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대시보드를 '정부 제안서'로 옮겨보기: 평가표를 게이트로 만드는 실험 기획안

이번 스터디에서 한 분이 커서(Cursor)로 'AI 논문 작성 워크플로우 대시보드'를 만든 실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논문을 여러 단계로 쪼개고, 각 단계를 순서대로 채워가는 웹 대시보드였는데요. 그걸 보면서 "이건 논문만이 아니라, 정해진 양식과 평가 기준이 있는 긴 문서라면 다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실무인 정부 지원사업 제안서에 같은 구조를 옮겨 걸어보는 1주차 실험으로 쪼갰습니다. 커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처음 설치해 클로드 코드와 함께 써보는 것까지가 목표입니다.

시도하고자 했던 것과 그 이유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정부 지원사업 제안서를 쓸 때가 있습니다. 제안서 작업은 매번 비슷한 곳에서 막힙니다. 공고문(RFP)을 열면 평가 항목, 자격요건, 분량·양식 제약이 빼곡한데, 막상 본문을 쓰기 시작하면 그 기준들이 머릿속에서 흐려집니다. 채팅창에서 AI와 한 꼭지씩 쓰다 보면,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 공고가 원래 뭘 요구했는지"가 점점 옅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논문을 대시보드로 만든다면, 제안서도 되지 않을까

이 고민을 안고 있다가, 스터디에서 공유된 논문 작성 대시보드를 봤습니다. 논문을 주제→연구질문→문헌검토→...→참고문헌까지 단계로 쪼개고, 각 단계를 에이전트가 순서대로 채워주는 웹이었습니다. 보면서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논문이 단계로 쪼개진다면, 제안서도 똑같이 쪼개질 텐데?

실제로 논문과 제안서는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둘 다 정해진 양식이 있고, 심사자가 기준에 따라 평가하며, 형식이 어긋나면 내용과 무관하게 떨어지고, 앞 단계(배경·필요성)가 뒤 단계(목표·사업내용)를 논리적으로 떠받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논문 대시보드의 단계만 제안서 단계로 바꿔 끼우면, 제안서판 대시보드가 되지 않을까 — 이게 이번 실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걸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단계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고문이 요구한 항목을 통과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게이트'로 만드는 것입니다. 본문을 쓰기 전에 평가 항목과 자격요건부터 정리하지 않으면 본문 작성 자체를 막는 식이죠. 부탁("이 기준 지켜줘")이 아니라 통과 조건으로 박아두는 겁니다. 이게 이번 실험에서 제가 테스트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가설: 제안서를 '공고문 평가 항목을 게이트로 박은' 대시보드로 쪼개면, AI가 요구 항목을 빠뜨리지 않고 채우도록 강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관이 책임져야 할 결정(예산·컨소시엄·사업 방향)은 AI가 임의로 정하지 않게 막을 수 있는가?

진행 방법 (도구·프롬프트)

먼저, 커서가 처음이라 사용법부터 찾아봤습니다

저는 그동안 claude.ai 채팅창으로만 작업해왔고, 커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을 세우면서 커서가 뭔지, 클로드와 어떻게 같이 쓰는 건지부터 찾아봤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커서(Cursor)는 'AI가 들어간 코드 편집기(IDE)'입니다. 쉽게 말해 메모장·워드 같은 편집기인데, 화면 한쪽에 AI 채팅이 붙어 있고 내 파일들을 AI가 직접 읽고 고칠 수 있는 작업실입니다. 채팅창은 대화가 끝나면 맥락이 흩어지지만, 커서는 폴더(프로젝트) 단위로 파일과 맥락을 한곳에 모아두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제안서처럼 공고문·초안·참고자료 여러 파일을 오가며 작업할 때 이 점이 유용해 보였습니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터미널에서 돌아가는 AI 작업자입니다. 자연어로 지시하면 스스로 파일을 만들고, 고치고, 여러 단계를 알아서 실행합니다. 찾아보니 커서를 IDE로 열어두고, 그 안의 터미널 창에서 클로드 코드를 띄워서 함께 쓰는 방식이 일반적이더군요.

