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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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책 목차 62장을 잡다가 배운 것

AI로 사례가 작성되었습니다

📚 "검사 통과 0건"이 거짓말이었던 이유

"AI가 만든 목차는 기술적으로 완벽했지만, 아무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1. 서론: 그럴듯한 목차가 나왔는데

비개발 직장인을 위한 AI 실무서 3부작을 준비 중입니다. AI와 함께 62개 장의 목차를 잡았고, 결과물은 꽤 그럴듯했습니다.

2권 16장  재시도·멱등성·체크포인트·복구 설계
3권 15장  A사 delivery-to-cash 전환
1권 01장  외부 쓰기 없이 30분 첫 결과

빠진 것 없고, 논리도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다가 멈췄습니다.

"멱등성이 뭐지? 대사기는? 앵커는?"

제 책의 독자는 코딩을 모르는 직장인입니다. 그 사람이 서점에서 이 목차를 펼치면 그대로 책을 덮습니다.

AI에게 말했습니다. "제목이 너무 어렵습니다. 사례와 실습 중심으로 다시 잡아주세요."


2. 1차 시도: 숫자로는 완벽했습니다

AI가 일을 제대로 했습니다. 계획서를 만들고, 용어를 등급으로 판정하고, 62장을 전부 다시 썼습니다.

등급

처리

A

그대로 (Excel, KPI)

B

쉬운 말 + 원어 병기 (되돌리기(rollback))

C

문장을 다시 씀 (대사기, 앵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제목 30자 초과       0건
가운뎃점 3개 이상    0건
명사구 종결          0건
금지어 잔존          0건
링크 1,991건 중 깨진 것 0건

전부 0. 커밋까지 했습니다.


3. 💥 첫 번째 반전: "0건"은 검사를 안 했다는 뜻이었습니다

찜찜해서 한 번 더 시켰습니다.

"전체 재검사하세요. 적합성, 타당성."

AI가 이번엔 목차를 실제 모양 그대로 출력했습니다. 제가 눈으로 읽었습니다.

V1-06  흩어진 문서에서 근거가 어디 있는지 찾기
       만드는 것: 합성 문서팩의 주장-근거-출처 지도 작성
                  ^^^^
V1-05  ... 단계계획과 리뷰 중간 저장점로 변환
                              ^^^^^^^^^^

합성이 그대로 있고, 조사도 틀렸습니다. 분명 "금지어 0건"이라고 했는데요.

AI가 자기 검사기를 열어봤습니다.

# 이 문자열이 줄에 있으면 검사를 건너뛴다
ALLOW_LINE = ("정정", "옛 문구", "원어", "→", "대체", ...)
                                        ^^^

화살표()가 면제 조건에 들어 있었습니다. 목차 표는 A → B 같은 화살표를 흔히 씁니다. 그래서 표 행 대부분이 아예 검사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잔존은 31건이었습니다.

🔑 여기서 얻은 첫 번째 교훈

"0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없다안 봤다.

AI에게 검사를 맡기면 검사 결과는 보지만, 검사기가 맞는지는 아무도 안 봅니다.

(면제 조건에 화살표가 들어가 표 행이 통째로 미검사되던 지점)


4. 💥 두 번째 반전: 검사기를 고쳤는데, 설계가 틀렸습니다

검사기를 고치고 다시 돌렸습니다. 이번엔 진짜 0건. 기계 검사는 전부 통과.

그런데 목차를 책에 인쇄되는 모양 그대로 뽑아서 읽어봤습니다.

V3-15  납품한 일을 청구서와 월마감까지 이어 붙이기
       — 납품에서 수금까지(delivery-to-cash), 금액 대조

V3-22  소프트웨어: 고객 의견을 다음 버전에 담기
       — 고객 의견에서 출시까지(feedback-to-release), 제품 요구서(PRD)

제목은 쉬워졌는데 부제에 영문이 그대로였습니다. 62장 중 43장(69%).

AI가 문서에 써 놓은 논리는 이랬습니다.

"목차에서는 쉽게 읽히고, 색인·검색에서는 전문 용어로 잡힌다."

틀렸습니다. 부제도 목차에 찍힙니다. 제목에서 뺀 어려운 말을 부제가 고스란히 되살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두 개가 더 나왔습니다.

① AI가 자기 규칙을 어겼습니다. AI가 직접 정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권별 접두사는 제목이 아니라 부 구분으로 옮긴다."

그런데 12장에 온라인몰:, 실제 사례: 같은 콜론 접두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② 세 권이 시리즈로 안 보였습니다.

1권  Codex 바이브 코딩 입문          ← Codex 있음
2권  믿고 맡길 수 있는 AI 작업 체계   ← 아무 고유어 없음
3권  AI로 실행하는 실전 AX           ← AX 있음

2권 제목으로는 아무도 검색하지 않습니다. 서점 매대에서 한 시리즈로 묶여 보이지도 않고요.


5. 💥 세 번째 반전: 쉬워졌는데 틀려졌습니다

가장 뼈아팠던 건 이겁니다.

원어

AI가 바꾼 말

문제

observability

상태 기록

원어는 "밖에서 내부를 추론할 수 있는 성질"인데, "로그 남기기"라는 행위로 좁아짐

baseline

지금 상태 기록

"나중에 비교할 기준점"이라는 핵심이 사라짐

benefit

효과

편익은 비용 대비 이득인데, 그 조건이 지워짐

셋 다 3권 성과 측정 장에 걸려 있습니다. 실무 리더 독자가 정확히 손해를 보는 지점입니다.

