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취업준비생 대상 3시간짜리 외부 강의를 맡게 됐어요. 저는 컨벤션센터에서 오랫동안 전시 실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외부 강의를 할 때마다 파워포인트를 처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게 매번 반복되는 비효율이었어요. 마침 얼마 전 다른 발표자료를 Claude Code로 만들면서 꽤 마음에 드는 디자인 시스템(시안 컬러·웜페이퍼·네이비 3색, 사선 모티프, 이모지·그라데이션 금지 같은 규칙)을 만들어뒀길래, 이걸 "모든 강의의 기본 디자인"으로 재사용해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디자인보다 **콘텐츠 쪽에서 훨씬 많이 배웠어요**. 처음 만든 풀덱을 놓고 보니 "구성은 맞는데 뭔가 AI가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고, 그 정체를 하나씩 진단하고 고치는 과정 자체가 이번 작업의 핵심이 됐어요. 목차 기획부터 발표 하루 전 최종본까지, 파일만 14차 수정을 거쳤어요.
## 진행 방법
**사용한 도구**
- Claude Code — 목차 기획·자료조사·HTML 덱 제작·콘텐츠 검수 전 과정
- HTML/CSS 기반 1920×1080 덱(파워포인트 대신, 디자인 재현성 확보용)
- Headless Chrome(`--print-to-pdf`) — 검수용/제출용 PDF 렌더링
**어떻게 활용했는지**
1. **기존에 갖고 있던 발표자료를 뼈대로 목차부터 설계했어요.** 예전에 쓰던 강의자료와 학술대회 발표자료를 소스로 삼고, 이번 과정 주제에 맞춰 "도시의 경쟁력 프레임"·"전시회의 일생 스토리라인" 같은 콘셉트를 얹어 목차안 문서로 정리했어요. 다른 강사가 맡는 파트와 겹치지 않게 제 전문 영역(전시회·컨벤션센터 실무)으로 범위를 좁혔고요.
2. **자료조사 단계에서 수치 출처를 전부 각주로 남겼어요.** 국제 순위, 경제효과, 전국 시설 공급 현황 같은 통계는 전부 별도 자료조사 문서에 출처 링크와 함께 정리해뒀는데, 이게 나중에 "숫자가 맞아도 기준이 섞이면 질문받기 쉽다"는 검수 의견을 받았을 때 바로 대조할 수 있는 근거가 됐어요.
3. **첫 풀덱(36장)을 만들고 나서 제가 직접 "왜 AI가 만든 느낌이 나는가"를 진단했어요.** 구조 개편 문서에 남긴 원인은 이랬어요.
- 36장 전체에 사진이 한 장도 없음
- 3분할 카드 레이아웃이 17번 반복 — 모든 슬라이드가 같은 리듬
- 매뉴얼·도면·현장 서류 같은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 없음
- 통계·개념은 완벽한데 "현직자만 아는 이야기"가 안 보임
그래서 실물 자료를 투입하기로 했어요. 마침 제가 갖고 있던 실제 참가기업 매뉴얼(21쪽)을 소재로 써서, 표지·D-30 타임라인·부스 유형·설치/철거 시간 같은 "개막 전 한 달"을 통째로 새 챕터로 만들었어요.
4. **시간 계산이 애초에 틀렸다는 것도 이 단계에서 발견했어요.** 목차안은 "60분×3교시"로 설계했는데, 실제 운영은 "50분 강의+10분 휴식×3파트"였어요. 36장÷150분이면 슬라이드당 4분이 넘어가는 셈이라 다시 계산해서, 교시당 20~24장·전체 60장대로 밀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설계했어요.
5. **콘텐츠 검수에서 진짜 핵심 문제를 짚어냈어요.** 별도 워딩 검수 문서를 보면 "구성은 좋은데 현직자가 후배에게 설명하는 말투보다 기관 홍보물·브랜드 카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와요. 구체적으로는:
- `본질`, `성패`, `진짜`, `무한대`, `주인공`, `승부`, `드라마` 같은 추상적·극적인 단어가 AI 문장처럼 느껴짐
- "교과서가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참관객이 아니라 — 이 판을 만드는 사람으로" 같은 **"A가 아니라 B" 구조가 반복**되면 광고 카피처럼 들림
- 대시(—)로 문장을 길게 이어붙이는 습관이 거의 모든 장표에 등장
예를 들어 "아무도 열지 않는 전시는 센터가 직접 연다" 같은 문장은 "지역에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먼저 사업화하기 어려운 전시는 센터가 직접 기획하기도 한다"처럼, **선언이 아니라 실제 판단과 행동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하나씩 바꿔나갔어요.
