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AI에게 11개를 던졌다
주말 새벽, 예전부터 눈에 담아뒀던 취미 프로젝트 정리해둔 11개를 AI 에이전트한테 한꺼번에 던졌다. 라즈베리파이 게임기, 오큘러스 퀘스트2 VR 연동, 오픈소스 로봇, 파이썬 VR게임, 광전센서 물걸레로봇, TTS로 움직이는 어린이 붕붕카, 마일즈장비센서 자동물총 등... "남자의 로망"이라 불릴 만한 것들을 한 번에 모아놓고 요청했다.
"이 내용들로 계획서를 짜보고, 현재 내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것들을 수치화하고, 가장 만들기 쉬운 건 어떤 건지·비용은 얼마 들지 뽑아줘."
AI가 서브 에이전트 3개를 병렬로 돌려 11개를 전부 실측 조사하는 데 약 19분이 걸렸다.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 조사할수록 계획이 뒤집혔다
반전 1. 라즈베리파이는 이제 가성비가 아니다. 2026년 DRAM 대란으로 라즈베리파이5 8GB가 국내 31만원, 16GB는 70만원까지 올랐다. AI가 "그 돈이면 중고 미니PC가 10배 빨라요"라고 직언했다. 창고에 잠들어 있던 구형 라즈베리파이4를 찾아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전 2. 맥으로는 VR 연결이 안 된다. PC용 VR 스트리밍 방식이 macOS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걸 릴리즈 파일까지 실측해서 확인했다. 여기서 끝인가 싶었는데, "윈도 PC도 있다"고 하자 AI가 그 PC 사양을 직접 조회했다. RTX 3070 + i7-12700F + 32GB — VR이 확정적으로 가능한 사양이었다. 추측이 아니라 실측 으로 계획이 다시 살아난 순간.
반전 3. 로봇은 지금 타이밍이 안 좋다. 알아보던 오픈소스 로봇 저자가 "지금 서보 기반 설계가 이번이 마지막 버전"이라 공지해뒀다. 지금 풀빌드하면 구세대 막차. AI가 "세대교체 이후로 미루고, 지금은 0원 시뮬레이션부터"라고 제동을 걸었다.
🛠️ 그렇게 정리된 최종 후보 3개
1. 퀘스트2 VR 속에 AI 비서 넣기 (0~2만원)
퀘스트2를 케이블로 윈도 PC에 연결해 스팀 VR게임을 돌리는 건 반나절. 본편은 그 안에서 컨트롤러 트리거를 무전기처럼 누르고 말하면 음성인식 → AI 에이전트 → 클론 음성으로 답이 헤드셋에 들리는 파이프라인. AI 두뇌는 맥, VR 관문은 윈도라 두 컴퓨터를 사설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예상 응답속도 4~8초 — 관련 논문의 VR NPC 실측치(7초)와 비슷한 수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면, VR게임 안에 아예 AI 에이전트 캐릭터를 만들고 그 안에 두뇌를 이식하는 것까지 노려볼 수 있다. VRChat이라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 라즈베리파이4 레트로 게임기 + 손펌프 컨트롤러 부활 (0~7만원)
창고의 라즈베리파이4에 무료 게임OS를 구우면 반나절 만에 패미컴~플스1 게임기. 킬러 포인트는 2018년에 만들어둔 손펌프 컨트롤러를 그대로 꽂아 거실을 펌프잇업 머신으로 만드는 것. AI는 게임기 안이 아니라 밖에서 집사 역할(원격 켜기/끄기, 세이브 백업, 주간 성적 리포트, 음성으로 게임 불러오기, 리듬게임 채보 학습 후 월드레코드 기록 세우기).
3. 오픈소스 로봇팔에게 AI가 몸 주기 (0원~70만원, 단계형)
SO-101은 그리퍼형이다. 레일을 따라 미끄러지는 리니어 방식 이 아니라, 사람 팔처럼 어깨-팔꿈치-손목 5개 관절이 회전하고 끝에 손가락 2개짜리 집게로 물건을 잡는 구조. 관절 5개+그리퍼 1개, 총 서보모터 6개가 들어가고 직렬로 줄줄이 연결해서 컨트롤러 보드 하나가 USB로 컴퓨터와 통신한다.
설계의 핵심은 팔이 2개(리더/팔로워)인데 같은 부품을 안 쓴다는 것. 팔로워(실제 움직이는 팔)는 힘을 버텨야 해서 감속비가 센 모터를, 리더(사람이 손으로 잡고 움직이는 팔)는 손으로 가볍게 움직여야 해서 감속비가 약한 모터를 관절별로 다르게 골라 써야 한다. 몸체는 전부 3D프린팅이라 프린터가 없어도 출력 대행에 맡기면 된다.
사람이 리더 팔을 움직이면 팔로워 팔이 똑같이 따라 하고(텔레옵), 그 시연을 50번 녹화하면 AI가 배워서 혼자 하게 되는 모방학습 구조. 브라우저 시뮬레이션은 오늘 0원으로 가능, 실물 세트(서보 12개+3D출력 대행)는 50~70만원, 양팔 이동형 풀빌드는 110~140만원(차세대 서보 대기 중이라 지금은 보류). "펜 정리해줘" 한 문장이면 AI가 계획을 세우고 로봇팔이 실행하는 구조가 공식 레퍼런스로 이미 있다.
💬 그래서, 뭘 먼저 해야 할까
셋 다 0원~소액으로 시작 가능하고 AI 연동이 본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취미1은 가장 빠른 임팩트, 취미2는 서사(이미 만든 걸 살리는 것), 취미3은 종착지(AI가 몸을 얻는 것)에 가깝다.
계획서 3개는 이미 체크박스와 검증 절차까지 완성해뒀다. 이제 시작만 하면 되는데, 정작 뭘 먼저 시작할지를 못 정하고 있다.
여러분이라면 셋 중에 뭘 먼저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