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코드한테 이것저것 시키다 보면 이런 적 있으실 거예요. 급한 마음에 작업 갈래를 나누는 걸 깜빡하고 그냥 시킵니다. A를 만들다가 B도 손대고, 그러다 둘이 같은 파일을 건드려서 방금 만든 게 덮어써져요. 되돌리고 다시 붙이느라 시간을 한참 씁니다.
저는 이게 제일 불편했어요. 매번 "아 브랜치 먼저 팠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깨닫는 것도요.
한국어 단어가 적힌 마인드맵
orca가 이걸 알아서 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할 때 폴더와 갈래를 자동으로 따로 내주니까, 제가 깜빡할 일 자체가 없어지더라고요. 개발할 때는 이유가 이렇게 명확했어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개발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AI 챌린지 기획을 붙잡고 리서치·기획 문서만 잔뜩 만들었어요. 문서 작업은 서로 다른 파일을 만드니까 덮어쓸 일도 딱히 없고요. 그럼 orca를 쓸 이유가 없어지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좋기는 좋은데 이유가 완전히 달랐어요. 충돌을 막아줘서가 아니라, 며칠씩 이어지는 기획 주제 여러 개를 각각 살아 있게 붙잡아줬거든요. 이 글은 그 얘기입니다.
준비물
orca — 워크트리와 터미널을 관리해주는 데스크탑 앱이에요. 앱 안에서 CLI 에이전트를 탭으로 띄웁니다
클로드 코드 (또는 다른 CLI 에이전트)
git 저장소 — 워크트리가 git 기능이라 저장소가 있어야 해요. 문서만 있는 폴더도 git으로 관리 중이면 됩니다
git이나 워크트리를 모르셔도 괜찮아요. "작업 폴더를 여러 개로 복사해두되, 서로 안 섞이게 관리해주는 것" 정도로 이해하시면 충분합니다.
1단계: 지금 뭐가 돌고 있는지 보기 — 목록부터 확인
시작은 현재 상태 확인이에요. 저장소 목록과 워크트리 목록을 봅니다.
orca repo list
orca worktree list제 경우 로나 저장소 하나에 워크트리가 이렇게 붙어 있었어요.
master ← 실제 서비스 기준이 되는 본체
챌린지-유저-공유-게시판 ← 기획 작업 (며칠째 진행 중)
핵심가치-검증-기획 ← 다른 기획 작업여기서 얻는 것: 어제 벌여둔 작업이 뭐였는지 목록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게 orca를 쓰게 된 이유이기도 했어요. 예전엔 터미널에서 세션을 띄워놓고 나중에 "그거 어디서 돌고 있더라?"를 찾지 못했거든요.
2단계: 하루에 끝나는 조사는 그냥 병렬로 — 워크트리 필요 없음
이 단계는 orca가 필요 없는 구간이에요. 클로드 코드에게 그냥 시키면 됩니다.
챌린지 사례를 조사해야 해서 이렇게 요청했어요.
로나 챌린지 기획을 위해서 국내외 챌린지 사례에 대해서 더 복합적으로 깊게 조사를 해보자.
1. 가장 많은 인원을 운영한 챌린지
2. 가장 돈을 많이 번 챌린지
3.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는 것들
기간, 운영방식, 주제, 리더 유무, 기타 동기 부여 장치등을 복합적으로 알고 싶어. 우선 리서치 계획 세워봐클로드 코드가 조사 계획을 5갈래로 짜서 동시에 실행했습니다. 재무 담당, 국내 사례 담당, 해외 사례 담당, 앱 벤치마크 담당, 리더 구조 담당으로요. 1시간 6분 만에 8개 문서 3,164줄이 나왔어요.
한국의 다양한 음식을 보여주는 마인드맵
여기서 배운 것 두 가지를 공유할게요.
하나. 산출물 경로를 미리 지정하세요. 담당 하나가 지시 3분 만에 "완료했습니다"라고 회신했는데, 총괄 세션이 파일 경로를 확인해보니 파일이 없었어요. 이렇게 되쏘더군요.