6. **초반부터 최종본까지, 페이지별 검수를 여러 차례 반복했어요.** 검수 문서에는 워딩·정보 흐름뿐 아니라 "의미 단위 줄바꿈"까지 다뤘어요. 예를 들면 `비수기 가동률을 / 높이고`처럼 조사나 서술어가 다음 줄에 혼자 남는 줄바꿈은 전부 찾아서 고치고, 숫자+단위(치수·수량 표기)는 절대 줄이 갈리지 않게 규칙을 세웠어요. 표기가 갈리던 용어들도 전체 문서에서 일괄 통일했고요.
7. **발표용/인쇄용을 파일로 분리했어요.** 인쇄 제출용은 발표용 HTML(41장)에서 아이스브레이킹·경제효과 상세 등 8개 섹션을 조건 기준으로 제거하고 헤드리스 크롬으로 다시 PDF를 뽑는 방식이라, 발표용을 수정할 때마다 인쇄용을 스냅샷처럼 재생성해야 했어요.
한국어 텍스트와 건물 사진이 있는 페이지
## 결과와 배운 점
**결과**
- 발표용 HTML 덱(41장) + 검수용 PDF
- 인쇄 제출용 HTML 덱(33장) + 인쇄용 PDF
- 목차 기획부터 최종본까지 총 9차례 덱 파일 개정 + 별도 콘텐츠·페이지 검수 문서 3건
- 이번에 정리한 디자인 시스템(템플릿·가이드)은 앞으로 사내외 모든 강의에 재사용할 수 있게 별도로 보관해뒀어요.
**배운 점 / 꿀팁**
- "AI가 만든 느낌"의 정체는 생각보다 구체적이더라고요. ① 사진이 없다 ② 카드 레이아웃이 반복된다 ③ 실물 자료가 없다 ④ "A가 아니라 B" 슬로건과 `본질`·`성패`·`무한대` 같은 과장된 단어가 자주 나온다 — 이 네 가지만 잡아도 훨씬 사람이 쓴 글처럼 읽혀요.
- 강한 문장(슬로건)은 교시당 1~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설명형으로 낮추는 게, 오히려 남겨둔 문장의 힘을 살려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 실물 자료(매뉴얼 캡처, 현장 사진, 실제 도면)를 한 번 투입하면 개념 카드 열 장보다 "AI 냄새"를 지우는 효과가 커요.
- 헤드리스 크롬으로 PDF를 뽑을 때 `--virtual-time-budget` 플래그를 쓰면 이미지가 디코드되기 전에 스냅샷을 떠서 사진이 빈 칸으로 나온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어요. 렌더링 관련해서는 눈으로 매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했어요.
**시행착오**
1. 처음 목차를 "60분×3교시"로 설계했는데 실제 운영은 "50분×3교시"였어요. → 슬라이드당 4분이 넘어가는 밀도를 발견하고 전체 구조를 재설계했어요.
2. 첫 풀덱(36장)에 사진이 한 장도 없고 카드 레이아웃이 17번 반복됐어요. → 실물 자료(참가업체 매뉴얼)를 새 챕터로 만들고 photo 폴더 사진을 전부 반영했어요.
3. 문장이 "기관 홍보물"처럼 읽힌다는 검수 의견을 받았어요. → `본질`·`성패` 같은 단어와 "A가 아니라 B" 구조를 걷어내고 실제 판단·행동 중심 문장으로 06~14차에 걸쳐 반복 수정했어요.
4. PDF에 사진이 빈 칸으로 나오는 문제가 있었어요. → `--virtual-time-budget` 플래그가 원인이라 렌더링 명령에서 제거했어요.
5. 발표용을 고칠 때마다 인쇄 제출용(8개 섹션 제거본)을 깜빡하고 재생성하지 않을 뻔한 적이 있었어요. → "발표용 수정 후 인쇄용 반드시 재생성"을 원칙으로 못박아뒀어요.
**도움이 필요한 부분**
- 지금은 HTML 덱을 그대로 PDF로 발표하는데, 주최 측이 텍스트 편집 가능한 네이티브 PPT를 요구하면 HTML→PNG→python-pptx 조립 과정이 추가로 필요해요. 이 변환을 실제로 해본 분이 계시면 노하우가 궁금해요.
- 페이지별 워딩 검수를 매번 사람이 한 줄씩 대조하는 대신, 자주 반복되는 "AI스러운 단어 리스트"(본질·성패·무한대 등)를 아예 체크리스트나 스킬로 고정해두면 다음 강의부터 검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스킬화하는 게 맞는 방향인지 궁금해요.
**앞으로의 계획**
- 강의 직전에 채용 공고·경제효과 수치를 다시 한번 대조할 예정이에요.
- 이번에 정리한 디자인 시스템과 "AI 냄새 제거" 검수 원칙을 다음 외부 강의에도 그대로 재사용해볼 계획이에요.
## 도움 받은 글 (옵션)
- 이전에 참고했던 사례글 포맷 — 이번 글의 구조(소개/진행 방법/결과와 배운 점)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