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도구는 대개 효율을 위해 사용한다. 더 빠르게 자료를 찾고, 글을 쓰고, 반복 작업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매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작업 공간이라면 효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그 공간을 계속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개인의 취향이다.
이번에는 Codex의 기능을 업무에만 활용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로 작업 환경을 꾸며보기로 했다. 선택한 소재는 웹툰 《노블레스》의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였다. 목표는 라이제르를 모티프로 한 작은 캐릭터가 Codex 화면 안에서 기다리고, 달리고, 손을 흔들며 함께 작업하는 디지털 펫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문장으로 시작한 펫 만들기
시작은 간단했다.
노블레스에 나오는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로 펫을 만들어줄 수 있어?
AI는 이 요청을 바탕으로 붉은 눈과 검은 귀족풍 의상을 갖춘 치비 스타일의 캐릭터를 설계했다. 이어서 가만히 기다리는 모습, 좌우로 달리는 모습, 손을 흔드는 모습, 점프하는 모습처럼 Codex 펫에 필요한 여러 동작을 각각 이미지로 만들었다.
단순히 캐릭터 그림 한 장을 만드는 작업은 아니었다. 펫이 화면 속 상황에 맞춰 움직이려면 수많은 작은 프레임이 일정한 규격 안에 정확히 배치되어야 한다.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고, 각 이미지의 배경은 투명해야 했다. AI는 이미지 생성부터 프레임 조립, 방향 검수, 설치용 파일 구성까지 이어서 처리했다.
긴 검은 머리를 가진 검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라이제르는 흰 머리야”라는 짧은 피드백
첫 번째 결과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었다. 라이제르의 머리가 검은색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전달한 피드백은 한 문장이었다.
라이제르는 흰 머리야.
짧은 말이었지만 수정 범위는 작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그림의 머리색만 덧칠하면 동작마다 모습이 달라질 수 있었다. AI는 기본 이미지뿐 아니라 모든 동작과 시선 방향을 백은발로 다시 생성했다. 붉은 눈과 검은 의상은 유지하면서, 밝은 머리카락이 각 프레임에서 같은 분위기로 보이도록 전체 결과물을 재구성했다.
이 과정은 대화형 AI 작업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 사용자가 기술적인 수정 방법이나 이미지 처리 과정을 몰라도, 무엇이 다른지만 정확히 말하면 AI가 그 피드백을 실제 작업 항목으로 바꿀 수 있었다.
다양한 이미지가 담긴 종이 사진
보이지 않던 오류를 찾아 다시 만들다
흰 머리 버전이 생성됐다고 해서 바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배경을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프레임에 색이 들어간 사각형이 남는 문제가 최종 검수 중 발견됐다. 생성된 배경색이 조금씩 달라 자동으로 깔끔하게 제거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AI는 배경색을 더 균일한 색으로 바꾸고 전체 이미지를 다시 준비했다. 대기 동작에서 포즈 하나가 빠진 문제도 함께 복구했다. 마지막에는 이미지 크기, 프레임 배열, 투명 배경, 시선 방향을 다시 검사해 Codex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지 확인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생성과 검수를 한 흐름 안에서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사용자가 일일이 판단하지 않아도, AI가 원인을 추적하고 수정 범위를 정해 다시 완성했다.
긴 흰 머리를 가진 흑백 애니메이션 캐릭터
화면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라이제르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완성된 라이제르 펫이 실제 Codex 화면에서 움직였을 때였다. 머릿속에 있던 취향이 단순한 이미지로 끝나지 않고, 매일 사 용하는 작업 도구의 일부가 된 순간이었다.
펫은 작업 상태에 따라 기다리거나 달리고, 손을 흔들거나 검토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기능만 놓고 보면 업무 성과를 직접 높여주는 도구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하고 무채색이었던 작업 공간에 좋아하는 캐릭터의 분위기가 더해지자 도구를 사용하는 경험 자체가 달라졌다.
AI는 작업뿐 아니라 작업 경험도 바꾼다
이번 사례에서 얻은 가장 큰 발견은 AI 도구의 역할이 업무 자동화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개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로 변환해 작업 환경을 더 즐겁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사용자가 해야 했던 일은 원하는 캐릭터와 분위기를 말하고, 결과에서 다른 부분을 짚어주는 것이었다. 복잡한 애니메이션 규격이나 이미지 처리 방법은 AI가 맡았다. 덕분에 전문적인 제작 경험이 없어도 아이디어를 실제로 움직이는 디지털 펫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효율적인 도구는 일을 빠르게 해준다. 여기에 취향까지 담긴 도구는 그 일을 하는 시간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든다. 라이제르 펫 만들기는 AI가 단순히 일을 대신하는 존재를 넘어, 나만의 작업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은 실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