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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로 써야 한다 — 전자책 스터디 마지막 발표 6인의 이야기: 인사이트 얻은 내용


프롤로그

마지막 발표회가 열렸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있고, 걷는 중에 전화로 참여한 사람도 있고, 밤새 코딩을 하다 한 시간밖에 못 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공통된 문제 앞에 서 있었다.

AI가 초안을 써줬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쓰다 보니 한도 끝도 없다. AI 투가 너무 난다. 직접 쓰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든다.

이날 모두가 하나의 결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AI는 쓸 수 있어도, 내 목소리는 내가 넣어야 한다.


1. 리리님 — 퇴고 앞의 멈춤

리리님은 이미 발표를 마쳤다. 지난주에 사례를 올렸다.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 걸리는 것이 있다. 이미 쓴 글을 고치고 싶은데, 퇴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새로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근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하나 더. 글이 다 완성되면 중간에 삽화를 넣고 싶다. 표지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원샷 인사이트 #1

리리님의 고민이 솔직했다.

다 쓰고 나서 마음에 안 든다는 것. 나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나서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반드시 온다.

퇴고를 어떻게 하냐는 질문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AI에게 독자 입장에서 읽어달라고 하면 된다.

"이 글을 처음 보는 독자가 읽는다면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거나 빠진 것 같은지 말해줘."

이 한 줄이 퇴고의 시작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AI가 본다.


2. 최샘님 — 나만의 출판사를 세우다

최샘님은 나만을 위한 케어가 필요했다.

에이전트든, 매니저든, 출판사든 — 나를 위해 생각해주는 곳. 그것을 AI로 만들기로 했다.

호프펑크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념은 하나다. "냉소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자."

Claude Code로 전자책 초안 5챕터를 한꺼번에 작성했다. 맥스 플랜으로, 한 번에 돌렸다. 다 나왔다.

그런데 읽어보니 문제가 있었다. 1장부터 5장까지 AI가 쓴 투가 너무 났다. 비슷한 문장 구조, 비슷한 전개 방식.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이건 사람이 쓴 게 아니다."

"초안까지 만들어줬으면 이제부터는 사람의 손을 타야 되겠다."

에디팅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튜디오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클로드 코드가 편집장이고, 챗GPT와 퍼플렉시티는 검토용이다. 유통은 작가와. 4월 25일 출판이 목표다.

원샷 인사이트 #2

출판사를 세운다는 발상이 인상 깊었다.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팀을 꾸린다. 내가 대표고, AI가 편집장이고, 다른 AI가 검토를 한다. 이렇게 역할을 정해놓으면 작업이 달라진다.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된다.

나도 CMDS를 만들 때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볼트를 운영하는 체계를 세운다. 그 체계 안에서 AI가 각자의 역할을 한다.

냉소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자. 이 말은 내가 가져가도 되겠다.


3. 하얀꿈님 — 편집자와 독자를 동시에 고용하다

하얀꿈님은 욕심이 생겼다.

전자책이니까 대충 써도 되겠지 했는데, 종이책을 한 번 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 간지가 넣고 싶고, 표지가 제대로였으면 좋겠고.

쓰는 책은 엄마 잔소리 10가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책이다. "많이 먹으면 돼지 된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 이런 잔소리들이 실제로 맞는지 틀린지.

"클로드한테 물어봤더니 정말 맞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거기서 시작됐다. 잔소리 10가지를 뽑고, 건강 잔소리와 생활 잔소리로 나누고, 각각의 과학적 근거를 검증한다.

핵심 전략은 두 창이다.

클로드 창에는 편집자 페르소나를 넣었다. 제미니 창에는 독자 페르소나를 넣었다. 같은 글을 양쪽에 넣으면 편집자 시점의 피드백과 독자 시점의 피드백이 동시에 나온다. 절충해서 글을 다듬는다.

"편집팀처럼 사용하신 거네요. 양쪽으로 크로스체크."

표지도 만들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비슷한 느낌의 책 표지를 캡처했다. 그걸 클로드에게 주고 "이 느낌으로 표지 만드는 프롬프트를 써줘"라고 했다. 그 프롬프트를 제미니 나노바나나에 넣었다. 앞치마를 두른 엄마가 도넛을 들고 있는 표지가 나왔다. 글씨는 미리캔버스에서 넣었다.

원샷 인사이트 #3

두 창 전략이 핵심이다.

하나의 AI에게 편집자도 되고 독자도 되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 관점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구조를 본다. 독자는 감정을 본다.