파일이 아직 없다. 담당 임무를 계속 진행해서 해당 경로에 파일을 작성해달라.
조사가 이미 끝났다면 지금 바로 파일로 저장하고, 아직이라면 조사를 이어가라.되쏜 뒤 그 담당이 실제로 작업을 이어갔고, 결국 5개 중 가장 두꺼운 844줄을 냈습니다. 요청할 때 "결과를 어느 파일에 쓸 것"까지 못 박아두면 이런 확인이 가능해져요.
둘. 못 믿을 숫자는 따로 빼라고 하세요. 리서치에 "원출처를 못 찾은 유명한 수치는 인용 금지 목록으로 분리하라"는 규칙을 넣었어요. 그랬더니 그럴듯한 통계 몇 개가 실제로 걸러졌고, 반대로 확인된 것들은 공시 자료 원문까지 찾아왔습니다. AI 리서치에서 이 한 줄이 신뢰도를 꽤 바꿔놔요.
3단계: 며칠 갈 작업은 워크트리로 분리 — 여기서부터 orca
조사는 하루에 끝났지만, 그 결과로 기획을 짜는 일은 며칠이 걸렸어요. 그동안 본체 코드도 만져야 했고요.
이럴 때 워크트리를 나눕니다. 작업마다 별도 폴더 + 별도 브랜치가 생기고, 본체는 손대지 않은 상태로 남아요.
orca worktree create --repo id:<저장소ID> --name "기획-이름" --base-branch master기획 워크트리에서 이틀에 걸쳐 문서를 다듬는 동안, 본체는 계속 배포 가능한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작업이 섞이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에요.
4단계: 다음 작업으로 넘길 때 — 명령 한 줄로 새 세션 띄우기
기획이 합의까지 끝났는데 구현은 시작을 못 하고 있었어요. 이때 orca에서 제일 유용했던 기능을 썼습니다. 워크트리를 만들면서 그 안에 에이전트까지 띄우고 첫 지시까지 넣는 것이에요.
orca worktree create \
--repo id:<저장소ID> \
--name "챌린지-현황판-구현" \
--base-branch master \
--agent claude \
--prompt "<첫 지시 내용>" \
--activate이 한 줄이 실제로 한 일이 여섯 가지예요.
한국 마인드맵
명령을 넣고 20초쯤 뒤에 확인해보니 새 세션이 이미 기획서를 읽고 있었어요.
첫 지시에 넣으면 좋은 것 4가지를 정리해둘게요. 새 세션은 앞선 대화 맥락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니까요.
참고할 문서의 전체 경로 — 다른 워크트리에 있는 파일이면 특히요. 폴더가 분리돼 있어서 "아까 그 문서"로는 못 찾아요
하지 말 것 — 저는 "재기획하지 말고 구현만 하라"고 못 박았어요. 이미 합의가 끝난 기획이었거든요
어디를 대조할지 — 관련 파일 위치를 짚어주면 헤매지 않습니다
어디서 멈출지 — "계획을 세워 보고하고 확인받은 뒤 코드를 쓰기 시작하라"고 넣었어요. 안 그러면 혼자 끝까지 가버립니다
5단계: 어제 하던 작업으로 돌아가기
며칠 걸리는 작업이라 매일 이어 붙여야 하는데, 여기서 제일 편했던 게 지난 세션을 자동으로 다시 켜주는 것이었어요. 워크트리를 열면 그 작업에서 하던 대화가 그대로 살아납니다. "어제 어디까지 했더라"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앞서 워크트리를 나눠둔 게 여기서 효과를 봅니다. 작업마다 세션이 따로 붙어 있으니, 기획 워크트리를 열면 기획 대화가, 구현 워크트리를 열면 구현 대화가 이어져요. 한 대화에서 이것저것 다 하다가 맥락이 뒤엉키는 일이 없습니다.
