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실패로 이끌었는가 _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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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도전하다

OpenAI와 SKtelecom에서 주관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 5월부터 ChatGPT에 관심이 있었다. 사람을 고용하기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AI를 사용하면 저렴한 나만의 노예(?)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면 가장 많이 공부한 것이기에 자신 있었다. 그래서 바로 Gen AI 해커톤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팀원을 모아 4명의 팀을 8월 19일에 만들었다. 그리고 마감일(9월3일)까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정말 몰입해서 함께 도전했다. 다들 멋지고 열정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열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우리의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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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즈니스 파트너 AI 챗봇을 만들었다. 이전의 사람이 질문하고 AI가 대답하는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반대로 AI가 질문하고, 사람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으로 인해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기는 하지만 동시에 좁아지기도 한다. 확증편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은 많은 미디어로 인한 외부 소음이 너무도 많다. 범위를 좁혀 비즈니스에 관한 생각과 의사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었다.


3일만에.


2주간 방향 전환을 3번이나 했고,

최종 아이디어는 마감 3일 이전에 떠올리고 만들었다.


Prompter_Day_Seoul_2023_신청서.pdf


내가 바라보는 실패의 원인


4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처음 만나서 팀을 이뤘다. 직군별로 모은 것이 아니라 그냥 AI의 활용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로만 팀을 구성했다. 리더의 역할 또한 처음이었다.


  • 리더의 역량 부족 : 리더 역할은 처음이었기에 많이 부족했다. 우선, 팀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아이디어나 의견을 내도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다. 따라서, 우리 팀은 구심점이 없었다. 또한 팀원들은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팀원들간의 아이디어나 의견 공유 혹은 진행상황 공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리더인 내가 팀의 회의를 자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성과 측정 지표인 KPI또는 OKR등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즉, 우리는 열정을 갖고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모른채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팀원들이 일을 처리해야하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리더의 역량 부족으로 팀 내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 비즈니스의 핵심을 찾지 못함 : 우리 팀은 비즈니스의 핵심을 찾지 못했다. 비즈니스의 핵심을 발견하지 못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그냥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돗단배였다. 북두칠성과 같은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이루어내겠다는 목표 없이 그저 열정만 갖고 함께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항상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던졌다. 마감일까지도.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 고객의 pain-point는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고객의 pain-point를 해결할 수 있을까?”.


  • 실패와 거절에 대한 두려움 :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만든 아이템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을지 모르는 두려움 말이다. 우리도 아이디어를 빠르게 테스트하기 위해 주변에 먼저 퍼뜨려보아야했다.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최소한 사람들의 반응이라도 살펴봐야했다. 링크드인에 연결하여 우리의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용하도록 권유해보아야 했다.


  • 개발 역량 부족 :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직군별로 팀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으로 모았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한명 있기는 했으나 바쁜 관계로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 다른 사람들은 실질적인 기술 구현 능력이 부족했다. 부족한 시간과 개발 능력 부족으로 이미 기존에 있는 툴들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빠르게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생명인데,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잘 만들어 놓은 툴을 활용하지 못했다.


  • WHY?의 부족 : 우리 팀은 각자가 맡은 일을 진행하는데에 있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왜 내가 이것을 하고 있지? 그렇다면 그 목표를 위해 이것을 하는 것이 맞나?”, “목표를 위해 이 방법대로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는가?”, “더 쉽고 간편한 방법은 없나?”, “지금 내가 몰입해서 하고 있는 일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과 업무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 성과 지표의 부재 : 팀 내부에서 각자의 역할과 업무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OKR과 같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어떤 목표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없었다. 다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그렇게 좋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잘’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상위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세부 목표를 설정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매번 확인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냥 ‘열심히’만 했다.



배운점


  • 몰입 : 공통 관심사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정말 재밌다는 것을 배웠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간동안 모두가 ‘몰입’상태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정말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어떤 게임이나 여행보다 재밌었다.


  • : 팀은 정말 최고였다. 혼자서는 못할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책임감을 키울 수 있으며, 일을 해결하는 속도 측면에서도 혼자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혼자서는 할 수 없거나 오래 걸리는 일을 팀으로는 가능했다. 따라서 더 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함께하기에 혼자보다 오랜기간 집중할 수 있었다.


  • 관점의 변화 : 잠시나마 리더의 역할을 맡으면서 팀원들의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역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최적화된 업무를 맡길 수 있을지, 내가 리더로서 그들의 문제나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물론 리더의 경험이 처음이기에 형편없었지만,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뜰 수 있었다.


  • 내면의 성장 : 스토아 철학과 노자와 장자의 철학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따르고 적용하려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면서 읽지 않게 되었다. 철학이 완벽한 열쇠가 아니라 그저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해야하는 것은 무엇인가?”이 질문 하나로 말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하루에도 여러번 떠올린다.


  • 비즈니스의 가치관 : 삶의 가치관은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 중심이다.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반면 비즈니스의 가치관은 고객이 중심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을 해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지만, 비즈니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 내가 첫 고객 : 비즈니스의 고객은 우선 내가 되어야 한다. 우리 팀이 우리 프로젝트의 첫 고객이어야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이 정말 어렵다. 반면,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상대적으로 쉽다. 내가 프로덕트나 서비스를 만들고 내가 사용하자. 그리고 계속해서 발전시키자.


  •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믿고 함께 AI해커톤 프로젝트를 함께하겠다고 승낙한 원범, 정현, 이현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2주간 함께 즐겼고, 덕분에 멋진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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