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에이전트로 전용 마케팅 봇을 만들어 실제 팀 슬랙에 온보딩한 후기입니다. 설치는 반나절이면 끝났고,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어요. 역할·판단 원칙·권한 경계·실패 보고 방식을 정하고 나서야 팀원처럼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약
헤르메스 에이전트(Hermes Agent)란? Nous Research가 만든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입니다. 작업 경험을 재사용 가능한 스킬로 저장하고, 세션을 넘어 기억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macOS·윈도우·리눅스에서 돌아가고 슬랙·디스코드·텔레그램·왓츠앱·시그널·이메일·CLI 등에 붙일 수 있습니다. 영어 발음은 '허미즈'에 가깝고, '에르메스'로 검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글의 범위: 설치법이 아니라 설치 이후입니다. 역할·판단 기준·지식·권한·보고 방식을 정하고 나서야 이 에이전트가 팀원처럼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한 줄: 말투는 관계를 만들고, 멈춤 조건은 사고를 막습니다.
설치·연동이 궁금하다면: 헤르메스 슬랙 연동, Hermes vs OpenClaw 비교, Hermes Desktop 한국어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 이 글은 뽀케터 연재 시리즈의 1편입니다.
1편 — AI 마케터 입사와 온보딩 (지금 이 글)
2편 — GA4·GSC 그로스 브리핑
AI를 잘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함께 일할 동료가 필요했습니다
지피터스 입사 이틀 차, 기존 마케터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새 회사의 상품과 고객, 콘텐츠, 광고, 데이터 구조를 한꺼번에 익히고 있었어요.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혼자 일하는 마케터에게 더 부족했던 건 손이 아니라 생각을 함께 검토할 상대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회사를 완벽하게 이해한 다음 AI를 붙이는 대신, 저와 함께 회사를 배울 전용 에이전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가 받은 인수인계 문서와 녹취록, 노션에 정리된 회사 정보를 읽게 했습니다. 입사하자마자 저와 함께 인수인계를 받은 셈이죠. 제가 회사 맥락을 다 소화하기 전부터, 이 친구가 자료를 먼저 정리해주었습니다.
이름은 '뽀케터'. 지피터스에는 이미 뽀피터스 에이전트들이 있는데요. 뽀짝이, 뽀야 다들 들어보셨죠? 기존 에이전트들과 같은 '뽀' 돌림에 마케터의 '케터'를 붙였습니다. 프로필 이미지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 '깨순이'를 모티프로 만들었고요.
다행히 지난 기수 지피터스 '리서치 하네스' 스터디를 들으며 헤르메스 에이전트를 여럿 만들고 슬랙에 연결시켜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슬랙 연동까지는 어렵지 않았어요.
뽀케터와의 첫 대화 — 세팅 직후 반말로 답하던 시절
세팅을 막 끝낸 첫 대화.
게이트웨이 재시작 로그를 그대로 뱉던 초기 상태
게이트웨이가 재시작될 때마다 이런 로그를 그대로 뱉었습니다.
이게 뽀케터와의 첫 대화인데요ㅋㅋㅋ '안녕 지인아', '강지인아' 라니… 아직 말투를 정하지 않았던 때라 꽤 버릇없는 상태였어요.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저때의 대화는 무슨 말인지 저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무엇이든 해주는 비서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뽀케터의 역할은 1인 마케터인 저를 돕는 마케팅 전공 후배로 한정했어요. 저는 콘텐츠와 기획, 브랜드의 감각을 맡고, 뽀케터는 그로스·퍼포먼스·측정을 더 냉정하게 보는 식으로요. 저는 정통 마케터의 경로를 밟아온 사람이 아니라, 제게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알고 있었거든요. 재미있다고 느끼면 일단 달려드는 저를 한 번 멈춰 세우고, 냉정하게 검토해줄 동료가 필요했어요.
이 역할을 정하고 나니 질문도 달라졌습니다. "마케팅 아이디어를 줘"가 아니라 "검색으로 들어온 사람이 참여까지 가는 과정에서 어디가 막혔는지 확인해줘", "이 콘텐츠를 광고로 확장할 근거가 있는지 봐줘"처럼 일을 맡길 수 있게 됐어요.
캐릭터보다 먼저 일하는 원칙을 적었습니다
전용 에이전트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손대기 쉬운 건 이름과 말투입니다. 저도 삼색 코리안숏헤어라는 설정을 만들고, 발랄하지만 중요한 경고는 흐리지 않는 후배로 성격을 잡았어요.
하지만 실제 업무 품질을 바꾼 건 캐릭터가 아니라 판단 원칙이었습니다. 정체성 파일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트래픽 자체보다 가입과 참여로 이어지는 결과를 본다.
추측보다 고객 데이터와 리서치에서 출발한다.
완벽한 한 번보다 가설 → 실행 → 측정 → 개선의 빠른 실험을 선호한다.
모르는 숫자와 사실을 지어내지 않는다.
조회·분석·초안은 먼저 하되, 외부 발송·광고비·설정 변경은 사람의 승인을 받는다.
막혔을 때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완료했다고 하지 말고, 어디서 왜 막혔는지 보고한다.
전용 AI를 만든다면 "어떤 말투를 쓰게 할까"보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순간에 멈추게 할까"를 먼저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말투는 관계를 만들지만, 멈춤 조건은 사고를 막거든요.
뽀케터가 제 판단 기준과 일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도록 포트폴리오도 읽게 했어요. 함께 일할 파트너라면 판단의 방향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라포를 쌓는 서비스가 오래 살아남지만, 동시에 감이 아닌 숫자도 봐야 한다는 것이 제 기조입니다. 뽀케터가 이런 기준을 이해하자 말이 더 잘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헤르메스 에이전트 파일 구조: 정체성과 지식 분리하기
회사 정보를 SOUL.md라는 정체성 파일 하나에 다 넣으면 처음엔 편합니다. 그런데 정보가 바뀔 때마다 파일이 무거워지고, 오래된 수치와 규칙이 남습니다. 그래서 네 가지로 분리했습니다.
정체성
SOUL.md— 이 에이전트가 누구이고 어떤 태도로 일하는지개인 기억
MEMORY.md— 제가 선호하는 방식과, 반복해서 설명하고 싶지 않은 기준도메인 위키
marketing-wiki/— 브랜드, 상품, 고객, 채널, 마케팅 판단 기준업무 스킬
SKILL.md— 뉴스레터 작성이나 데이터 점검처럼 반복 가능한 절차
SOUL.md, MEMORY.md, SKILL.md는 헤르메스가 사용하는 구조이고, marketing-wiki/는 회사 지식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로 만든 저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뽀케터는 마케팅 후배다"는 정체성에 둡니다. "나는 전략을 노션에서 먼저 합의한 뒤 업무 도구에 반영하는 편이다"는 개인 기억에 둡니다. 브랜드 문체와 SEO 중심 구조는 마케팅 위키에, GA4 이상 징후를 진단하는 순서는 스킬에 둡니다.
이렇게 나누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칠 곳이 선명해집니다. 태도가 흔들리면 SOUL.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