둘을 같이 쓰면 좋은 점을 제 나름대로 이해한 바로는 — 커서는 파일·맥락을 눈으로 보면서 관리하고 부분 수정에 강하고, 클로드 코드는 "이 폴더에 든 내용으로 대시보드를 만들어"처럼 여러 단계를 통째로 맡기는 작업에 강합니다. 그래서 큰 작업은 클로드 코드에게 맡기고, 결과물을 커서 화면에서 확인하고 다듬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좋다고 합니다. 마침 둘 다 클로드 모델을 쓰니 결도 맞고요.

그리고, 대시보드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

이것도 처음엔 막막했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단순한 흐름이었습니다.

  1. PRD(MD 파일)를 먼저 쓴다. PRD는 '내가 만들 결과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은 요구사항 문서입니다. "제안서를 이런 단계로 나눈 웹 대시보드를 만들어줘"라고 적은 마크다운(.md) 파일 한 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2. 폴더를 만들고 그 PRD를 넣는다. 바탕화면에 영문 이름으로 폴더(예: proposal_prd)를 만들고, PRD 파일을 그 안에 넣습니다.

  3. 커서로 그 폴더를 연다. 커서에서 폴더를 열고, 안쪽 터미널 창에 클로드 코드를 띄웁니다.

  4. "이 폴더의 MD 파일을 실행해줘"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클로드 코드가 PRD를 읽고, 그 요구대로 단계가 박힌 웹 대시보드(HTML 등)를 만들어줍니다.

즉 대시보드는 제가 코딩하는 게 아니라, PRD라는 설계도 한 장을 잘 쓰면 AI가 만들어주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이 실험의 진짜 관건은 코딩 실력이 아니라 PRD를 얼마나 잘 쓰느냐, 그리고 거기에 하네스(게이트)를 얼마나 잘 박아두느냐가 되겠더군요.

논문 단계를 제안서 단계로 치환하기

스터디에서 본 논문 대시보드의 9단계를, 제안서 단계로 바꿔 끼워봤습니다. 다만 공고문마다 목차가 다르므로, 목차를 제가 고정하는 게 아니라 AI가 공고문에서 추출하게 하는 0단계를 맨 앞에 새로 넣었습니다.

단계

논문 대시보드

제안서 대시보드

0

(없음)

공고문(RFP) 분석 — 평가 항목·자격요건·양식 제약·제출 목차 추출

1

주제·연구질문

사업 배경·필요성

2

문헌 검토

국내외 현황·기존 사업과의 차별성

3

연구 방법

추진 목표·성과지표

4

결과

사업 내용·추진 전략

5

논의

추진 체계·일정·역할 분담

6

결론

예산 계획

7

초록

기대효과·활용 방안

8

참고문헌

사업 요약문

표에서 보다시피 단계 대응은 거의 1:1로 들어맞는데, 0단계(공고문 분석)만은 논문에 없던 단계라 새로 추가했습니다. 논문은 학회 양식이 어느 정도 고정돼 있지만, 정부 제안서는 공고문 하나하나가 곧 채점 기준이라서요. 평가 항목을 먼저 구조화하지 않으면 그 뒤 단계가 전부 헛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0단계가 제안서 대시보드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PRD에 박을 하네스 프롬프트

이 게이트들을 PRD 안에 규칙으로 적어둘 계획입니다. 특히 게이트 1과 게이트 3에는 제가 평소 AI와 일하며 세운 원칙 두 가지를 그대로 옮겨 넣었습니다. 하나는 "근거를 먼저" — AI가 빈 곳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을 막으려면, 사실 자료를 먼저 입력하기 전에는 본문을 못 쓰게 막아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진단은 AI, 결정은 사람" — 초안과 정리는 AI가 돕되, 책임이 걸린 결정은 사람이 한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복사해 쓰실 수 있게 둡니다.

