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OpenAI가 GPT-6 Astra를 발표했어요. 이런 영문 발표문이 뜨면 저는 늘 같은 일을 했습니다. 번역기 돌려서 통째로 슬랙에 올리기. 그런데 솔직히, 비개발자 팀원 중에 그걸 끝까지 읽는 사람은 없었어요. 45KB짜리 영문 벤치마크 표를 번역해 봤자 표는 표니까요.
이번엔 다르게 해 봤습니다. 김태현 님이 지피터스에 올리신 ELI5 스킬 글을 보고 "발표문에도 먹히려나" 싶어서, Claude Code에 명령 한 줄을 쳤어요. 15분 뒤에 나온 건 그림 8장짜리 한글 웹페이지 링크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비개발자 팀원이 "이건 끝까지 봤다"고 말해 줬어요.
10줄짜리 스킬 파일 하나가 어려운 발표문을 이 정도로 쉽게 바꿔 준다는 게, 써 보기 전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했는지 그대로 적어 볼게요.
ELI5 스킬이 뭐길래
ELI5는 "Explain Like I'm 5", 다섯 살에게 설명하듯 풀어 달라는 뜻이에요. 2026년 8월 21일 Anthropic Claude Code 팀의 Thariq Shihipar가 X에 "요즘 내부에서 자주 쓰는 스킬"이라며 공개했습니다. 모듈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장애 원인이 뭔지를 설명받을 때 쓴다고 했어요.
놀라운 건 크기예요. 스킬 파일(SKILL.md)이 10줄, 321바이트입니다. 별도 프로그램도, 서버도 없어요. 규칙은 사실상 한 문장입니다.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큰 그림과 적은 글의 HTML로 설명하라."
이게 왜 강력하냐면, AI에게 "글로 설명하지 마라"는 제약을 거는 거예요. 글을 못 쓰게 하면 AI는 개념을 도형·화살표·크기 비교로 옮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 내용의 핵심이 뭔가"를 스스로 골라내게 됩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만드는 건 결국 "뭘 버릴지 정하는 일"인데, 이 스킬은 그 판단을 AI에게 강제해요.
김태현 님은 이 원본을 Claude Code와 Codex 양쪽에서 쓸 수 있게 eli5-visual로 다듬어 지피터스 팀 도구함(AITK)에 배포하셨어요. "그림은 파일 안에 넣어라, 외부 이미지 링크 쓰지 마라, 모바일에서도 읽혀야 한다, 비유를 지어내지 말고 차라리 생략하라" 같은 규칙이 추가됐습니다. 저는 원본 /eli5 플러그인과 이 팀 스킬을 같이 썼어요.
명령은 딱 한 줄이었어요
💬 /eli5 다음 페이지를 한글로 비개발자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줘.
https://openai.com/index/gpt-6-astra/
이게 전부예요. 프롬프트를 길게 쓰지 않았습니다. URL 하나와 "비개발자도 이해하기 쉽게"라는 대상 지정 한 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AI가 알아서 움직였는데, 과정이 생각보다 흥미로웠어요.
- 먼저 지피터스 팀 스킬 저장소를 검색해서 김태현 님의 eli5-visual을 찾아 함께 불러왔어요. 제가 시키지 않았는데 "ELI5 요청이면 이 팀 스킬도 관련 있다"고 판단한 거예요. 검색 점수 0.51로 자동 추천 기준(0.40)을 넘었습니다.
- 발표 페이지 전체(23개 섹션)를 대화창에 다 붙여넣지 않고, 별도 저장소에 넣어 두고 "속도", "가격", "안전", "환각" 같은 질문 12개로 필요한 숫자만 뽑아 왔어요. 이 덕분에 대화가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디자인 계획을 먼저 세웠어요. 색 5개, 글꼴 3개, "그림 하나 + 문장 두 줄이 한 단락"이라는 레이아웃 원칙. 이걸 정한 뒤에 페이지를 썼습니다.
수치 수십 개 중 8개만 남긴 게 제일 좋았어요
발표문에는 벤치마크 점수가 정말 많아요. 코딩, 보안, 과학, 업무, 안전 분야별로 경쟁 모델과 비교하는 표가 다섯 개쯤 됩니다. 번역기로 통째로 옮기면 이 표가 그대로 딸려 오고, 비개발자는 여기서 읽기를 멈춰요.
ELI5 스킬이 만든 페이지는 이 중에서 딱 이것만 남겼습니다.
- 속도: 같은 컴퓨터 조작 과제를 이전 모델은 약 75분, Astra는 약 40분에 끝냄 (막대 두 개)
- 시험 점수: 최고난도 수학 98%, 규칙 추론 99.9%, 대학원 과학 96% (타일 세 개)
- 안전: 허용 범위 밖으로 나가는 비율 48% → 0%, 틀린 사실 말하기 12.2% → 4.2%
- 가격: 입력 100만 토큰당 $10, 출력 $50 (막대 두 개)
솔직히 이 취사선택은 제가 직접 했어도 이 정도로 못 했을 것 같아요. 비개발자에게 필요한 건 "몇 점이냐"가 아니라 "내 일을 맡겨도 되냐, 선을 넘진 않냐, 얼마냐" 세 가지인데, 페이지 구조가 정확히 그 순서였습니다. "큰 그림과 적은 글"이라는 제약이 AI에 게 이 우선순위를 강제한 거예요.
