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영어 앱을 먼저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운영하면서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어요. 앱은 사람을 못 데려옵니다. 이미 아는 사람은 잘 쓰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닿을 통로가 없습니다.
그래서 앱에 들어있는 회화 콘텐츠를 레벨별 6단계로 분리해서 교보문고 이북으로 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주제는 뷰티영어 — 미용·헤어·메이크업 현장에서 쓰는 영어입니다. 형태는 그냥 전자책이 아니라 '소리나는 전자책'입니다. 아직 출간 전이라 완성된 후기는 아니고, 여기까지 오면서 정리된 것들을 먼저 공유합니다.
왜 앱이 있는데 전자책을 또 내는가
같은 콘텐츠를 두 번 파는 게 아닙니다. 역할이 다릅니다.
앱 — 매일 반복 훈련하는 곳. 이미 결심한 사람을 위한 도구
전자책 — 서점에서 검색되고, 미리보기가 열리고, 선물할 수 있는 것. 아직 결심 안 한 사람에게 닿는 입구
한국어 앱 스크린샷
교보문고는 그 자체로 유통망입니다. 특히 '영어회화 교재'로 검색했을 때 걸리는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큽니다. 앱스토어에서 영어회화 앱으로 경쟁하는 건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교보에서 교재를 찾는 사람은 목적이 분명합니다. 이미 공부할 마음을 먹고 검색창을 연 사람이에요.
여기에 '뷰티영어'라는 좁은 주제가 더해집니다. 일반 영어회화 교재는 수천 종이 경쟁하지만, 뷰티 현장 영어는 찾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 교재가 거의 없습니다. 외국인 손님 응대해야 하는 헤어·네일·피부관리 종사자, 뷰티 유학이나 해외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요. 검색량은 적어도 검색하는 사람의 목적이 뾰족하면 전환은 오히려 높습니다. 게다가 교재 카테고리에서 음원까지 붙은 전자책은 아직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조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교보에서 '영어회화 교재' 검색 → 전자책 구매 → 책 안에서 훈련 → 더 하고 싶어지면 앱 구독
전자책은 그 자체로 완결된 상품이면서 동시에 앱 구독으로 가는 입구입니다. 광고비를 써서 앱 다운로드를 끌어오는 대신, 책을 산 사람 — 이미 돈을 지불했고 이미 학습을 시작한 사람 — 을 데려오는 거죠. 전환율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책값을 받으면서 고객을 획득하는 셈이라 획득 비용이 마이너스입니다.
6단계 시리즈라는 구조도 여기에 맞습니다. 1권을 끝낸 독자에게는 2권을 살지, 앱으로 6단계를 한 번에 갈지 두 갈래가 생깁니다.
왜 6단계로 쪼갰나
앱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어도 됩니다. 안에서 진도를 관리해주니까요. 그런데 책은 아닙니다.
전부 한 권에 넣으면 두껍기만 하고 어디서 시작할지 몰라서 아무도 시작을 못 합니다
단계로 나누면 독자가 자기 수준을 스스로 고를 수 있습니다
1권을 끝낸 사람은 2권을 삽니다. 완주율과 재구매가 같이 올라갑니다
출간 주기가 짧아집니다. 1권 반응을 보고 2권을 고칠 수 있다는 게 제일 큽니다
1과 30문장 10과 300문장인데 70메가
그래서 6권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1단계부터 순차 출간하기로 정했습니다. 콘텐츠는 이미 앱으로 검증됐지만, 전자책 출간이라는 절차 자체는 저한테 처음입니다. 6권을 다 만들어놓고 한 번에 부딪히면 같은 실수를 여섯 번 반복하게 됩니다. 1권에서 규격·등록·정산·상세페이지까지 한 바퀴 돌려보고, 거기서 얻은 걸 2권에 바로 반영하는 쪽이 낫다고 봤습니다. 1권은 콘텐츠이자 출간 프로세스의 파일럿인 셈입니다.
구성은 주제별이 아니라 레벨별로 잡았습니다.
1단계 · 2단계 — 초급
3단계 — 초중급
4단계 — 중급
5단계 · 6단계 — 중고급
초급에 두 권, 중고급에 두 권을 배치한 게 의도적입니다. 초급 구간은 이탈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 진도를 잘게 쪼개야 하고, 중고급은 다룰 표현의 폭 자체가 넓어서 한 권에 안 들어갑니다. 반대로 3~4단계는 넘어가는 구간이라 한 권씩으로 충분했습니다.
레벨별로 나눈 덕에 독자가 자기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뷰티영어가 필요한 사람 중에는 영어 자체가 처음인 분도 있고, 영어는 되는데 현장 용어만 모르는 분도 있거든요. 한 권으로 묶으면 둘 다 만족을 못 시킵니다.
'소리나는 전자책'으로 가는 이유
영어 회화는 본질적으로 읽는 콘텐츠가 아니라 듣는 콘텐츠입니다. 그런데 기존 방식은 전부 반쪽이었어요.
