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일주일 지나면 뭐가 남으시나요. 저는 늘 문장 몇 개랑 "좋았다"는 느낌만 남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클로드코드 독서 스킬을 직접 만들어서 『빌드 트랩에서 탈출하라』를 읽었습니다. 문구를 모으고, 막힌 걸 물어보고, 그날 분량으로 퀴즈까지 봤죠.
그렇게 완독하고 북클럽 발제문까지 뽑았는데, 정작 그 발제문에 제가 답을 못 했습니다.
결국 지난 4개월 팀 회의록 21건을 통째로 넣고 나서야 답이 나왔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까맣게 잊고 있던 결정들이 줄줄이 딸려 나왔고요. 이 글은 그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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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방식부터 스킬로 굳혔어요
전에 다른 책을 읽을 때 나름의 방식이 있었어요. 인상 깊은 문구를 던져주면 기록하게 하고, 모르는 건 물어보고, 다 읽으면 퀴즈를 내달라고 하는 식이었죠.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게 번거로워서 아예 스킬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1. 내가 인상깊은 문구 주면 그거 기록하고,
2. 잘 모르는거 질문하면 알려주면서 해당 포인트도 기록해줘.
3. 다 읽고는 그날 읽은 분량에 대해 퀴즈를 내고 같이 복습을 할거야.
-> 일전에 mom test 할 때도 그렇게 진행을 햇었거든?
아예 이런걸 스킬로 만들면 좋을 것 같긴하네.
1. 우선 시중에 독서를 도와주는 스킬 있는지 검색하고
2. 없다면 일전에 mom test 읽었던 세션을 파악해서 내가 했던 것을 보고 - 스킬로 만들어줘.여기서 좋았던 건 제가 방식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예전에 책을 읽던 세션을 클로드가 직접 뒤져서, 제가 이미 하고 있던 패턴을 뽑아 스킬로 만들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설명했다면 오히려 빠뜨렸을 것들이 그대로 담겼어요.
처음엔 "시중에 마땅한 스킬이 없다"고 하길래 한 번 더 확인시켰습니다.
이거 웹 리서치 병렬로 해서 진짜 없는지 제대로 찾아봐.그렇게 만들어진 게 reading-companion이고, 클로드는 세 가지 역할을 맡습니다.
역할
하는 일
기록자
제가 준 문구를 원문 그대로 아카이브에 쌓기
선생
헷갈리는 걸 물으면 설명하고, 그 지점을 메모로 남기기
복습 코치
그날 분량 퀴즈 → 채점 → 간격 반복 복습 카드 만들기
한국 마인드맵
이 중 제일 중요한 건 세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였어요. 하이라이트 앱은 내가 예쁘다고 고른 문장만 복습시켜 주잖아요. 정작 내가 못 알아들어서 물어본 지점은 아무도 안 챙겨줍니다. 근데 그게 진짜 약한 고리인데 말이죠.
한국어와 중국어 텍스트가 있는 녹색과 분홍색 화면
실제로 제가 읽으면서 던진 질문들이 이랬어요.
지식 격차 이야기 잘 이해가 안 되효과 격차가 정확히 뭐여어느정도 서비스를 굴렸을때는 고객의 지표를 역으로 볼 수 있는데
아예 신규 서비스면 어떻게 할까?이 질문들이 그대로 복습 카드가 됐습니다.
퀴즈를 봤더니 제 약점이 정확히 드러났어요
3부까지 읽고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나 일단 3부까지 읽었는데 뭔가 계속 두루뭉실하게 느껴지긴 함.
처음부터 3부까지 한번 질문 하나씩 해서 복습해보자.한 문제씩 내주면 제가 제 말로 답하고, 채점받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이었어요. 결과가 꽤 뼈아팠는데요, 사례는 다 기억하는데 개념을 책의 용어로 정의하는 데서 계속 미끄러졌어요.
예를 들어 "계획과 전략의 차이"를 묻자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계획은 그냥 할일 목록이고 전략은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해결할거고 이런 그림뜻은 맞아요. 근데 책이 쓰는 말이 아니죠. 이런 식으로 약한 고리 세 개가 잡혔고, 복습 카드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혼자 읽었으면 "아 대충 알겠다" 하고 넘어갔을 지점들이에요.
3부까지 읽고 발제문을 뽑았어요
복습까지 끝낸 김에, 북클럽에서 나눌 발제문을 1~3부 분량으로 먼저 만들었습니다. 문구 아카이브에 쌓인 인용과 제가 막혔던 지점이 이미 다 있으니, 발제 키트가 금방 나왔어요.