사본

# 정부 제안서 작성 하네스 (제안 아님, 강제 규율)

## 게이트 0: 공고문 분석 (본문 쓰기 전 필수)
아래를 먼저 표로 추출하기 전에는 어떤 본문도 쓰지 마.
누락 시 본문을 쓰지 말고 질문만 던져.
1. 평가 항목과 배점 (항목명 / 배점 / 평가 착안사항)
2. 자격요건·필수 제출서류 (빠지면 자동 탈락하는 것)
3. 양식 제약 (분량 한도, 폰트, 표/그림 규정, 제출 형식)
4. 제출 목차 (공고가 지정한 목차 그대로. 내가 임의로 만들지 말 것)

## 게이트 1: 근거 먼저 (환각·허위기재 차단)
본문에 들어갈 우리 회사의 실적·인력·레퍼런스를 내가 입력하기 전에는
관련 문장을 쓰지 마. 모르는 실적/수치를 지어내면 규칙 위반이다.
- 확인 안 된 실적·수치는 [근거 필요] 태그로 비워둔다.
- "업계 최고", "국내 유일" 같은 검증 불가 표현은 쓰지 않는다.

## 게이트 2: 집필 순서 강제
반드시 이 순서로 쓴다. 순서를 어기면 다시 쓴다.
1. 공고가 요구한 평가 착안사항을 먼저 명시
2. 그 착안사항을 충족하는 우리 사업의 구체적 내용
3. 그래서 어떤 성과·효과로 이어지는가
→ "본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일반론으로 시작 금지.

## 게이트 3: 진단은 AI, 결정은 사람 (AI 판단 금지 구역)
아래는 AI가 정하지 않는다. 비워두고 사람에게 물어라.
- 총사업비 규모와 항목별 배분
- 컨소시엄/협력기관 구성
- 사업의 핵심 방향·우선순위
→ 분석·초안은 돕되, 결정은 사람이 한다.

## 게이트 4: 자가 점검 (출력 직전)
글 끝에 '평가 항목별 커버리지 표'를 붙여라:
| 평가 항목 | 배점 | 본문에서 다룬 위치 | 분량 비중 | 누락/빈약 여부 |
→ 배점 큰 항목인데 분량이 빈약하면 [보강 필요]로 표시.

실제 돌릴 첫 지시

공고문 PDF를 폴더에 같이 넣어두고, 첫 지시를 이렇게 줄 계획입니다.

사본

[위 정부 제안서 작성 하네스 블록을 PRD에 포함]

이 폴더의 MD 파일을 실행해줘.
단, 본문은 아직 쓰지 말고 게이트 0(공고문 분석)부터 실행해서
평가 항목·자격요건·양식 제약·제출 목차를 표로 추출해서 보여줘.

여기서 AI가 본문을 바로 쓰지 않고 공고문부터 분해하면, 그 분해 결과(특히 평가 항목)가 곧 대시보드의 단계가 되고, 게이트 4의 커버리지 표가 채점 기준이 됩니다. 공고문 → 단계 → 게이트가 하나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는 게 이번 실험의 목표입니다.

결과와 배운 점 (예상 / 검증할 가설)

아직 실험 전이라, 미리 세운 예상과 검증 포인트를 적어둡니다. 실제로 돌려본 뒤 이 단락을 결과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예상 1. 0단계(공고문 분석)가 전체 품질을 좌우할 것이다. 평가 항목을 구조화하지 않고 바로 본문을 쓰게 하면, 그럴듯하지만 공고가 요구한 항목과 어긋난 제안서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0단계를 강제했을 때 비로소 "어디에 분량을 실어야 하는지"가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상 2. 근거 먼저(게이트 1)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제안서의 실적·수치는 검증 가능한 사실이라, AI가 빈 곳을 그럴듯한 가짜 실적으로 채우면 그대로 허위 기재가 됩니다. "근거 입력 전 본문 금지"가 작동하면, AI가 지어내는 대신 [근거 필요]로 비워둘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상 3. 사람 결정 구역(게이트 3)이 비워지는지를 볼 것이다. 예산·컨소시엄·방향은 AI가 정할 일이 아닌데, 게이트가 없으면 AI는 숫자를 적어버립니다. 비워두게 만드는 것 자체가 성공 신호라고 봅니다.

향후 계획

우선 커서를 처음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해, 클로드 코드와 연동하고, 실제 공고문 하나로 0단계부터 돌려볼 예정입니다. PRD 한 장으로 대시보드가 정말 만들어지는지, 게이트 4의 커버리지 표가 실제 평가 항목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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