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앞으로 '초지능(Super Intelligence, SI)'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슈퍼 인텔리전스, 슈퍼지능이라고도 불러요. 이른바 트럼프 초지능(SI) 선언입니다. 9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 정부 공식 문서의 AI 명칭을 SI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이 바뀐 게 아니라 부르는 이름을 바꾸겠다는 얘기예요.
근데 헷갈리는 지점이 있어요. '초지능'은 AI 업계에서 이미 쓰던 말이고, 뜻이 전혀 다르거든요. 트럼프가 말한 SI가 업계에서 원래 쓰던 초지능과 어떻게 다른지, 발표 다음 날 미국 정부 사이트에는 뭐가 바뀌었는지,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AI에 서 뭘 해왔는지까지 정리했어요!
미국 정부 AI 정책 사이트 ai.gov 첫 화면. 왼쪽에 AI.GOV 로고, 오른쪽에 트럼프 대통령 사진
초지능 선언 다음 날인 2026년 9월 23일 오전(한국 시간) ai.gov 첫 화면. 사이트 이름은 여전히 AI예요
트럼프 유엔 연설에서 나온 말
백악관이 올린 연설 요약문에 이 문장이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미국은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인공지능, 이제부터 공식 명칭으로는 '초지능'인 이 기술을 통제하려는 글로벌리스트의 어떤 계획도 전면 거부한다." 이름을 바꾸겠다는 말과 규제를 거부하겠다는 말이 한 문장에 같이 들어 있어요.
현장 발언은 조금 더 길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실린 발언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 이름을 바꾸는 이유: "인공이라는 말은 가짜처럼 들리게 한다. 하지만 가짜가 아니다"
- 적용 범위: "지금부터 미국의 모든 문서, 그리고 바라건대 전 세계 문서가 '인공' 대신 훨씬 정확한 '슈퍼'라는 말을 쓰게 될 것"
- 경쟁 구도: "초지능에서 이기는 쪽이 이긴다. 지금 우리는 중국과 다른 모두를 크게 앞서고 있다"
- 규제에 대한 입장: "산업혁명보다 더 커질 기술의 성장을 막지 않겠다"
AI 위험을 경고하는 쪽을 두고는 "12년 안에 다 죽는다던 지구온난화 얘기를 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고 비유했어요.
초지능 뜻: 트럼프의 SI vs 업계가 말하는 초지능
같은 단어인데 가리키는 대상이 다릅니다.
- 트럼프가 말한 SI: 지금 우리가 쓰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AI 전체를 새로 부르는 이름이에요. 기술 수준과 상관없이 'artificial'을 'super'로 갈아 끼운 것입니다
- 업계가 말하는 초지능: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AI를 가리킵니다. 거의 모든 인지 작업에서 모든 인간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요. 보통 AGI(사람 수준의 범용 AI)보다 한 단계 위로 놓습니다. AGI와 초지능 차이는 '사람만큼'과 '사람보다 훨씬 위'의 차이로 보시면 돼요
업계에서는 이 말이 이미 목표 이름으로 쓰이고 있어요. 메타는 2025년 6월 AI 조직을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메타 초지능 연구소)'로 새로 꾸렸고, 오픈AI 공동창업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는 2024년에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SI)'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2025년 1월 블로그에서 AGI 너머의 초지능을 목표로 적었고요.
반대쪽 진영도 이 단어를 씁니다. 퓨처 오브 라이프 연구소의 '초지능 성명'은 안전하고 통제 가능하다는 과학적 합의와 대중의 지지가 생기기 전까지 초지능 개발을 금지하자고 요구해요. 9월 23일 기준 서명자가 75,175명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깁니다. 오늘의 챗봇을 '초지능'이라 부르면, 아직 없는 기술의 이름을 이미 있는 기술에 붙이는 셈이에요. 뉴스 제목에 '초지능'이 나오면 이게 챗GPT 얘기인지, 인간을 넘어선 미래 AI 얘기인지 한 번 더 확인하셔야 합니다.
실제로 바뀐 게 있나: 미국 정부 사이트는 아직 AI예요
"모든 문서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발표 다음 날인 9월 23일 오전(한국 시간) 기준 미국 정부 사이트는 그대로입니다.
