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했는지 안 했는지, AI는 몰랐다" — 콘텐츠 자동화의 마지막 구멍을 메운 이야기
하려던 것
저는 콘텐츠 자동화 파이프라인으로 블로그·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용 콘텐츠를 매번 만들어왔습니다. 만드는 것까지는 AI가 다 해줍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 제가 그걸 실제로 어디에 올렸는지, 어디에 아직 안 올렸는지를 어디에도 표시해두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에 같은 프로젝트로 돌아가서 작업을 이어가려고 하면, AI가 "이거 발행하셨어요?"부터 다시 물어봐야 했어요. 저도 가물가물해서 정확히 대답을 못 하고, 결국 매번 "일단 확인해볼게요" 하고 넘어가는 식이었습니다.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매 프로젝트마다 반복되니까, "이거 뭔가 구조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번 주 스터디에서 겹쳐 보인 것들
이번 주에 GPTers 23기 강의를 여러 개 들었는데(AKM 지식관리, K스킬 자동화, AIoT, 콘텐츠 자동화 파이프라인), 신기하게도 전부 같은 문제의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AKM 강의(덱): AI가 헷갈리는 이유는 "이게 원본인지, 가공된 건지, 지금 상태가 뭔지"를 구분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K스킬 자동화(진여진): 가공된 자료(AI 슬롭)만 넘기면 AI든 사람이든 진짜 맥락을 놓친다고 했습니다. 원본이 최고다.
콘텐츠 자동화 파이프라인(류웅스 이안): "완전 자동화보다 사람이 확인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표본 1건으로 성공이라 단정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반복됐습니다.
세 강의 다 다른 말처럼 들렸는데, 곱씹어보니 결국 하나였습니다 — AI가 판단할 근거가 되는 "지금 상태"를 어딘가에 남겨두지 않으면, AI는 아무리 똑똑해도 계속 헛다리를 짚는다.
제 콘텐츠 자동화 파이프라인이 딱 그랬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 단계는 AKM으로 치면 소스·놀리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이미 잘 갖춰져 있었는데, "지금 이게 어디까지 실행됐는지"라는 컨텍스트 계층이 통째로 빠져 있었던 겁니다.
나에게 적용해 보니
그래서 AI에게 이 부분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막연히 "실행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을 생각했는데, 대화하다 보니 훨씬 단순한 형태로 정리됐습니다 — 프로젝트마다 체크박스 5개짜리 파일 하나.
- [ ] 블로그 발행
- [ ] 유튜브 업로드
- [ ] 인스타그램 업로드
- [ ] 페이스북 업로드
- [ ] 틱톡 업로드
이게 다예요. 콘텐츠를 다 만들고 나면 이 체크리스트 파일이 자동으로 같이 생성되고, 저는 실제로 올린 채널만 옵시디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체크하면 됩니다. 다음에 AI가 같은 프로젝트를 다시 열 때는 이 파일을 먼저 읽고 "아직 인스타는 안 올리셨네요, 맞나요?" 정도로만 가볍게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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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 이건 자동 감지가 아닙니다. 인스타그램·틱톡·페이스북에 실제로 올라갔는지 API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적어도 지금 제가 쓰는 도구로는), 결국 제가 체크박스를 눌러줘야 합니다. 대신 "올렸는지 기억을 더듬어 설명하는 것"에서 "체크박스 클릭 한 번"으로 마찰을 최대한 줄인 거죠.
비슷한 문제가 블로그 발행 큐에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x]라는 체크 표시가 "초안을 다 썼다"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이걸 "발행까지 끝났다"는 뜻으로 헷갈리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x](초안 완성)와 [v](발행 완료)를 분리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둘을 같은 기호로 섞어 쓰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아차렸습니다.
오늘 배운 것
자동화의 마지막 고리는 언제나 "사람이 실제로 뭘 했는지"를 어떻게 남기느냐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좋아졌는데, 정작 막힌 건 그 다음 단계였습니다.
완전 자동 감지가 안 되면, 최소 마찰의 수동 신호가 차선책이다. API가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체크박스 하나 누르기" 수준까지 마찰을 낮추면 충분히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됩니다.
"완성"과 "발행"은 다른 상태다. 하나의 체크 표시로 뭉뚱그리면 언젠가 반드시 헷갈립니다.
표본 1건짜리 성과를 성공 공식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는 류웅스 이안님의 태도는, 제 키워드 추천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확인해보니 제 조회수 데이터도 카테고리당 1~2개짜리 표본이었고, 그 사실이 추천 화면에는 전혀 안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름 하나도 여러 번 틀릴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 같은 발표자 이름을 자동 전사만 믿고 4번 연속 잘못 썼습니다. "확실한 이름 목록을 한 번 만들어두고 매번 거기서 먼저 확인한다"는 아주 단순한 습관이, 사람 이름 같은 작은 것에서도 똑같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치며
이번 주 강의들을 들으면서 느낀 건, "완전 자동화"라는 목표 자체보다 "AI가 헷갈리지 않도록 지금 상태를 어딘가에 정직하게 남겨두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류웅스 이안님이 하신 말씀처럼, 규칙을 계속 추가하는 것보다 지금 뭐가 빠져 있는지 한 번씩 돌아보는 게 먼저였습니다.
체크박스 다섯 개짜리 파일 하나가 뭐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이걸 만들고 나니 다음에 콘텐츠 프로젝트를 다시 열었을 때 "이거 뭐부터 시작하지"가 아니라 "아, 여기까지 했었구나"로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작은 마찰 하나를 줄이는 게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