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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 장난감인 줄 알았습니다

시작은 다소 시시했다

"아두이노"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었다.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도 업무를 하면서도 늘 옆에서 스치듯 지나가던 단어였는데, 정작 손으로 만져본 적은 없었다. IoT니 스마트 센서니 하는 말들이 보고서에는 자주 등장하고 또 나도 자주 애용하는 말들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그러다 이번 스터디를 계기로 큰 맘 먹고 키트를 주문했고, 지난 일요일 드디어 택배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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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위에 놓인 아두이노 보드

기판 하나, 각종 센서가 담긴 비닐팩들, 색색깔 점퍼선 뭉치, 그리고 낯선 이름의 부품들. 상자를 열자마자 든 생각은 딱 보기엔 조립설명서만 따라가면 되는 블록 장난감 같았다. 실제로 처음 몇 시간은 정말 그랬다. 보드에 핀을 꽂고, 선을 연결하고, 부품을 하나씩 맞춰보는 과정이 마치 어릴 적 레고를 조립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걸로 뭘 배울수 있을까?" 의문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이 작은 보드 하나가 앞으로의 계획, 즉 센서와 AI, 그리고 에이전트까지 연결하는 여정의 첫걸음이라는 걸 그때는 실감하지 못했다.

막상 해보니, 손이 먼저 헤맸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조립을 끝내고 실제로 센서 하나를 인식시켜보려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적외선 거리 센서를 연결하는데 핀 위치 하나 잘못 꽂았다고 인식이 안 되고, 코드블럭에서 논리가 틀려서 안되고, 전선 극성을 헷갈려서 한참을 붙잡고 있었다. 분명 설명서 사진과 똑같이 꽂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 화면에는 아무 값도 뜨지 않았다. 케이블 하나를 다시 뽑았다 꽂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센서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삼 깨달은 것은, 하드웨어라는 게 코드 몇 줄보다 훨씬 물리적이고 정직하다는 거였다. 소프트웨어라면 오류 메시지라도 친절하게 알려주련만, 전선 하나 삐뚤게 꽂힌 것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작동하지 않음"으로만 응답할 뿐이었다. 눈으로 슬롯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손끝으로 커넥터를 다시 눌러보고, 그렇게 몸으로 직접 배워야 하는 영역이라는 걸 처음으로 체감했다.

여기에 더해 예상 밖의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코딩 방식이었다. Python 으로 모델 학습까지 설계하는 상상을 하며 은근히 기대했는데, 웬걸, 화면에 뜬 것은 블록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장남감 같은 블록코딩 방식이었다. 순간 "이건 또 뭐지" 싶어 살짝 당황했지만, 막상 몇 번 만져보니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로직의 흐름을 눈으로 바로 확인하고 짜 맞출 수 있어서,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현장 실무자들에게 설명할 때는 이 방식이 더 직관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서 하나하나가 주는 작은 성취감

우여곡절 끝에 적외선 거리 측정 센서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센서를 하나씩 연결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저 화면에 숫자 하나 뜨는 게 뭐가 대단하냐 싶었는데, 내 손으로 연결한 회로가 실제 거리 값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걸 보니 묘한 뿌듯함이 있었다. 장난감처럼 보였던 이 작은 보드가, 사실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옮겨오는 첫 걸음이라는 걸 그제야 실감했다.

키트 안에는 초음파 거리 센서, 조도 센서로 추정되는 부품, 서보모터, LED 링 등 다양한 구성품이 함께 들어 있어서, 하나씩 뜯어보며 코드와 맞추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매뉴얼 없이는 여전히 헤매기 일쑤였지만, 센서 하나를 새로 인식시킬 때마다 "아, 이렇게 값을 읽어오는 거구나" 감탄하기도 했다. 처음의 어설픔이 조금씩 익숙함으로 바뀌어 가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훨씬 더 실전에 가깝다

이번 체험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를 그려보고 있다. 큰 부담이 없어서, 한 주에 하나씩 만들어도 될 것 같다. 먼저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반지를 만들어서, 스트레스를 측정해보는 것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그다음엔 진동 센서로 설비의 이상 징후를 미리 잡아내는 물건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특히 진동 센서를 활용한 설비 이상진단은 평소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도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주제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다음 스텝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모은 데이터에 Agent까지 동원해서, 내 PKM과 연결해보는 흐름까지 순서대로 밟아볼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센서에서 시작해 AI와 에이전트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다.

돌이켜보면 첫날의 "이거 장난감 아닌가"라는 생각은 딱 하루짜리 착각이었다. 손끝에서 헤맨 시간만큼, 다음번엔 조금 더 자신 있게 센서 앞에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보드 하나에서 시작한 이 여정이, 언젠가 현장의 설비 하나하나와 대화하는 시스템으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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