여기까지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카이브, 복습 카드, 발제 키트. 손에 잡히는 게 남았으니까요.
그런데 발제문에 제가 답을 못 했습니다
발제문을 만들어 놓고, 북클럽 전에 저부터 답해보기로 했어요.
괜찮아 발제문 질문을 내가 하나씩 답변해볼까 질문해줘.첫 질문에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세션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을 다 지표로 측정을 하고 있다 보니깐 이 질문이
그렇게 유효하진 않은데 예를 들어서 매출 이나 사례 게시글 수, 리텐션,
챌린지 같은 경우에도 매출이랑 각 참여한 사람들의 완주율 같은 데이터를 보고 있고.
아마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표는 보고 있을 거 같아.다시 읽어보니 이건 그냥 일반론이더라고요. "우리는 지표를 본다"까지는 나오는데, 언제 · 어느 회의에서 ·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정했는지가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 "아마 대부분의 기업들은"까지 붙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다가 남 이야기로 도망간 거죠.
3부까지 읽었고 퀴즈도 통과했는데, 정작 제 조직에 갖다 대려니 아무것도 안 떠올랐어요. 떠오르는 건 유난히 강렬했던 회의 서너 개뿐이었고요.
빨간색과 파란색 배경의 한국 달력
그래서 거기서 멈췄습니다. 새 세션을 열고 이렇게 시작했어요.
rona-practice 안에는 다양 한 회의록들이 있어. 이 회의록들을 싸그리 모아서
우리 팀의 의사결정 흐름을 보고 - buildtrap에 매여 있었는지
잘된 부분 아쉬운 부분 정리해보자.
1. 일단 회의록을 모두 정리 (2026년 3월부터 8월까지)
2. 발제문 포함 buildtrap 과 관련된 부분 뽑기
3. 나랑 대화하면서 당시 어땠는지 회상하며 같이 이야기하기 -> 정리지금 돌아보면 3번이 이 워크플로우의 전부였습니다.
근거 칸을 절대 비워두지 않는 것
회의록 21건(4~8월)을 전부 읽히고 이렇게 정리시켰어요.
날짜 / 참석자 / 다룬 문제 / 결정 / 그 결정의 근거
핵심은 마지막 칸입니다. 근거가 회의록에 안 적혀 있으면 "회의록에 없음"이라고 쓰게 했어요. 빈칸으로 두거나 그럴듯하게 채우지 못하게요.
이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빈칸 자체가 증거가 됐거든요.
어떤 회의는 결정 근거가 실측 데이터였고, 어떤 회의는 남의 사례였고, 어떤 회의는 그냥 "관찰과 판단"이었고, 몇 건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근거의 종류별로 회의를 분류해놓고 보니, 우리가 어떤 종 류의 판단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그다음 책의 용어 6개를 축으로 태깅했어요.
산출물(output) vs 성과(outcome)
문제 vs 솔루션
배우려고 vs 벌려고
완료의 정의
죽인 것
고객 접촉
책 용어를 그냥 나열하면 하나도 안 와닿는데, 실제 우리 회의에서 오간 말과 짝지어 놓으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의에서 1순위 목표를 "안정성 100%"로 잡았어요. 책 기준으로는 이게 성과가 아니라 산출물 지표입니다. 무엇이 100%인지, 뭘로 재는지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넉 달 뒤 회의에서는 문제 정의가 이렇게 바뀌어 있었어요 — "좋은 줄 알고 도구도 있는데, 배우는 걸 미루고 꾸준히 안 쓴다." 이건 성과 쪽 문장이거든요.
넉 달 걸려 이동한 거예요. 저 두 문장을 나란히 놓기 전까지는 저희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AI가 되묻자 잊고 있던 게 돌아왔어요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회의록만 분석시켰다면 문서에 적힌 것만 나왔을 거예요.
그래서 회의를 3~5건씩 묶어서 보여주고, 매번 "이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를 되묻게 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묻는 게 아니라, 회의록에서 추정한 선택지를 붙여서요.
한국어로 된 문자 메시지의 스크린샷
여기서 제가 답한 게 이거였어요.
맞춤 콘텐츠 구독이라기 보다는 - 각자 업무에 맞는 스킬 배달 이게 가까웠는데
-> 각자 쓰는 업무 툴 연동해서 맞춤형으로 주는게 생각보다 어려워서 기술적으로 포기
(상대방이 엄청 기록을 잘 해둬야함)이건 회의록 어디에도 없는 내용입니다. 문서에는 "맞춤 콘텐츠 구독"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근데 실제로 팔려던 물건은 그게 아니었고, 왜 접었는지도 기록에 안 남아 있었던 거죠.
