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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Scale AI·Google DeepMind·OpenAI를 모두 거친 사람의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지난주 X에서 조회 289만, 북마크 1만 7천을 기록한 Phil Chen의 아티클 "Career advice in the age of AI"를 6가지 조언으로 풀었습니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프레임은 한 문장입니다. "AI 모델은 손실함수(loss function)를 정의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좋아진다." 정답과 채점 기준이 명확한 일은 AI가 계속 잘하게 되고, 학교 교육은 대부분 그런 문제로 이루어져 있죠. 그래서 남는 질문은 하나예요. AI가 채점할 수 없는 일을 나는 얼마나 갖고 있는가.

1. 진짜 희소한 자원에 집중하기, 자본이 아니라 시간·관계·평판
저자가 첫 번째로 꼽는 것은 자원의 우선순위 재조정입니다. 자본에 대한 접근은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시간과 관계와 평판은 여전히 희소합니다.
본인의 선택이 근거입니다. 그는 퀀트 펀드의 제안을 거절하고 당시 규모가 훨씬 작던 Scale AI에 입사했습니다. 단기 보상은 적었지만 LLM 인프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가 생겼고, 그 평판이 이후 DeepMind와 OpenAI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연봉 숫자보다 "누구와 어떤 문제를 풀었는가"가 다음 기회의 입장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2.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발견 능력 키우기
에이전트가 코드를 대신 쓰는 시대에는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풀 가치가 있는 문제를 고르는 능력이 결정적입니다.
저자의 회사는 채용에서 리트코드(LeetCode)식 코딩 테스트와 시스템 설계 면접을 폐기했습니다. 대신 후보자가 낯선 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가치 있는 문제를 식별하고, 제약 안에서 해결하는지를 봅니다. 흥미로운 관찰이 하나 나오는데,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후보자마다 소비하는 토큰과 시간이 크게 달랐다고 합니다. 잘하는 사람은 에이전트에게 코드 생성을 시키기 전에 문제를 어떻게 분해할지에 대한 직관과 외부 맥락을 먼저 가져온다는 것이죠.
3. 가장 야심 찬 형태의 문제를 고르기
세 번째 조언은 강화학습의 "Bitter Lesson" 원칙을 커리어에 적용한 것입니다. 작업별 잔기술보다 범용적이고 스케일이 큰 방법이 결국 이긴다는 원칙처럼, 커리 어도 야심 찬 문제에 붙어야 가치가 축적됩니다.
AI 덕분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 자체는 쉬워졌습니다. 누구나 간단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니, 간단한 시스템에는 가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회사를 고를 때는 그 회사가 자기 문제의 가장 야심 찬 형태에 도전하는지, 직무를 고를 때는 그 역할이 문제의 최전선에 서게 해주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4. 마지막 10%에서 전력 질주하기
에이전트가 만든 평균적인 결과물은 초안 수준입니다. 실제 가치는 마지막 10%, 즉 고유한 관점, 디테일에 대한 집착, 다듬기(polish), 깔끔한 아키텍처에서 나옵니다. 저자는 이 마지막 10%가 작업량의 90%이면서 동시에 보상의 90%라고 말합니다.
실행 방법도 구체적입니다. 개인 프로젝트에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다듬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하고, 새로운 세대의 에이전트가 나올 때마다 배운 것을 반영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보라는 것입니다.
5. 기회의 양과 전환율을 동시에 키우기, 축구의 xG처럼
축구에서 기대 득점 을 뜻하는 xG(expected goals)처럼, 커리어도 "좋은 기회에 노출되는 확률"과 "그 기회를 성과로 바꾸는 효율" 두 변수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꽤 놀라운 실화가 나옵니다. 저자는 2023년에 약 50명 규모이던 Anthropic과 창업자 외 2명뿐이던 Cursor의 제안을 거절하고 DeepMind의 모델 추론·훈련 팀을 선택했습니다. 2024년에 두 회사가 다시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OpenAI를 골랐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까운 선택 같지만, 저자의 해석은 다릅니다. 좋은 평판을 유지하면 기회는 계속 돌아오고, 커리어는 길다는 것. 그리고 초기 회사를 고를 때는 지금의 제품보다 팀과 시장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6. 연구는 더 이상 소수의 특권이 아니다
마지막 조언은 의외로 문이 열려 있다는 소식입니다. 공개 최적화 리더보드에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실험할 수 있고, Modal 같은 컴퓨팅 제공자들이 학생에게 크레딧을 줍니다. 모델을 직접 쓰면서 평가 기준을 만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연구 직관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연구자라는 직함이 아니라 마인드셋입니다. 호기심, 인프라와 싸우는 끈기, 시스템을 깊이 이해해서 디버깅하는 능력, 그리고 결과의 가치를 설득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능력. 이 조합은 연구실 밖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마무리
여섯 가지를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게 돼요. AI가 채점할 수 있는 일(정답이 있는 문제 풀이)에서 경쟁하지 말고, AI가 채점할 수 없는 일(문제 정의, 마지막 10%, 관계와 평판)에 자원을 몰아라. 시험 잘 보는 능력으로 쌓아온 커리어일수록 이 전환이 불편하겠지만, 방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 시대 커리어에서 가장 먼저 길러야 할 능력은 뭔가요?
Phil Chen은 문제 발견 능력을 꼽습니다. 코드는 에이전트가 대신 쓸 수 있지만, 어떤 문제가 풀 가치가 있는지 고르고 자원을 배분하는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비개발자에게도 이 조언이 적용되나요?
적용됩니다. 6가지 중 코딩이 전제인 항목은 없습니다. 문제 발견, 마지막 10% 다듬기, 관계와 평판 구축은 마케팅·기획·운영 직군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 원칙입니다.
AI가 채점할 수 없는 일이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손실함수, 즉 명확한 정답과 평가 기준을 정의할 수 있는 일은 AI가 계속 좋아집니다. 반대로 문제 자체를 정의하거나 가치를 판단하거나 방향을 정하는 일은 채점 기준이 없어서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인사이트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목은 채용 방식의 변화라고 봐요. 리트코드를 버리고 "에이전트와 함께 낯선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는 회사가 이미 존재한다는 건, 채용 시장의 평가 축이 지식 보유량에서 문제 접근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며칠 전 다룬 메타 사례와 겹쳐 보면 대비가 선명한데요. 메타는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체한다"에 베팅했다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Phil Chen은 "에이전트를 지렛대로 쓰는 사람의 기준"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같은 기술을 보고 한쪽은 뺄셈을, 한쪽은 곱셈을 설계한 셈이죠.
하나 더, "마지막 10%" 조언은 저희가 콘텐츠를 만들 때도 그대로 검증돼요. 에이전트가 뽑아준 초안은 누구나 가질 수 있으니, 차별화는 결국 고유한 관점과 다듬기에서 갈립니다. AI 시대 커리어의 역설은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가 상향 평준화될수록, 도구가 채점할 수 없는 부분의 값이 올라간다는 것. 이번 주에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끝냈다고 느낀 지점에서 10%만 더 다듬어보세요. 그 구간이 AI와 나의 가격 차이가 만들어지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