다른 탭에서 돌고 있는 세션의 화면을 그대로 읽어올 수도 있어요.
orca terminal read --terminal <터미널ID>작업이 끝난 워크트리는 목록에서 지웁니다. 저는 이번 주에 다 끝난 조사용 워크트리 하나를 이렇게 정리했어요.
orca worktree rm완성 결과
이번 주 로나 저장소는 이 상태로 굴러갔습니다.
마스터 프로그램의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기획 워크트리에서 만든 문서를 구현 워크트리가 경로로 참조하고, 그동안 본체는 배포 가능한 상태 그대로였어요. 기획 쪽에서는 합의본 444줄이 나왔고, 구현 쪽은 오늘 착수했습니다.
그래서 클로드 코드랑 뭐가 다른가
이게 제일 헷갈리는 지점이라 표로 갈라둡니다.
한 일
이게 가능한 이유
5갈래 동시 리서치
클로드 코드 — orca 없어도 됩니다
담당끼리 완료 보고·재촉 주고받기
클로드 코드
기획서 3역 검토(작성·구조·비판)
클로드 코드
작업마다 독립 폴더·브랜치
orca
어느 세션이 어디서 도는지 보임
orca
어제 하던 대화가 그대로 되살아남
orca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 세션을 띄움
orca
문서를 그 자리에서 열어보기
orca
데스크탑 앱 화면 읽고 조작
orca
차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클로드 코드의 병렬 에이전트는 한 대화 안에서 태어나고 죽고, orca의 워크트리 세션은 대화가 끝나도 살아 있어요.
한국어가 포함된 모바일 앱 스크린샷
리서치 5갈래는 결과를 내고 전부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문서 파일뿐이고, 그 담당들과 다시 대화할 방법은 없어요. 반면 오늘 띄운 구현 세션은 독립된 세션이라 탭을 열어 이어서 대화할 수 있고, 자기 브랜치에 커밋하고, 제가 이 대화를 닫아도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눠 쓰시면 됩니다.
한 번에 끝나는 조사·분석 → 클로드 코드 병렬로 충분. 워크트리 만들 필요 없어요
며칠 이어지고 결과물이 갈라지는 작업 → 워크트리 단위가 편합니다
기획에 써보니 좋았던 세 가지
개발할 때는 이유가 하나였어요. 갈래를 알아서 나눠주니까 덮어쓸 일이 없다. 그거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기획 작업에는 애초에 덮어쓸 일이 잘 없어요. 그래서 처음엔 "여기선 굳이 필요 없겠는데" 싶었는데, 써보니 좋은 지점이 셋이나 있었습니다. 전부 충돌하고는 상관없는 것들이었고요.
하나, 주제별로 대화가 살아 있습니다. 기획은 하루에 안 끝나요. 오늘 여기까지 논의하고 내일 이어가는데, 그 자리를 열면 어제 대화가 그대로 있습니다. "우리 어디까지 얘기했더라"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주제가 여러 개면 이게 특히 큽니다 — 챌린지 포맷 얘기하던 자리와 게시판 기획하던 자리가 서로 안 섞이니까요.
둘, 문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열어봅니다. AI가 방금 쓴 기획 문서를 확인하려고 편집기를 따로 열 필요가 없어요. 기획은 쓰고 읽고 고치기를 계속 반복하는 일이라, 이 왕복이 없어지는 것만으로 체감이 꽤 달랐습니다.
셋, 벌여놓은 갈래가 목록으로 보입니다. 기획을 여러 개 굴리다 보면 뭘 어디까지 해뒀는지 잊어버려요. 목록을 열면 지금 살아 있는 작업이 전부 보이니까, 아침에 뭘 이어서 할지 고르는 게 쉬워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개발에서는 사고를 막아줘서 좋았고, 기획에서는 며칠씩 이어지는 생각의 자리를 각각 지켜줘서 좋았어요. 같은 도구 인데 얻는 게 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