종이책 + QR코드 → 폰 꺼내는 순간 유튜브로 샙니다
일반 전자책 → 텍스트만 있 으니 발음은 결국 상상해야 합니다
오디오북 → 소리는 있는데 지금 어느 문장인지 눈으로 못 따라갑니다
한 파일 안에서 텍스트와 소리가 붙어 있어야 학습이 안 끊깁니다. 문장을 눈으로 보면서 그 문장의 소리를 동시에 듣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어떤 품질로 넣느냐가 다음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진짜 특징 — Azure TTS 48kHz WAV
여기가 다른 영어 교재와 갈리는 지점입니다. 회화 음성을 Azure TTS로 생성해서 48kHz 무손실 WAV로 수록합니다.
시중 교재 음원은 거의 다 MP3입니다. 용량 때문이죠. 그런데 MP3 압축은 사람 귀에 '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주파수 영역부터 버립니다. 음악 감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영어 발음의 결정적 단서가 정확히 그 버려지는 영역에 있다는 겁니다. /s/와 /th/, /f/와 /p/를 가르는 고주파 성분, 자음이 시작되는 순간의 미세한 파형 — 압축하면 뭉개집니다.
한국인이 아무리 들어도 안 들리는 소리가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겁니다. 애초에 음원에 그 소리가 안 들어있었던 거예요. 배속 훈련을 하면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압축 음원을 2배속으로 돌리면 뭉개진 게 더 뭉개져서 그냥 소음이 됩니다.
왜 Azure TTS인가
성우 녹음도 검토했는데, 시리즈 6권을 성우로 가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정이 안 됩니다. 문장 하나 고치려면 스튜디오를 다시 잡아야 해요. AI 음성은 원고를 고치면 음원이 다시 나옵니다. 순차 출간 전략과 맞물리는 선택입니다. 1권 반응 보고 2권 문장을 고칠 수 있으려면 음성이 재생성 가능해야 합니다.
Azure를 택한 실무적인 이유는 출력 포맷을 48kHz WAV로 직접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TTS 서비스 중에는 MP3로만 떨어뜨리거나, WAV를 줘도 24kHz인 곳이 많습니다. 24kHz면 나이키스트 한계상 12kHz 위가 아예 없습니다. 치찰음 대역이 통째로 비는 거죠. 그러면 앞에서 말한 게 전부 무의미해집니다. 시작점부터 48kHz여야 합니다.
가공 원칙
생성부터 최종 수록까지 전 구간 WAV. 중간에 한 번이라도 MP3를 거치면 끝입니다. 날아간 고주파는 다시 WAV로 바꿔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피치를 보존한 채 속도만 올립니다. 단순 재생속도 조절은 목소리가 헬륨처럼 변해서 훈련 효과가 사라집니다. 음정을 유지하고 시간축만 압축해야 원래 음소가 살아있습니다.
1.0배 → 2배 → 3배 계단식으로 배치하고, 마지막에 다시 1.0배로 내려옵니다. 이 되돌아오는 구간이 핵심입니다. 그때 원래 속도가 놀랄 만큼 느리게 들립니다. 있고 없고의 체감 차이가 큽니다.
고급 사용자는 3배 → 4배 까지 훈련이 가능합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시간 절약이 특징입니다
대가는 용량입니다. 48kHz WAV는 MP3의 열 배쯤 됩니다. 6단계로 쪼갠 데는 이 이유도 있습니다. 한 권에 다 넣으면 파일이 감당이 안 됩니다.
지금까지의 삽질 포인트
PC 및 PAD 화면 불일치
PC는 좌우화면이 나오는데, PAD로는 좌측 화면만 표시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
배속은 1-4배속 까지 재대로 작동
Pad
한국어 텍스트가 적힌 태블릿
남은 과제, 그리고 질문
지금 목표는 '텍스트 + 음원이 한 파일에 들어있는' 수준입니다. 재생 중인 문장이 화면에서 자동 하이라이트되는 단계까지 가는 게 그다음입니다.
1권을 내면서 규격·등록·정산·상세페이지까지 한 바퀴 돌려보고, 그 과정을 기록해서 2권부터는 훨씬 빠르게 갈 생각입니다.
책 → 앱 구독 전환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가 남았습니다. 너무 노골적이면 책이 광고물이 되고, 너무 숨기면 아무도 안 넘어옵니다. 지금은 단계 끝나는 지점에 자연스럽게 두는 쪽으로 보고 있습니다.
교보문고 이북에 음원 들어간 전자책 올려보신 분 계신가요? 특히 WAV처럼 큰 파일을 수록하실 때 용량 제한이나 지원 포맷에서 걸리셨던 부분이 있으면 미리 듣고 싶습니다. 앱과 책을 같이 운영해보신 분 경험도 환영합니다.
1권 내고 나면 출간 과정에서 배운 것들 그대로 정리해서 후속 글로 올리겠습니다. 저처럼 시리즈 전자책 준비하시는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