가장 마음에 든 그림은 안전 섹션이었어요. 점선 울타리 안에 점들이 있고, 이전 모델은 점 절반이 울타리 밖에, Astra는 전부 안에 있는 그림. "정렬(alignment)"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한 번도 안 쓰고 그 개념을 전달합니다. 텍스트로 "정렬 성능이 48%에서 0%로 개선"이라고 쓰면 비개발자는 뭐가 좋아진 건지 모르는데, 울타리 그림은 3초면 이해돼요.
ELI5 페이지의 안전 섹션. 점선 울타리 안팎의 점으로 이전 모델은 48%가 허용 범위 밖, GPT-6 Astra는 0%임을 보여주는 도해
한 가지는 제가 시켰어요: 원문 링크를 남겨라
여기서 제가 신경 쓴 게 하나 있어요. 요약본만 돌면 꼭 누군가 "이거 출처가 어디예요?"라고 묻거든요. 그래서 페이지 맨 위에 원문 URL을 고정하고, 숫자마다 "OpenAI가 스스로 발표한 결과" 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했습니다.
김태현 님 글에도 같은 경고가 있어요. "그림이 잘 나왔다고 내용까지 자동으로 맞는 것은 아니다. ELI5는 전체 흐름을 잡는 첫 화면으로 쓰고, 세부 수치는 원본으로 다시 확인하라." 특히 이 발표문은 경쟁사 모델(Claude, Gemini)과 비교하는 표가 핵심인데, 비교 대상과 시험을 OpenAI가 골랐다는 사실은 독자가 알아야 합니다. ELI5가 강력한 만큼, 출처 표기는 사람이 챙겨야 해요.
뉴스 글과 나란히 놓으니 ELI5가 못 잡은 게 보였어요
페이지를 만들고 몇 시간 뒤, 강지인 님이 같은 발표를 뉴스 글로 정리하 셨어요.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보니 ELI5 페이지에 빠진 맥락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 페이지는 가격을 "입력 $10, 출력 $50"이라고만 그렸어요. 강지인 님 글은 이걸 이전 모델 GPT-5.6 Sol(입력 $4, 출력 $20)의 2.5배라고 짚었고요. 그런데 OpenAI는 "출력 토큰을 훨씬 덜 써서 작업당 비용은 오히려 낮다"고 주장한대요. 말을 덜 하고 답을 낸다는 거죠. 비개발자가 궁금한 건 "얼마냐"보다 "전보다 비싸졌냐" 인데, 그 한 줄이 제 페이지엔 없었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ELI5에 준 게 발표문 URL 하나뿐이었거든요. 발표문에는 이전 모델 가격이 안 나오니 AI도 비교를 못 그린 거예요. ELI5는 준 자료 안에서는 놀랍도록 잘 고르지만, 안 준 자료를 찾아오진 않아요.
그래서 강지인 님 글의 가격 정보를 넘겨주고 가격 섹션을 다시 그리게 했어요. 이제 페이지에는 입력·출력 각각 이전 모델 막대와 Astra 막대가 나란히 있고, "× 2.5" 배지와 "작업당 비용은 오히려 낮다는 OpenAI 주장, 자체 평가라 직접 재봐야 함" 한 줄이 붙어 있습니다. 고치는 데 2분 걸렸어요. 다음부터는 처음부터 비교 맥락이 담긴 글을 URL 하나 더 붙여 줄 생각입니다.
강지인 님 글에서 하나 더 가져올 게 있어요. OpenAI가 문서에 직접 쓴 권고인데, Astra는 스킬이나 AGENTS.md 같은 지시 파일을 이전 모델보다 곧이곧대로 따르니 갈아타기 전에 그 파일들을 감사하라는 거예요. ELI5 스킬도 결국 10줄짜리 지시 파일이잖아요. 짧은 지시 하나가 이만큼 결과를 바꾸는 걸 봤으니, 반대로 낡은 지시가 쌓인 파일이 무슨 일을 할지도 짐작이 갑니다. 규칙 파일이 많은 분은 한 번 훑어보세요.
막힌 곳도 하나 있었어요
데스크톱 앱 안의 미리보기 창이 로컬 HTML 파일의 스크린샷을 못 찍더라고요. AI가 "렌더링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게시합니다, 깨진 곳 있으면 알려 달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링크를 줬어요. 제가 직접 열어서 확인했고 다행히 깨진 곳은 없었지만, 이런 경우엔 링크를 받자마자 폰과 PC에서 한 번씩 열어 보는 게 안전합니다.
