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3과목을 맡고 있고, 각 과목이 15주 × 2차시 = 약 90세트의 강의자료가 필요합니다.
지난 학기부터 Claude Code로 강의자료를 생성해왔는데, 솔직히 AI가 만드는 초안의 품질은 꽤 좋았습니다. 80점짜리 draft는 잘 뽑아줬어요. 그런데도 매주 이런 루프를 돌고 있었습니다:
prep 지시 → 🔍검토 → draft 수정 → 🔍검토 → 최종본 확정 → 🔍검토 → 슬라이드 변환 → 🔍서식 검토
매주 4번의 검토. 3과목이니까 주당 12번. 한 학기 내내.
문제는 AI가 못 만들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강의를 진행하면서 커리큘럼이 매주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자료를 만들면서 "아, 이거 3주 뒤에 넣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바꾸고, 그러면 다음 주 자료도 연쇄적으로 바뀌고... 이 사이클의 끝이 없었습니다.
시도하고자 했 던 것: 매주 1주치씩 만드는 방식을 버리고, 학기 초에 15주치를 한 번에 생성 + AI가 스스로 검토까지 해서, 제가 하는 검토를 학기 통틀어 딱 2번(내용 1번 + 서식 1번)으로 줄이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진행 방법
Step 1. 나 자신을 인터뷰하기 — "진짜 문제가 뭔데?"
자동화를 설계하기 전에, 먼저 Claude에게 나를 인터뷰하게 했습니다. "강의 준비 과정에서 뭐가 힘든지 물어봐줘"라고 시킨 게 아니라, 구조화된 중급 인터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나온 핵심 발견:
> "강의 내용이 매주 바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번에 전체를 보지 못하니까 매주 바뀌는 것"이 문제.
이거 깨닫는 데 한 학기가 걸렸는데, 인터뷰 20분 만에 정리됐습니다. AI가 "그러면 매주 바뀌는 게 내용 품질 때문인가요, 아니면 전체 흐름을 못 봐서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아 그거구나 싶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추출한 설계 원칙 3가지:
원칙
내용
사슬(Chain) 원칙
15주가 카탈로그(병렬 나열)가 아니라 사슬(순서 바꾸면 깨짐)이어야 함
이중 검토
Top-down(전체 흐름 vs 학습목표) + Bottom-up(이번 주 ↔ 다음 주 연결)
역할 전환
"처음부터 만드는 검토" → "완성본의 방향 조정"
### Step 2. 자동화 설계 — 워크시트 작성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Claude와 함께 워크시트를 작성했습니다. 핵심은 현재 vs 목표를 명확히 대비시킨 것:
기존 (Before)
목표 (After)
생성 범위
매주 1주치
학기 초 15주치 일괄
검토 횟수
4회/주 (× 15주 = 60회)
2회/학기
커리큘럼 변동
매주 발생 (연쇄 수정)
15주치 한 번에 보면서 흐름 잡기
역할
매주 처음부터 만드는 검토
완성본에서 방향만 조정
그리고 7단계 파이프라인을 설계했습니다:
[자동] 큰 그림 문서 + 기완성 주차 → 15주 스캐폴딩 (목차+흐름 설계)
↓
[자동] 스캐폴딩 기반 → 주차별 draft 순차 생성 (이전 주차가 다음 주차의 입력)
↓
[자동] AI 자체 검토 — Top-down(전체 흐름) + Bottom-up(사슬 연결)
↓
[자동] 검토에서 발견된 이슈 자동 수정
↓
[사용자] 15주치 md 통독 · 방향 조정 ← 사람 검토 1회차
↓
[자동] md → Marp 슬라이드 변환 + 서식 자동 분할
↓
[사용자] 서식만 확인 ← 사람 검토 2회차
핵심 설계 결정: Phase 2에서 draft를 병렬이 아니라 순차 생성하게 한 것. W05를 먼저 만들고, 그 결과를 읽은 다음 W06을 만듭니다. 사슬 원칙 때문입니다 — 이전 주에서 던진 질문을 다음 주가 받아야 하니까요.
Step 3. 에이전트 구축 — 역할 분담
파이프라인의 각 Phase를 담당하는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에이전트
역할
Phase
lecture-scaffolder
큰 그림 문서 → 15주 목차 + 주차 간 연결 설계
1
lecture_factory.py
scaffold 기반으로 주차별 draft 순차 생성
2
lecture-reviewer
Top-down + Bottom-up 이중 검토
3
lecture-pipeline
위 3개를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총괄
1~4
기존에도 강의 에이전트가 있었지만(paper-lecture, theory-lecture, insight-lecture), 이것들은 "입력 하나 → 슬라이드 하나" 단위였습니다. 새로 만든 건 "한 학기 전체를 한 번에" 단위입니다.
Step 4. 드라이런 — 1B1 후반부 7주치 실행
설계만 하고 끝내면 안 되니까, 수업 후반부 W08~W14(7주, 14차시)로 실제 드라이런을 돌렸습니다.
Phase 3 (AI 자체 검토) 실행 결과:
서브에이전트 2개를 병렬로 띄워서 Top-down / Bottom-up 검토를 동시에 돌렸습니다.
검토 유형
소요 시간
토큰
도구 호출
Top-down (전체 흐름 vs 학습목표)
7분 10초
149K
36회
Bottom-up (인접 주차 사슬 연결)
8분 6초
165K
35회
발견된 이슈 13건:
심각도
건수
대표 사례
높음
3
W12-2에 75분짜리 수업에 신규 개념 6개 + 활동 제로 (과부하)
중간
4
같은 데이터셋(캠퍼스 식음료)이 3주 연속 반복 사용
낮음
6
A/B 테스트 예시가 두 차시에서 중복
Phase 4 (자동 수정) 실행 결과:
서브에이전트 3개를 병렬로 띄워서 높음 이슈 3건을 수정했습니다.
수정 대상
소요 시간
주요 변경
W12-2 과부하
20분
개념 1개를 다음 주로 이동, 나머지 5개 심화
W10-2→W11-1 브릿지
2분
구체적 연결 예시 추가
체크리스트 누적감
7분
v1→v2→v3 점진 도입으로 재설계
결과와 배운 점
1. "생성"보다 "검토"를 자동화하는 게 훨씬 가치있다
ChatGPT든 Claude든 초안 생성은 이미 잘 합니다. 80점짜리 draft는 누구나 뽑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80점짜리 15개가 서로 연결되는지, 중복은 없는지,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올라가는지 — 이건 "전체를 한 번에 보는 검토"가 필요하고, 이게 사람에게는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AI에게 시키니까 15분이면 끝났습니다.
2. 근본 원인을 찾으면 자동화 설계가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에 "강의자료 자동화"를 생각했을 때는 "AI가 더 좋은 초안을 만들게 하자"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통해 "매주 바뀌는 이유 = 전체를 못 보니까"라는 근본 원인을 찾고 나서, 설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더 좋은 1주치"가 아니라 "한 번에 보는 15주치"가 답이었습니다.
다음은 끊어진 연구 파이프라인을 수정해보고자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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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영님 중급 워크스페이스 인터뷰 스킬 활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