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고자 했던 것
검수라고 하면 보통 문서·코드 검수를 떠올리는데, 저는 이번에 아이디어를 검수해 봤습니다. 커뮤니티 사례글에서 사업 아이디어 후보 90건을 뽑았고, 이걸 그대로 백로그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 근거 없는 확신 90개가 됩니다. 그래서 아이디어에도 결과물 검수와 똑같은 게이트를 걸었습니다.
진행 방법 — 3중 컬링
1차: 본문 검증 (주장 ≠ 실물)
아이디어의 근거가 된 원 사례글 본문을 전수 대조해서 KEEP 41건 / 보류 49건으로 갈랐습니다. 기준은 글의 완성도가 아니라 하나였습니다 — 본문에서 실물·수치·재현 근거를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가. 영감의 원천으로는 훌륭해도 "내 사업 판단의 근거"로 쓰기엔 확인이 안 되는 글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건 그 글들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 후보와 검증된 근거를 구분하지 않던 제 습관의 문제였습니다. 보류 49건은 이후 문서에서 근거로 인용하지 않도록 박제했습니다.
2차: verified 승격 (재현 가능한 것만)
KEEP 중에서도 구현 스택·수치·과정이 공개돼 재현 가능한 것만 verified 카드로 승격 — 6건이 남았습니다.
3차: 시장 검증 (그때 됐다 ≠ 지금 내가 이긴다)
여기가 반전입니다. verified 6건을 경쟁·시장 조사에 넣었더니 4건이 레드오션으로 탈락했습니다. 자본력 있는 선점자가 이미 있거나, 해자가 아예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생존 2건 중 1건만 착수 검토로 넘어갔습니다.
결과와 배운 점
핵심 교훈: 검수 게이트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여야 합니다
1차 게이트(본문 검증)는 "거짓·과장"을 잡습니다.
3차 게이트(시장 검증)는 "진실이지만 나에게 무용한 것"을 잡습니다.
verified를 통과한 진짜 사례조차 "지금 내가 들어가서 이긴다"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검수 축이 하나면 두 번째 종류의 오류가 전부 통과합니다.
시행착오
탈락 기록이 통과 기록보다 값졌습니다. "하지 마라" 판정 4건에 사유(경쟁사 실명·수치)를 붙여 보관했더니, 이후 비슷한 아이디어가 올라올 때마다 재검토 비용이 0이 됐습니다.
검수 결과에도 등급이 필요했습니다. 시장 조사는 검색 기반이라 원문 미대조 수치가 섞입니다. 그래서 종합판정 문서에 "경쟁사 수치는 검색 출처 기준, 원문 미대조 — 사업 문서 승격 금지"를 명시했습니다. 검수 문서가 스스로의 한계를 적지 않으면 그 문서가 다음 오염원이 됩니다.
아이디어 발산과 판정을 같은 세션이 하면 안 됩니다. 발산한 쪽은 자기 아이디어에 애착이 생깁니다. 판정은 기준 문서(실행 비가역성, 해자, 경쟁 공백)를 든 별도 패스로 돌렸습니다.
꿀팁
아이디어 검수 기준으로 저희가 쓴 세 축: ①근거 사례가 재현 가능한가(스택·수치 공개) ②경쟁 공백이 실제로 있는가 ③실패가 비가역인 영역인가(비가역일수록 방어됨). 특히 ③은 "위험해서 남들이 대충 못 하는 곳"이 곧 해자라는 관점입니다.
컬링 단계마다 산출물을 파일로 남기세요. "왜 버렸는지"가 없으면 6개월 뒤 같은 아이디어를 또 삽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분
시장 검증 단계의 검색 결과(경쟁사 매출·이용자 수)는 원문 대조가 어렵습니다. 이 단계의 근거 등급을 어떻게 운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도움 받은 글
1주차 OT — "생성 결과와 검수 결과의 차이" 프레임을 아이디어에 적용해 본 것입니다
도도치 이야기 002 — 자기채점 금지 원칙을 발산/판정 분리로 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