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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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에이전트로 자산 불려서 진짜 에르메스 사기 👜

아무 표시도 없는 주황색 에르메스 가방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조금 짓궂은 농담입니다. ㅎㅎ

저는 버킨백 가격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고, 가방에 큰돈을 쓸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NVDA를 한 주 더 사고 싶어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에르메스 에이전트로 자산을 불려서 진짜 에르메스를 산다"는 표현은, Hermes Agent(에르메스 에이전트) 라는 AI 에이전트의 이름과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살짝 엮은 말장난 정도로 여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제목을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글이 결국 "내 돈을, 나의 맥락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관리해 주는 에이전트" 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에르메스를 사든 사지 않든,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프가 있는 클립보드를 보고 있는 사업가 그룹

그래서 이 글에서 "에르메스"는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무언가" 의 자리에 놓인 상징이라고 봐 주시면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자동차일 수도, 집일 수도, 혹은 마음 편한 노후일 수도 있겠지요.


1. 페인포인트: 더리치, 토스, 뱅크샐러드… 정말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자산관리 앱 하나쯤은 대부분 쓰고 계실 겁니다. 더리치로 배당 일정을 확인하고, 토스로 흩어진 계좌를 모아 보고, 뱅크샐러드로 소비 패턴을 살펴봅니다. 저 역시 모두 써 봤고, 처음에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진 2 - 한국 금융앱 스크린샷 1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아쉬움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계좌 사진이 있는 휴대전화

첫째, 에이전트가 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앱은 "이번 달 카드 지출이 늘었습니다" 정도는 알려 주지만, "지금 NVDA 비중이 과하고, 국내 ETF도 사실상 대부분 미국 테크에 묶여 있어서 AI 테마 한 번에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는 결코 해 주지 않습니다. 앱은 제 데이터를 볼 뿐, 제 상황까지 헤아리지는 못하는 셈입니다.

둘째, 플랫폼에 종속됩니다. 더리치가 보여 주는 화면, 토스가 정해 둔 분류, 뱅크샐러드가 만든 리포트. 모두 그들이 정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보고 싶다", "이런 알림을 받고 싶다"고 바라도 제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손님이고, 화면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것이니까요.

한국어 문자가 적힌 휴대폰

셋째, 원하는 자동화와 리서치를 직접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대부분의 자산관리 앱은 API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장이 마감되면 내 보유 수량 기준으로 손익을 계산해서 텔레그램으로 보내 줘"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도, 데이터를 꺼내올 방법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분명 제 데이터인데, 정작 제가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결국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기성 앱은 잘 지어진 기성복 같다는 것을요. 어떤 날은 제법 잘 맞지만, 제 몸에 꼭 맞지는 않습니다.


2. 발상의 전환: 앱에 맞추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나의 맥락'을 건네기

그래서 방향을 완전히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앱이 제 맥락을 모른다면, 제가 직접 에이전트에게 제 모든 맥락을 건네주면 되지 않을까?"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진짜 핵심입니다. 저는 Hermes Agent 에게 제 자산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해서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 스크린샷
한국어로 된 두 사람의 대화 스크린샷
  • 키움 해외주식 계좌

  • 한국투자 해외주식 계좌

  • 한국투자 국내 ETF 계좌

  • 연금저축 / IRP ETF

  • (앞으로 확장할 영역) 적금, 예금, 부동산, 현금성 자산, 비트코인 까지

  • 비상장 주식

종목명과 보유 수량, 평단가, 계좌 구분을 굉장히 잘해줬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흩어진 자산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주식, ETF, 연금, 그리고 앞으로는 적금과 부동산까지요. 토스가 한 화면에 묶지 못하는 것도, 제가 직접 정리해 전달하면 에이전트는 한눈에 함께 살펴봅니다.

둘, 메모리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한 번 전달한 맥락을 에이전트가 기억하기 때문에, 매번 "제 포트폴리오는 이렇고…" 하고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에이전트는 이미 저를 알고 있는 셈입니다. 바로 이 점이 기성 앱과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앱은 저를 "여러 사용자 중 한 명"으로 대하지만, 제 에이전트는 저를 저 자신으로 대합니다.

