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줄 요약
재고·발주를 수기로 관리하던 리테일 MD인 제가 — IT팀 없이 — AI 에이전트와 함께
현장에서 생기는 모든 재고 변화를 먼저 검증하고 ERP로 보내는 운영 시스템을 직접 설계했어요. 이 글은 "코드를 못 짜는 사람이 어떻게 시스템을 설계했나"에 대한 기록이에요.
## 이런 분들께 도움돼요
- 도메인은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걸 만들어줄 개발 리소스가 없는 운영/MD 담당자
- AI에게 "이거 만들어줘"라고 했다가 산으로 간 경험이 있는 분
- 자동화하고 싶지만, 무엇을 사람이 하고 무엇을 맡길지 경계가 안 잡히는 분
- 비개발자도 설계는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분
## 시작점: 자동화가 아니라 "경계"가 먼저였다
저는 상설 매장과 팝업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MD예요. 제 하루는 이렇게 흘렀어요.
- 매출은 5개 사이트에 따로 접속해서 수동 집계
- 발주는 요청→확인→출고예정→입고 4단계를 엑셀로 눈으로 추적
- 재고는 ERP에 수기로 입력 — 그런데 이 입력 실수가 그대로 회계와 위탁 정산까지 흘러갔어요
가장 큰 문제는 숫자가 안 맞을 때 왜 안 맞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마이너스 재고가 떠도 어디서 틀어졌는지 추적이 안 됐죠.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말은 쉬웠지만, 정작 막막했던 건 무엇부터 시스템에 맡길지였어요.
그래서 처음 한 일은 코딩이 아니라 선 긋기였어요. 무엇을 사람이 판단하고,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AI에게 맡길지. 이 경계를 먼저 그리지 않으면 자동화는 그냥 더 빠른 혼란일 뿐이더라고요.
## 핵심 관점: 도메인 이해 = 설계의 90%
AI와 일하면서 제일 크게 깨달은 건 이거예요.
> 어떤 화면이 필요한지, 어떤 규칙이 있어야 하는지는 — 운영자만 안다.
- 위탁 재고는 업체 소유라 사입과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
- 발주는 창고에 재고가 있으면 창고분, 없으면 업체분으로 나뉜다는 것
- 매장마다 실사 시점이 달라서 재고 기준일이 제각각이라는 것
이건 개발 지식이 아니라 현장 지식이에요. 그리고 시스템 설계의 대부분은 바로 이 현장 지식에서 나와요. AI는 그 설계를 코드로 번역하는 역할이었고, 저는 "무엇을·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역할이었어요. 이 두 역할이 명확히 갈리니까 작업이 빨라졌어요.
## 유저플로우로 설계를 눈에 보이게 만들었다
가장 효과가 컸던 건, 구현부터 시작하지 않고 전체 흐름을 먼저 그린 것이었어요.
제가 AI와 함께 처음 그린 건 이 한 장이었어요 — 현장 → 선검증 원장 → ERP.
핵심은 ERP에 바로 넣지 않는다는 거예요. 현장에서 생기는 모든 재고 변화를 일단 이 앱(중간 검문소)에 먼저 기록하고, 마이너스 재고 검사와 자동 검증을 통과한 데이터만 ERP로 보내요. 지금까지 입력 실수가 회계까지 흘러가던 구조를, 검문소를 하나 세워서 끊은 거예요.
이 다이어그램 한 장을 그리고 나니 AI와의 대화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어디를 만들어야 하나"가 눈에 보였고, 각 화면이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었어요. 설계 없이 "재고 앱 만들어줘"라고 했을 때와는 속도가 비교가 안 됐어요.
## 사람 / AI / 자동화 — 세 개의 역할
시스템을 만들면서 모든 기능을 이 세 가지로 나눠서 봤어요.
- 사람의 몫: 판단·실사·예외 승인 (재고를 얼마나 발주할지, 마이너스가 떴을 때 승인할지)
- 자동화의 몫: 규칙이 명확한 것 (재고 합산, 전표 자동 분기, 마이너스 차단)
- AI의 몫: 자연어로 운영하고, 반복 작업을 스킬로 묶고, 누락을 감지하는 것
이 3분법이 이 시스템의 뼈대예요.
한국어 버전 한국어 버전 한국어 버전 한국어 버전 한국어
다음 편(2편)에서는 발주·입고검수·매출 수집·재고 관리 각각에서 이 세 역할이 실제로 어떻게 나뉘었는지 하나씩 뜯어볼게요.
## 1편에서 남기고 싶은 한 가지
비개발자에게 AI는 "코드를 대신 짜주는 도구"로 보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AI는 개발자였고 저는 설계자였어요. 그리고 좋은 설계자가 되는 조건은 코딩 실력이 아니라 — 내 업무를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아는 것이었어요.
> 도메인을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 이제는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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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발주 추적, 입고검수, 매출 자동 수집, 재고 관리 — 각 기능에서 사람·AI·자동화의 경계가 실제로 어디였는지, 그리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시스템이 안 무너지게 만든 방법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