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때 PPT 외주를 받아서 남의 발표자료를 만들어주던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 대기업 팀장 22명을 모시고 2시간짜리 온라인 OT를 하면서 PPT를 아예 열지 않았어요. 덱을 HTML로 만들었거든요. 어려운 게 아닙니다. 클로드 코드한테 달라고 하면 돼요.
클로드 코드한테 "브라우저에서 열리는 (html)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됩니다. PPT 설치도 디자인 감각도 필요 없겠죠? ㅎㅎㅎ
그렇지만 ... 바이브코딩으로 뭔가를 만들 때에는 결국 한끗차이 !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가 (PPT 전문가로서) (아마도) ㅋ 야금야금 모아온 꿀팁 몇 가지를 풀어드리겠습니다.
1. 클릭해도 안 넘어가게 잠그기
슬라이드는 보통 화면을 클릭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저는 설명하면서 마우스로 화면을 가리키는 습관이 있어서, 가리키려다 클릭되는 순간 슬라이드가 훌렁 넘어가 버렸어요. 오프라인이었으면 괜찮았을텐데, 저는 Zoom으로 진행하는거라 ... 이 부분이 중요했습니다. 실전에서 이랬으면 난리났겠죠?
나: "조금이라도 클릭?하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넹 ㅜㅜ"투정 한마디에 클릭 넘김이 아예 꺼졌습니다. 넘기는 건 방향키와 스페이스로만 ! 기존 레거시 도구가 정해둔 동작에 습관을 맞추는 게 아니라, 습관에 맞게 도구를 바꾼 첫 번째 순간이었어요 (감격) 👍
2. 레이저 포인터와 펜 달기
이번에는 커서 자리에 빨간 점이 따라다니는 레이저 포인터를 달았습니다.
"마우스 커서 따라다니는 펜? 그런 기능은 아무래도 못 넣겠지? 포인터기능"못 넣긴요. 슬라이드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펜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리허설 해보니 펜이 안 나왔습니다.
"야 이거 펜 왜 안나오지"기능은 분명히 들어가 있는데 키가 안 먹는 상황. 원인이 웃겼는데, 한/영 키였어요. 펜 전환을 D 키에 걸어놨는데 제 키보드가 한글 입력 상태였고, D를 누르면 ㅇ이 들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펜을 부른다는 게 계속 ㅇㅇㅇ을 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건, 무슨 글자가 입력됐는지가 아니라 어느 물리 키가 눌렸는지를 기준으로 판정하게 고쳐서 해결했습니다.
발표장에서 한/영 상태까지 통제할 수는 없으니, 웹 발표 도구의 단축키는 처음부터 물리 키 기준으로 걸어두는 게 안전합니다. ㅎㅎ
3. 작은 글씨는 클릭 확대로 해결하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화면 스크린샷을 넣은 장표 속 글자가 좀 작아보이는거예요 ㅠㅠ 온라인 발표에서는 안 보일 크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미지를 클릭하면 화면 가득 커지는 동작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장표를 다시 디자인하는 대신, 덱의 동작을 바꾼 거예요.
4. 발표 중에 그 자리에서 고쳐 내보내기
자 이건 PPT로는 정말 안 되는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만약 세션 중에 장표를 수정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저는 발표는 대본대로 이어가면서, 옆에 열려 있던 클로드 코드 채팅창에 사이사이 한 줄씩 부탁했어요. 발표 화면이 코드로 되어있으면, 발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고칠 필요가 없답니다? 😎
생각해보니 이건 꿀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거네요 ...
5. AI 티 나는 디자인은 금지 목록으로 막기
솔직히 AI가 뽑아주는 슬라이드를 보면 어디서 티가 나는지부터 눈에 들어잖아요.
예를 들어 몇 가지만 꼽으면 이렇습니다.
문장 사이에 들어가는 가로로 긴 줄표 (영어권 글에서 쓰는 대시)
콜아웃마다 왼쪽에 세로로 붙는 컬러 줄
베이지, 민트, 핑크가 한 화면에 같이 깔리는 파스텔 다색
제목 위에 작은 점 하나 찍고 테두리 두른 알약 모양 배지
한국어 슬라이드 제목 위에 뜬금없이 붙는 영문 대문자 꼬리표 (인사이트, 키 포인트 류를 굳이 영어로)
하나하나는 사소한데 몇 개 겹치면 보는 사람이 바로 압니다. 아 이거 AI가 만들었구나. 저는 이걸 만들 때마다 지적하지 않아요. 클로드 코드가 작업 전에 항상 읽는 지침 파일(CLAUDE.md)에 금지 목록으로 적어뒀습니다. 그 뒤로는 첫 결과물부터 이 목록이 걸러진 채로 나와요. 굿굿
6. 텍스트 다이어트 제약 걸기
AI한테 슬라이드를 맡기면 쓸데없는 문장이 자꾸 붙습니다. ㅋ
한 슬라이드에 메시지 하나, 텍스트는 최대 3줄, 줄당 20자 이내.
이 제약을 프 롬프트 맨 위에 고정해 두는 건 어떨까요?
7. 이미지는 최대한 많이 임베딩하기
솔직히 파일명도 말할 필요가 없고요. 클코한테 알아서 캡쳐하든 어쩌든 이미지 임베딩 하라고 하면 해줍니다.
이미지를 넣는 건, AI스러운 디자인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8. 다이어그램과 아이콘도 코드로 그리게 하기
만약 구조화된 슬라이드나 아이콘이 필요하면 "이 슬라이드 주제에 맞는 미니멀한 SVG 아이콘을 코드로 그려줘"라고 해보세요. 이미지 파일을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비주얼 요소 까지 코드로 받을 수 있습니다.
9. 대본까지 한 번에 뽑기
슬라이드에는 간결한 키워드만 남기고, 풀어서 말할 내용은 진행 대본으로 같이 생성해 달라고 하세요. 저는 전날 밤에 고객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 넣고, 슬라이드 번호와 1:1로 붙은 105분치 대본을 뽑았습니다. 슬라이드마다 무슨 말을 할지, 화면 전환 타이밍, 예상 질문까지요.
덱이 14장에서 27장까지 다섯 번 재구성되는 동안에도 대본은 같이 따라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