- 미국 정부 AI 정책 사이트(ai.gov): 'Artificial Intelligence' 11번, 'AI' 45번, 'SI' 0번
- 백악관 연설 요약 문: 'Artificial Intelligence' 1번, 'Super Intelligence' 1번. 선언 문장 안에서 두 단어가 같이 나온 게 전부예요
- 백악관 대통령 조치 목록: 마지막 게시일이 9월 18일입니다. 이름을 바꾸라는 행정명령이나 메모는 아직 없어요
일부 매체는 "모든 부처에 지시했다"고 제목을 달았는데, 본문을 읽어보면 근거는 연설 발언입니다. 문서로 된 지시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트럼프 본인도 연설에서 "내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 보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 이름 바꾸기가 연설로 끝나지 않은 전례는 있습니다. 국방부를 '전쟁부'로 부르게 한 것도 2025년 9월 행정명령으로 나왔거든요. 지금 백악관 문서에는 실제로 '전쟁부 장관'이라는 말이 쓰입니다. SI도 문서 지시가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에요.
미국 AI 정책: 트럼프 AI 행정명령으로 본 흐름
이름 바꾸기는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에요. 트럼프 2기 들어 미국 AI 정책은 한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ai.gov에 올라온 행정명령과 메모를 시간순으로 추리면 이렇습니다.
- 2025년 1월, 바이든 AI 정책 폐기: 취임 직후 바이든 정부의 AI 행정명령을 취소하고 '미국 AI 리더십을 막는 장벽 제거' 행정명령에 서명했어요
- 2025년 7월, AI 액션 플랜: 혁신 가속,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와 안보를 세 기둥으로 내놨습니다. 같은 날 행정명령 3개가 나왔고요. 연방정부의 '워크(woke) AI' 금지, 데이터센터 인허가 단축, 미국 AI 기술 수출 확대입니다
- 2025년 11월, 제네시스 미션: 에너지부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 터와 데이터를 묶어 과학 연구용 AI 플랫폼을 만드는 계획이에요. 바이오, 원자력과 핵융합, 양자, 반도체, 우주가 우선 분야입니다
- 2025년 12월, 주(州) AI 법 견제: 법무부에 AI 소송 전담팀을 두고 혁신을 막는 주 법에 소송을 걸게 했어요. 백악관은 주 의회에 AI 법안이 1,000건 넘게 올라왔다며 연방 단일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2026년 3월에는 연방 AI 입법 틀도 공개했고요
- 2026년 6월, AI 사이버보안과 국방: 프런티어 모델의 사이버 능력을 재는 기밀 평가 절차를 만들되, AI 모델 공개에 정부 허가를 받게 하는 제도는 만들지 않는다고 행정명령에 적었어요. 사흘 뒤 국가안보 AI 메모로 바이든 정부의 NSM-25를 대체했습니다. 여러 회사의 최신 모델을 군과 정보기관에 빠르게 들이고, 군이 쓰는 AI를 업체가 사전 승인 없이 끄거나 바꾸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에요
흐름이 분명합니다. 규제는 풀고, 인프라와 수출과 국방은 밀어붙이는 쪽이에요. 초지능 선언도 같은 흐름으로 읽혀요. AI를 '가짜 같은 지능'이 아니라 이겨야 할 핵심 기술로 부르고 싶은 거죠.
트럼프 AI 규제 거부: 이름보다 중요한 부분
이번 연설에서 무게가 실린 쪽은 사실 뒷부분입니다. 트럼프가 거부한 '글로벌 통제 계획'은 유엔이 만든 AI 논의 틀을 겨냥한 말로 읽혀요.
유엔총회는 결의 79/325로 'AI 거버넌스 글로벌 대화'를 만들었고, 첫 회의가 2026년 7월 6일과 7일 제네바에서 열렸습니다. 기후변화 분야의 IPCC처럼 과학자들이 AI 현황을 평가하는 '독립 국제 AI 과학 패널'도 같이 만들어졌어요. 나라마다 AI 규칙이 제각각이니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찾아보자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