그 결과, 저에게 최적화되고 저에게 잘 맞는 에이전트가 제 자산을 관리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화면도, 알림 기준도, 뉴스를 고르는 방식도 모두 제가 정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이렇게 바꿔 줘"라고 말씀드리면 됩니다.


3. 무엇을 만들었나: 미국장·국장 마감 자동 리포트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매일 시장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대신, 제가 알아야 할 것만 받아 보는 것이었습니다.

1. 미국장 마감 후 07:30 KST 요약 받기
2. 한국장 마감 후 16:00 KST 요약 받기
3. 보유 종목 전체 움직임을 '내 계좌 영향' 숫자로 보기
4. 관심 / 중요 / 긴급 알림 기준 적용하기
5. 뉴스는 너무 많지 않게 선별해서 보기
6. 상세 로그는 Obsidian에 차곡차곡 쌓기
7. 처음에는 [TEST] 모드로 며칠 검증한 뒤 운영 전환하기

사용한 도구는 모두 제가 직접 다룰 수 있는 것들로 골랐습니다.

  • Hermes Agent — 텔레그램 대화로 작업 실행, 파일 생성, 크론잡 등록, 스킬 관리

  • Python — 가격 수집, 등락률·손익 계산, 메시지 렌더링, 로그 생성

  • yfinance — 미국 주식/ETF, 일부 국내 ETF(.KS) 가격 조회

  • Naver Finance 자동완성 API — 국내 ETF 종목 코드 탐색

  • Obsidian — 상세 일간 로그 누적

  • Telegram — 매일 요약 수신

  • 크론잡 — 미국장 07:30, 한국장 16:00 자동 실행

기성 앱과 달리 이 조합에는 막혀 있는 벽이 없습니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손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4. 핵심 인사이트: "주가 등락률"이 아니라 "내 계좌 영향"

한국판 회사 사업 계획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값진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떤 종목이 5% 올랐더라도, 보유 비중이 작다면 제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비중이 큰 종목은 1~2%만 움직여도 수십만 원이 오갑니다.

그래서 등락률 대신 다음 계산을 사용했습니다.

(전일 대비 가격 변화) × (내 보유 수량) × (환율) = 내 포트폴리오에 미친 실제 영향

이렇게 하니 비로소 "오늘 내 계좌가 실제로 얼마나 움직였는가"라는, 그동안 어떤 앱도 명쾌하게 답해 주지 못했던 질문에 답할 수 있었습니다.

알림 등급도 등락률과 금액을 함께 보도록 설계했습니다.

관심  : 종목 ±3% 이상  또는  내 자산 영향 ±10만 원 이상
중요  : 종목 ±5% 이상  또는  내 자산 영향 ±30만 원 이상  또는  레버리지 ETF ±7% 이상
긴급  : 종목 ±10% 이상 또는  내 자산 영향 ±100만 원 이상 또는  전체 포트폴리오 ±3% 이상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이 크기에 별도 기준을 두었고, 자체 뉴스보다 기초자산의 뉴스가 더 중요하기에 다음과 같이 매핑해 두었습니다.

AAPU → AAPL
MSFU → MSFT
PLTU → PLTR

5. 실제로 도착하는 메시지

매일 아침과 오후, 텔레그램으로 이런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text

[TEST] 미국장 마감 요약 — 2026-05-26
총 영향: -346,375원 추정 / 주식·ETF 기준 -1.56%
알림: 관심 3 · 중요 1 · 긴급 0

전체 보유종목 움직임
- NVDA  -2.18%, -375,793원 추정 [중요]
- AAPL  +0.92%, +172,050원 추정 [관심]
- GOOGL -1.62%, -527,543원 추정 [관심]
- TSM   -5.93%,  -168,576원 추정
- AMD   +3.31%,  +167,648원 추정 [관심]
- MSFU  -1.30%,  -247,541원 추정
- PLTU  -1.42%,  -415,542원 추정
- AAPU  +2.13%,  +356,874원 추정
- ...

선별 뉴스
- NVDA: (실제 뉴스 헤드라인)
- GOOGL: (실제 뉴스 헤드라인)
- ...