완성된 GPT-6 Astra ELI5 페이지 전체. 왼쪽은 PC 화면 의 8개 섹션, 오른쪽은 모바일 390px 화면
결과
- 방법 · Before: 번역기 돌려 통째로 슬랙 전달 · After: ELI5 명령 1줄 → 그림 8장 한글 웹페이지
- 소요 시간 · Before: 번역 10분, 근데 아무도 안 읽음 · After: 약 15분 (검색·디자인·게시 포함)
- 직접 만들었다면 · Before: 반나절 이상 + 디자이너 필요 · After: 디자이너 없이 완성
- 비개발자 반응 · Before: 표에서 읽기 중단 · After: 끝까지 읽고 질문이 돌아옴
시간 절약보다 달라진 건 팀원 반응이었어요. 텍스트 요약은 "고마워요" 한 마디로 끝났는데, 그림 페이지는 "그럼 우리 회사 양식으로 슬라이드도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같은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읽었다는 뜻이죠.
10줄짜리 스킬이 한 일치고는 과분해요. 발표문·논문·약관처럼 "읽어야 하는데 안 읽히는 문서"가 있다면, ELI5는 지금 제가 아는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완성 페이지: GPT-6 Astra 쉽게 보기
AI 활용 팁!
ELI5 스킬은 발표문 말고도 그대로 쓸 수 있어요.
- 경쟁사 보도자료·업데이트 노트를 영업팀에 공유할 때. 표가 많은 문서일수록 효과가 커요.
- 정부 지원사업 공고, 약관 변경 안내처럼 길고 딱딱한 문서를 팀 전체가 알아야 할 때.
- 내가 만든 자동화·스킬을 팀에 설명할 때. 김태현 님은 배포한 스킬로 "방금 한 작업을 설명해 달라"고 시켜서 검증하셨어요.
주의할 점도 있어요.
- 발표 주체가 자기 성과를 말하는 문서라면, "출처는 발표사 자체 주장"이라는 표기를 반드시 넣으라고 지시하세요. AI가 알아서 중립을 지키긴 하지만, 명시하면 더 확실합니다.
- 비교 맥락은 URL을 하나 더 주세요. 발표문만 주면 "이전보다 얼마나 비싸졌나" 같은 비교를 못 그려요. 강지인 님 뉴스 글처럼 맥락을 정리한 글을 같이 붙이면 페이지가 한 단계 좋아집니다.
- 결과물이 웹페이지 링크라서 폰에서도 열려요. 다만 다크모드에서 색이 달라지니 두 테마 다 한 번씩 확인하세요.
- GPT-6 Astra로 갈아탈 계획이라면, 강지인 님 글의 결론대로 출력이 짧게 끝나는 작업부터 비용을 재보세요. 글쓰기·번역처럼 출력이 긴 작업은 2.5배가 그대로 올 수 있어요.
- 저는 지피터스 팀 스킬 저장소(AITK)가 연결되어 있어서 eli5-visual 규칙이 자동으로 붙었어요. 없어도 Anthropic 커뮤니티 마켓의 /eli5 플러그인만으로 동작합니다. 김태현 님 글에 따르면 AITK 방식에서는 /eli5 같은 명령보다 "그림으로 쉽게 설명해줘" 같은 자연어가 더 안 정적으로 잡힌다고 해요.
바로 쓸 수 있는 프롬프트
/eli5 다음 페이지를 한글로 [대상 독자, 예: 비개발자 영업팀]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줘.
수치는 [발표 주체] 자체 발표값이라는 표기를 넣고, 원문 링크를 페이지 맨 위에 고정해줘.
이전 버전과 비교되는 부분(가격·속도)은 두 번째 링크를 참고해서 "전보다 어떻게 달라졌나"로 그려줘.
[발표 원문 URL]
[비교 맥락이 정리된 글 URL]
[대괄호] 부분은 본인 상황에 맞게 변경하세요. 비교할 글이 없으면 셋째 줄과 마지막 링크는 빼도 됩니다. /eli5 플러그인이 없다면 첫 줄을 "다음 페이지를 큰 그림과 적은 글로 설명하는 HTML 한 장으로 만들어줘"로 바꾸면 됩니다.
참고한 링크
- 10줄짜리 Claude Code ELI5를 Claude·Codex 공용으로 바꿔봤습니다 — 김태현, 지피터스. 이 작업의 출발점이 된 글이에요.
- Thariq Shihipar의 ELI5 스킬 소개 — Anthropic Claude Code 팀, 2026-08-21
- Anthropic 커뮤니티 플러그인 저장소의 ELI5 원본
- GPT-6 아스트라 오늘 공개: 기업 먼저, 값은 GPT-5.6의 2.5배예요 — 강지인, 지피터스. 가격 비교·지시 파일 감사 권고는 이 글에서 가져왔어요.
- OpenAI GPT-6 Astra 발표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