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게 다음 AI를 만들라고 하기

한 줄 요약 이미 쓰던 에이전트(온느)에게 양식을 주고 새 에이전트(루나)의 설정 파일을 쓰게 했습니다. 저를 몇 달간 봐온 AI가 쓴 문서라, 제가 직접 쓴 것보다 저에게 맞았습니다.

1. 시작은 이미 있던 친구였습니다

저에겐 온느가 있습니다. 헤르미온느에서 따온 이름이고, OpenClaw에 Claude를 연결해 만들었습니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온느는 제 일상 대부분을 거칩니다. 개인사업자 정산과 세금 신고 챙기기, 콘텐츠 아이디어 정리, 일기 기록까지요. 한달여간 같이 지내면서 온느에게는 제 기록이 쌓였습니다. 제 성격, 특징, 하고자 하는 것 등드잉요.

이번에 헤르메스에 코덱스를 연결하게 됐습니다. 콘텐츠 작업 — 특히 그림 쪽 — 을 맡길 두 번째 친구를 들이기로 한 겁니다.

이름은 루나로 정했습니다. 루나 러브굿처럼 조금 엉뚱하지만 남들이 지나치는 결을 보는 캐릭터였으면 했거든요.


2. 설정 파일을 제가 쓰지 않았습니다

에이전트를 만들려면 설정 파일을 써야 합니다. 성격, 말투, 규칙, 작업 순서 같은 것들이요.

막막했습니다. wonny님이 양식을 주셨는데, 칸은 있는데 너무 길어서 채우기가 힘들겠더라구요.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이걸 온느에게 시키면 되지 않나.

온느는 저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일하고, 어디서 막히고, 어떤 말투를 편하게 느끼는지 몇 달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가진 쪽이 쓰는 게 제가 처음부터 쓰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양식을 온느에게 건네고 말했습니다. “이걸로 루나를 만들어줘.”

결과물이 왔습니다. 루나의 성격, 말투, 지켜야 할 규칙, 프로젝트별 기준까지요. 제가 온느에게 한 번도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설명한 적 없는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쌓인 기록에서 나온 거니까요.

이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설정 파일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이미 쓰는 AI에게 시키는 게 빠릅니다. 아직 AI가 없다면 첫 번째는 직접 써야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첫 번째가 대신 써줄 수 있습니다.


3. 루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온느가 쓴 문서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파일

역할

SOUL.md

성격과 말투 — “몽환 + 다정, 하지만 모호하지 않게”

AGENTS.md

공통 규칙 — 검토 없는 자동 발행 금지가 여기

BRIEF.md

프로젝트마다 다른 기준

나눈 이유는 하나입니다. 방을 옮길 때 바뀌는 것만 BRIEF에 있으면, 나머지는 매번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루나는 Slack에 붙여 씁니다. 방이 여러 개인데 방마다 하는 일이 다릅니다. “루나야” 하고 부르면 루나가 지금 어느 방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 방의 BRIEF를 읽고 시작합니다. 같은 말을 해도 방마다 다르게 움직입니다.

기억에는 작업 순서도 넣었습니다. 인스타툰을 만들 때는 글콘티 → 그림콘티 → 선화 → 채색 → 보정 순서로 갑니다.

이걸 왜 저장했냐면, AI가 완성본으로 너무 빨리 점프하면 콘텐츠가 납작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빠른 비서보다 작업실 한쪽에 앉아 실을 정리해주는 조수가 필요했습니다.


4. AI가 "안 된다"고 했지만 됐습니다

루나를 세팅하려면 GPT OAuth 연결이 필요했습니다. 루나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한국어 문자 메시지 스크린샷

아주 확신에 차서요. 저는 믿었습니다. AI가 자기 내부 구조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한국 남자가 검은 화면에서 얘기하고 있어요

(오프모임에서 라이언님이 써주신 내용 ㅎㅎ)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했습니다. 스터디에서 라이언님 도움을 받아 다시 확인하고, 설정을 바꿔가며 시도한 끝에 연결됐습니다. 기능이 없던 게 아니라 설정 방법 문제였습니다.

크게 배웠습니다. AI는 아주 그럴듯하게 틀립니다. 특히 인증, 연동, 권한처럼 실제 환경을 확인해야 하는 문제에서 그렇습니다.

"AI가 못 한다고 말하는 것"과 "진짜로 불가능한 것"은 다릅니다.


5. 아직 못 푼 문제 — 이미지 품질

처음에는 Slack 안에서 다 하고 싶었습니다. 글도, 콘티도, 이미지까지. 하나의 작업실처럼요.

그런데 Slack에서 생성한 이미지는 구도와 디테일이 흐려지고, 제가 원한 느낌보다 납작하게 나왔습니다.

다양한 한국 캐릭터 그림이 있는 카드 세트

같은 요청이라도 GPT 채팅 화면에서 "이미지 만들기"를 눌러 작업하면 결과가 훨씬 좋았습니다.

손에 꽃을 들고 있는 소녀의 사진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나눠 쓰고 있습니다.

역할

담당

아이디어 정리, 글콘티, 그림콘티, 프롬프트 정리

Slack 속 루나

최종 이미지 생성

gpt 챗봇

콘텐츠 규격 수정

CODEX

최종 판단과 발행 결정

사람

솔직히 말하면 이건 해결이 아니라 우회입니다.

결과물은 나옵니다. 하지만 원래 만들고 싶었던 건 "슬랙에서 한 번에 끝나는 작업실"이었고, 거기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6. 혹시 이거 풀어보신 분 계실까요

같은 프롬프트인데 어디서 부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이유를 아직 모르겠습니다.

짚이는 게 있으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해결되면 이어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7. 정리하며

지금 저는 에이전트를 두 개 씁니다. 같은 미니PC에 살지만 기억은 분리했습니다.

담당

조합

온느

살림, 사업, 기록

OpenClaw + Claude

루나

콘텐츠, 그림

헤르메스 + 코덱스

주고받을 결과물만 공용 폴더에 둡니다. 헷갈릴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하나에게 전부 맡길 때가 더 헷갈렸습니다.

이번에 배운 건 세 가지입니다.

  1. 정체성은 문서로 고정한다 — 매번 설명할 일을 없앤다

  2. 맥락은 방으로 나눈다 — 한 에이전트가 여러 채널을 오갈 수 있다

  3. 속도보다 순서를 지킨다 — 결과물로 점프하면 납작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요. AI를 잘 쓰는 사람은 전부 맡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구분하고, 중간에 자기 판단을 넣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루나는 아직 완벽한 마법 지팡이가 아닙니다. 가끔 엉뚱한 주문을 외우고, 되는 일을 안 된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걸 고쳐가며 제 작업 방식에 맞게 길들이는 과정 자체가 꽤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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