🔑 두 번째 교훈

쉬운 말로 바꾸는 것과 뜻을 깎는 것은 다릅니다.

AI는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는 잘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가 원래 무엇을 지키고 있었는지는 놓칩니다.


6. 최종 결과물: 무엇이 달라졌나

✨ 시리즈가 한눈에 보입니다

1권  Codex로 혼자 해보기    — 비개발 직장인의 첫 업무 자동화
2권  Codex에게 믿고 맡기기  — 반복 가능한 AI 작업 체계 만들기
3권  AI로 회사를 바꾸기     — 실전 AX와 90일 파일럿

✨ 목차에서 영문이 사라졌습니다

V2-16  중간에 끊겨도 두 번 보내지 않게 만들기
V2-14  돈이 나가는 일은 사람이 승인하게 막기
V3-15  납품한 일을 청구서와 월마감까지 이어 붙이기

부제 62개를 전부 걷어냈습니다. 검색성은 각 장 마지막의 「용어와 개념」 91개 항목과 권말 색인이 대신합니다. 부제는 이 둘과 중복이었고, 목차를 어렵게 만드는 대가만 남았습니다.

✨ 어려운 말은 버리지 않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각 장 끝에 표준 섹션을 뒀습니다.

이 책의 표현

원어

한 줄 뜻

더 볼 곳

AI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갖춰 둔 작업 체계

harness

지시·권한·검사·기록·복구를 미리 정해 둔 틀

2권 1장 · 부록 A

여러 번 실행해도 결과가 같게

idempotency

같은 요청을 두 번 보내도 한 번만 반영됨

2권 16장

본문은 쉽게, 원어는 장 끝에서 되찾기. 독자가 나중에 공식 문서나 동료의 말에서 harness를 만났을 때 이어지도록요.

(62장 전체를 실제 인쇄 모양으로 출력해 검토한 화면)


7. Insight & Lessons Learned

1️⃣ AI에게 검사를 맡기면, 검사기는 아무도 안 봅니다

이번에 제일 크게 배운 겁니다. AI는 검사 결과를 성실히 보고합니다. 그런데 그 검사기가 맞는지는 검사하지 않습니다.

0건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저는 "없구나"로 읽었지만, 실제로는 "안 봤다"였습니다.

→ 대응법: 검사 통과를 받으면 표본 몇 개를 직접 읽어 확인하세요. 검사기가 맞는지 5분만 봐도 31건을 잡습니다.

2️⃣ 기계 검사 통과 ≠ 좋은 결과

설계 결함 세 개(부제 문제, 접두사 문제, 시리즈 문제)는 기계 검사를 전부 통과한 상태에서 나왔습니다.

결과물을 실제 쓰일 모양으로 뽑아서 읽어야 보입니다. 저는 목차를 "책에 인쇄되는 모양"으로 출력해서야 부제 문제를 봤습니다.

→ 대응법: "숫자로 보고하지 말고, 실물로 보여줘"라고 요구하세요.

3️⃣ AI는 자기가 만든 규칙도 어깁니다

AI가 "접두사는 부 구분으로 옮긴다"는 규칙을 만들고, 같은 문서에서 12장을 그대로 뒀습니다. 악의가 아니라 규칙과 결과를 스스로 대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대응법: 규칙을 만들게 했으면, 그 규칙으로 결과를 검사하게 시키세요. 별개 작업입니다.

4️⃣ 되돌아갈 자리를 먼저 만들어 두세요

62장을 통째로 고치는 작업을 세 번 했습니다. 매번 원본을 휴지통 폴더에 백업해 두었고, 실제로 부제가 훼손됐을 때 확정본에서 18개를 복구했습니다.

AI에게 대량 수정을 시킬 땐 되돌아갈 자리부터 만드세요.

5️⃣ 이 과정 자체가 책의 재료가 됐습니다

역설적이지만, AI와 목차를 잡으며 겪은 실패가 그대로 책 내용이 됐습니다. "검사가 통과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AI에게 맡길 것과 사람이 볼 것을 나눠라" — 제가 책에서 하려던 말을 제가 직접 겪었습니다.


8. 지금 상태와 남은 숙제

완료

내용

62장 제목·용어 전환, 시리즈 제목 통일

장말 「용어와 개념」 91개 항목

검사기 개선 — 검사 문구를 코드에서 데이터로 분리

남음

내용

실제 독자 5명 검증 — 제목만 보고 "뭘 배울 것 같은지" 맞히는지

장말 표를 넣었을 때 조판이 견디는지

원고 집필 (신규 정본 0/62)

목차는 잡혔지만 원고는 한 장도 안 썼습니다. 그리고 이게 다행입니다 — 62장을 쓴 뒤에 제목을 바꿨다면 전부 다시 손봐야 했으니까요.


9. 같이 해보실 분들께

AI와 긴 문서 작업을 하신다면 이 세 가지만 기억하셔도 됩니다.

  1. "0건" 보고를 받으면 표본 3개를 직접 읽어보세요. 검사기가 맞는지 확인하는 데 5분입니다.

  2. 결과물을 "실제 쓰일 모양"으로 뽑아 보세요. 표로 보면 안 보이고, 목차 모양으로 보면 보입니다.

  3. 쉽게 바꾸라고 시켰으면, 뜻이 깎였는지 따로 확인하세요. 쉬워지는 것과 정확해지는 것은 다른 축입니다.

저는 이번에 세 번 실패했고, 세 번 다 "완료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은 뒤에 실패를 발견했습니다. 🙂

#AI협업 #출판 #목차설계 #ClaudeCode #검증 #워크플로우 #지피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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