상세 로그: Finance/Portfolio/Daily/2026-05-26-us-close-test.md

핵심은 숫자는 빠짐없이, 뉴스는 선별해서 라는 구조입니다. 모든 종목의 움직임은 숫자로 한 번에 보여 주되, 뉴스는 관심·중요·긴급이거나 비중이 높은 종목에만 붙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메시지가 한없이 길어져, 정작 손이 가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6. Telegram은 간결하게, Obsidian은 충실하게

두 도구의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었습니다.

Telegram = 지금 당장 확인할 요약
Obsidian = 나중에 다시 들여다볼 근거와 기록

텔레그램에는 한눈에 들어오는 요약만 담고, Obsidian에는 종목별 상세 움직임과 뉴스 원문, 데이터 관련 메모까지 충실히 쌓아 둡니다. 이렇게 매일 기록이 누적되면, 월말에 "이번 달 가장 영향이 컸던 종목", "AI 테마 노출의 변화", "리밸런싱 후보" 같은 것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기성 앱으로는 누리기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데이터가 제 vault에, 제가 원하는 형식으로, 오래도록 차곡차곡 쌓이니까요.


7. 시행착오의 기록 (이 또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물론 한 번에 매끄럽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ETF 티커 매핑 — yfinance가 국내 ETF를 이름만으로는 잘 찾지 못해, Naver Finance 자동완성 API로 종목 코드를 찾아 .KS 형식으로 변환했습니다. (예: TIGER 미국테크TOP10 → 381170.KS)

뉴스 과다 — 처음에는 모든 종목에 뉴스를 붙였더니 메시지가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숫자와 뉴스를 분리하고, 뉴스는 중요한 종목에만 남겼습니다.

다소 막연한 추정 문장 — 초기에는 "GOOGL 관련 뉴스가 상승에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 같은, 그럴듯하지만 알맹이가 부족한 문장이 나왔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추정이 아니라 실제 헤드라인이었기에, 그러한 문장들을 모두 덜어냈습니다.

Hermes 실행 환경의 pip 문제 — venv에 pip가 없어 설치가 실패했는데, python3 -m ensurepip --upgrade 로 해결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테스트 주도 개발(TDD) 로 진행했습니다. 기능을 바꿀 때마다 테스트를 먼저 작성한 뒤 구현했고, 최종적으로 17 passed 결과를 얻었습니다.


8. 그래서, 에르메스는 언제 사느냐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에르메스를 사지 않습니다.

다만 이 시스템이 매일 알려 주는 것은 결국 이런 이야기입니다. "오늘 당신의 자산은 이만큼 움직였고, 그것이 당신에게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이것입니다." 등락률이라는 남의 언어가 아니라, 내 계좌 영향이라는 저만의 언어로 말이지요.

기성 앱이 해 주지 못한 것을, 제 맥락을 건네받은 에이전트가 해 줍니다. 화면도 제가 정하고, 알림도 제가 정하고, 기록도 온전히 제 것입니다.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API가 없다고 발만 동동 구를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에르메스 에이전트로 자산을 불려서 진짜 에르메스를 산다"는 말은, 풀어 쓰면 이렇게 됩니다.

내 맥락을 이해하는 AI 에이전트에게 자산 관리를 맡겨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의 무언가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에르메스 가방이고, 저에게는 NVDA 한 주, 그리고 마음 편한 노후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1단계: TEST 모드로 3~5일 운영하며 메시지 품질 확인
2단계: 안정되면 [TEST]를 떼고 운영 모드로 전환
3단계: 뉴스 필터 강화 (실적·규제·소송·CEO 변경 등 이벤트 태깅)
4단계: 월간 리스크 리뷰 + 리밸런싱 시뮬레이션 자동화

한 줄 요약

더리치·토스·뱅크샐러드가 그들의 방식으로 제 데이터를 보여 줄 때, 저는 제 모든 자산 맥락을 직접 건넨 에이전트에게 저만의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받기로 했습니다. 등락률이 아니라 내 계좌 영향으로, 플랫폼이 아니라 제 손바닥 위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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