. "만들어줘"보다 "이거 되니?"가 먼저입니다. 도구의 한계를 확인하고 나면 무엇을 옮겨야 할지가 저절로 정해져요.
2. 판단 기준은 제가 줘야 합니다. "표가 넘치면 폰트를 줄일까, 장을 나눌까"는 AI가 알 수 없어요. 뒷자리 사람이 안 보인다는 건 제가 아는 사실이니까요.
3.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마지막 검증입니다. 볼드가 날아간 걸 잡아낸 건 결과 보고가 아니라 제가 화면을 본 순간이었어요. 자동화가 "성공했습니다"라고 말해도, 사람이 한 번은 봐야 합니다.
4. 사고는 문서에 남겨야 자산이 됩니다. 이번에 만난 함정 네 가지는 전부 스킬 설명서에 적혀 있어요. 다음에 비슷한 걸 만들 때 같은 데서 넘어지지 않으려고요.
이 글에 인용된 제 메시지는 실제 작업 대화 원문입니다. 오타와 말줄임을 그대로 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