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용 부작용? - 버클리 컴퓨터 공학부 낙제율 35%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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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 버클리의 컴퓨터과학 입문 수업 CS 10에서 2026년 봄 학기 낙제율이 35.3%까지 치솟았습니다. 직전 두 해 동안 같은 과목의 F 비율이 10%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학기 만에 세 배 넘게 뛴 셈입니다. 교수들이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학생들의 AI 의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사건이 "AI는 위험하다"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도구가 누군가에겐 학습을 돕고, 누군가에겐 실력을 갉아먹었습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 데이터로 짚어보겠습니다.

숫자로 본 낙제율 급증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버클리 학생 신문 Daily Californian과 여러 매체가 보도한 2026년 봄 학기 데이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목2026년 봄 F 비율비고CS 10 (입문)35.3%2024·2025년엔 10% 미만CS 61A (기초)10.6%2024·2025년엔 10% 미만EECS 127 (상위)16.8%—학과 기준 (하위 과목)약 7%D·F 합산 예상치학과 기준 (상위 과목)약 5%D·F 합산 예상치

학과가 정한 정상 범위는 하위 과목 D·F를 합쳐 7% 안팎입니다. CS 10의 35.3%는 그 기준을 다섯 배 가까이 벗어난 수치입니다. 평가 기준이 갑자기 바뀐 것도, 시험이 특별히 어려워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버클리 교수 댄 가르시아(Dan Garcia)는 이 비정상적 낙제율의 "가장 큰 동인"으로 학생들의 대형언어모델(LLM) 사용을 꼽았습니다. Claude, ChatGPT, Google Gemini 같은 도구를 쓴 학업 부정행위가 크게 늘었다는 진단입니다. 실제로 CS 10에서만 약 30명이 집에서 보는(take-home) 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됐습니다.

진짜 문제는 부정행위가 아니다

부정행위 적발은 표면적 사건입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교수들은 낙제율 급증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함께 지목했습니다. AI 의존도 증가, 기초 수학 준비 부족, 그리고 조교 부족입니다. 이 셋이 맞물리면서 악순환이 생깁니다.

학생이 과제를 LLM에 맡기면 당장은 통과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념을 직접 씨름하며 익히는 단계가 통째로 빠집니다. 그러다 시험장에 앉으면, AI 없이 풀어야 하는 순간에 준비가 안 돼 있는 겁니다. 원문 보도의 표현을 빌리면, "학생들이 LLM에 너무 기대 일을 떠넘기다가 정작 시험 때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오피스아워 참석률 저조 등 학습 참여 자체가 줄어든 흐름이 겹칩니다. 모르는 걸 사람에게 묻는 대신 AI에게 묻고, AI 답을 그대로 제출하고, 정작 자기 머릿속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 패턴입니다.

같은 도구, 갈라진 결과

버클리 사건을 "AI 때문에 학생들이 망가졌다"로 읽으면 핵심을 놓칩니다. 같은 학교에서 나온 대규모 연구가 더 중요한 단서를 줍니다.

버클리 연구진이 진행한 학부생 AI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약 9%가 AI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AI를 매일 쓰는 학생 사이에서는 그 비율이 26%까지 올라갔습니다.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부정행위로 미끄러질 확률도 함께 뛴다는 뜻입니다.

뒤집어 보면, AI를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결과를 갈랐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AI를 답 복사기로 쓴 학생은 시험에서 무너졌고, AI를 개념 설명·디버깅 파트너로 쓴 학생은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구는 중립적이고, 사용 방식이 학습 곡선을 만들었습니다.

버클리의 대응 방향도 이 지점을 향합니다. 가르시아 교수는 "A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두되,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서 그 A에 도달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I를 막는 데 집중하기보다 평가의 투명성과 학습 지원을 강화하자는 제안입니다. 한편 STEM 입시에 SAT·ACT 같은 표준화 시험을 되살리자는 청원에는 교수 1,300명 이상이 서명했습니다.

왜 한국에서 더 중요한가

이 사건은 미국 명문대 한 곳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 교육과 실무 현장에 그대로 옮겨 붙는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 대학들은 이미 방향을 틀었습니다. ChatGPT 등장 초기엔 표절 우려로 AI 사용을 억제했지만, 지금은 "금지 대신 필수 교양"으로 AI를 학생의 핵심 역량에 포함시키는 흐름입니다.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버클리 사례는 "허용"과 "방치"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도구를 손에 쥐여주는 것과, 그 도구로 실력을 쌓게 하는 것은 별개의 설계 문제입니다.

실무 현장도 똑같습니다. 신입 개발자가 코드를 LLM에 통째로 맡기면 PR은 통과할지 몰라도, 장애가 터진 새벽에 AI 없이 원인을 추적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버클리의 "시험장"은 직장에서 "AI가 막히는 순간"으로 번역됩니다. 마케터도 다르지 않습니다. AI가 뽑아준 카피를 그대로 쓰는 사람과, AI 초안을 비평하고 데이터로 검증해 고치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 한 발 더 — 나의 생각

저는 이 사건의 진짜 메시지가 "AI 리터러시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AI를 잘 쓴다는 건 보통 "프롬프트를 잘 짜는 능력"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버클리 데이터가 말하는 건 정반대입니다. 진짜 역량은 AI가 준 답을 의심하고, 직접 검증하고, 필요하면 AI 없이도 해낼 수 있는 기초 체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쓸 때 의도적으로 "AI 없이 먼저 1차 답을 만들고, 그다음 AI로 검증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순서만 바꿔도 학습 효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먼저 AI에게 물으면 내 사고가 AI 답에 닻을 내려버리지만, 내가 먼저 풀고 AI로 대조하면 AI는 답안지가 아니라 채점자가 됩니다. 버클리에서 무너진 학생과 살아남은 학생을 가른 건 아마 이 작은 순서 차이였을 겁니다.

한국 교육과 기업이 지금 설계해야 할 건 "AI 사용 금지"도 "AI 무제한 허용"도 아닙니다. AI를 쓰되 기초 체력이 빠지지 않도록 만드는 평가와 워크플로입니다. 그 설계를 미루는 조직일수록, 1~2년 뒤 자기만의 "낙제율 35%" 순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원문: UC Berkeley sees spike in failing grades in computer science (NewsBytes)

참고: Daily Californian 원보도 · Berkeley News 학부생 AI 사용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