클로드와 제미니를 각각 다른 역할로 분리한 것이 영리하다. 나도 글을 쓸 때 한 AI에만 물어봤는데, 앞으로는 역할을 나눠서 두 군데에 동시에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표지를 만드는 순서가 실용적이다. 레퍼런스 캡처 → 프롬프트 작성 요청 → 이미지 생성 → 글씨 추가. 이 4단계가 전부다. 디자이너 없이도 표지를 만들 수 있다.


4. semi님 — 걷는 중에도 함께

semi님은 걷는 중이었다.

공간을 이동하면서도 접속했다. 급하게 사례글을 써서 올렸다. 했던 내용들만 적어놓은 것이라 발표할 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자리를 지켰다.

완성된 것을 발표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것을 발표하는 사람도 있고, 걸어가면서도 들으려는 사람도 있다. 스터디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원샷 인사이트 #4

semi님에게서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니다.

완성이 아니어도 참여한다는 것. 준비가 되지 않아도 자리에 있는다는 것. 그게 스터디의 본질이다.

나도 뭔가 다 갖추어졌을 때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semi님처럼 걷는 중에도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게 한다.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공기를 흡수한다.


5. 레오클로님 — 타겟을 좁혔더니 길이 보였다

레오클로님은 벽 앞에 멈춰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딱딱했다. 교재 같았다. 대중이 읽기에는 어렵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어떻게 바꿔야 하나.

스터디장님의 말이 방향을 잡아줬다.

"대중으로 넓히면 기술서를 대중서로 가공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냥 나랑 비슷한 사람만 봐라. 내 스타일대로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 봐라."

타겟을 좁혔더니 쓸 수 있게 됐다. 나랑 비슷한 사람.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빠르게 정보를 전달한다.

완성은 아직이지만, 어디를 향해 써야 하는지는 알게 됐다.

원샷 인사이트 #5

타겟을 좁히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다.

"모두를 위한 글"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위한 글"이 그 사람에게 강하게 닿는다.

나도 사례게시글을 쓸 때 항상 고민한다. 누가 읽는 글인가. 답은 나 자신이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 처음 AI를 쓰기 시작했고, 뭔가 기록하고 싶고,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하는 사람.

그 사람을 위해 쓰면 글이 선명해진다.


6. 겸손님 — AI의 한계를 발견한 사람

겸손님은 한 달 동안 밤을 새웠다.

어제는 한 시간밖에 못 잤다.

만든 것: 데이터베이스 88개, 코드 7300줄. 목표는 AI와 함께 만드는 장편 소설이었다. AI가 대신 쓰는 게 아니라 작가와 함께 쓰는 소설.

시스템은 정교했다. 사건·인물·장소·세계관 입력 → 타임라인 구성 → 5단계 서사 구조 → 비트 단위 분할 → 챕터별 집필 → 챕터통합 → 전자책 출판.

리듬 코드도 넣었다. 비트마다 글의 긴장감 수치를 정했다. 초록(묘사)이면 문장이 길고 풍부해지고, 빨간(급박)으로 갈수록 짧은 대화와 행동으로 바뀐다.

결과물을 읽어보니 소설 같았다.

"새벽안개가 바다 위로 무겁게 내려앉고, 김씨는 포구를 따라 걸음이 하나 둘 육지로 끌려 올라오고."

그런데 2장이 되니 캐릭터가 흔들렸다. 3장이 되니 AI가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포졸 김씨가 가슴을 친다"가 계속 나왔다. 직접 쓰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AI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한계를 모르면 삽질이 됩니다. 한계를 알 때 내가 AI를 이길 수 있습니다."

이날 베스트 발표 1위였다.

원샷 인사이트 #6

겸손님이 한 달간 밤을 새운 이유가 이해된다.

"될 것 같은데?" 싶으면 멈출 수가 없다. 그게 이 작업의 함정이다.

그런데 겸손님이 발견한 것은 실패가 아니다. AI로 장편 소설을 만드는 것이 현재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서 막히는지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다. 그걸 아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AI의 한계를 아는 것이 AI를 잘 쓰는 첫 번째 조건이다. 나도 CMDS를 만들면서 Claude Code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그 경험이 쌓이면 더 잘 쓸 수 있게 된다.


에필로그 — 마지막이 아니다

4월 25일 출판 기념일이 다가온다.

완성된 사람도 있고 아직인 사람도 있다. 걷는 중에 참여한 사람도 있고 밤을 새운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 모두 하나를 배웠다.

AI가 초안을 써줄 수 있다. 그런데 내 이야기는 내가 넣어야 한다. 내 사례, 내 경험, 내 목소리. 그것은 AI가 지어낼 수 없다.

쓰는 것보다 고치는 게 더 어렵다. 완성하는 것보다 내 목소리를 찾는 게 더 어렵다. 그리고 그게 전자책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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