이런 식으로 8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나온 것들이에요.
회의록엔 없던 것
어떤 질문에서 나왔나
실제 상품은 "콘텐츠 구독"이 아니라 "업무에 맞는 스킬 배달"이었고, 기술적으로 성립이 안 돼 접음
5월 공백
광고에 멈춤 기준이 없던 건 실수가 아니라 소액 태핑이라 의도한 것
멈춤 기준 부재
재현 여부로 갈렸던 논쟁은 나중에 트레이스로 확인됨
의견 충돌
핵심 가치가 다섯 번 재논의된 이유 = 합의한 줄 알았는데 서로 다른 걸 떠올림
반복 안건
우선순위를 내린 근거 = 대표 판단 + 팀 공통 체감, 숫자는 없음
강등 근거
이탈한 참가자에게 직접 물어본 적 없음
최대 빈칸
A/B 채택 기준을 정하기로 해놓고 아직 안 정함
미결 액션
특히 두 번째가 재밌었어요. 회의록만 보면 "멈춤 기준을 안 세운 실수"로 보이거든요. 근데 되물으니 의도한 것이었어요. 소액으로 처음 찔러보는 거라 기준이 무의미했던 거죠. AI 혼자 판단했으면 이걸 그냥 실수로 적었을 겁니다.
반대로 마지막 두 개는 제가 답하면서 좀 뜨끔했고요. "아직 안 정함", "안 물어봤음"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는 순간 그게 그대로 액션 아이템이 됐어요.
결과
항목
Before (혼자 회고)
After (회의록 + 회상 대화)
떠오르는 근거
강렬했던 회의 3~4건
회의 21건 · 4개월 전체
답변의 형태
"우리는 지표를 보고 있다" (일반론)
"언제, 어느 회의에서, 뭘 근거로"
찾아낸 반복 패턴
0개
6개 (+ 패턴 간 인과관계)
잊고 있던 사실
—
7건이 대화 중에 복원됨
산출물
없음
회고 문서 2종(원자료 + 최종), 다음 회의 안건 3개
걸린 시간
—
약 1시간 40분
AI 활용 팁!
1. 이 방법은 회의록이 아니어도 됩니다
핵심은 "책 + 회의록"이 아니라 **"프레임워크 + 내 과거 기록"**이에요. 갖고 계신 게 이런 것들이면 다 됩니다.
슬랙/노션에 쌓인 프로젝트 논의
주간 업무 보고 몇 달치
고객 상담 기록
개인 일기나 회고 노트
책 한 권을 렌즈로 쓰고, 내 기록을 그 렌즈에 통과시키는 구조 자체가 재사용됩니다.
2. 근거 칸을 만들고, 절대 채우지 마세요
제일 중요한 팁입니다. "근거 없음"이라고 적힌 칸의 개수가 곧 진단이에요. AI한테 근거를 추론해서 채우게 하면 이 진단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적혀 있지 않으면 없다고 써라"를 명시적으로 지시하세요.
3.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묶어서 되묻게 하세요
21건을 한 번에 넣고 "분석해줘" 하면 문서에 적힌 것만 나옵니다. 3~5건씩 끊어서 보여주고 매번 "이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를 물어보게 해야 잊고 있던 게 나와요. 저는 이 대화에서만 7건을 복원했습니다.
이때 선택지를 붙여주게 하는 게 좋아요. 백지로 "기억나세요?" 하면 안 나오는데, "이거 아니면 저거일 것 같은데요?" 하면 "아니 그거 말고 사실은…" 이 나옵니다.
4. 회의록에 없던 건 반드시 표시하게 하세요
저는 대화에서 나온 내용에 [회상] 태그를 붙이게 했어요. 나중에 이 문서를 다시 볼 때,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내 기 억인지 구분이 돼야 하거든요. 안 그러면 회고 문서가 또 하나의 부정확한 기억이 됩니다.
5. 주의할 점
회의록에 민감 정보가 많습니다. 고객사명, 팀원 실명, 매출 수치가 그대로 들어가요. 사내 도구를 쓰거나, 최소한 결과물을 외부에 공유할 때 익명화하세요.
잘된 것도 같이 뽑게 하세요. 안 그러면 자기 비판 문서가 되어버려서 팀에 공유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저는 "잘된 것 6 / 아쉬운 것 6"으로 대칭을 맞췄어요.
책을 대충 읽고 이걸 하면 안 됩니다. 렌즈가 흐리면 통과시켜도 안 보여요. 퀴즈까지 보면서 용어를 정확히 익힌 게 여기서 값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