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영업용 가격표를 만들 때 가장 막막한 건 "옵션 몇 개로 자를까, 마진 어디까지 내릴까, 경쟁사랑 어떻게 비교 보여줄까" 처음 결정들이에요. 한 번에 답이 안 나오니까 자료를 만들고 갈아엎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번에 가격표 v1을 완성해야 했는데, Claude Code로 약 3시간에 끝났어요. 단번에 완성된 건 아니고 5번 수정과 한 번의 구조 재설계가 있었는데, 그 과정 중간에 AI가 제 이전 결정을 뒤집는 분석을 자체적으로 보고한 순간이 가장 큰 가치였어요.
처음 — 6단계 워크플로우 자동 발동
Claude Code에 맞춤 워크플로우 스킬(Rona 활용)을 깔자, 6단계 진행이 자동으로 떴어요. "이 가격표를 같이 만들어줘" 라고 입력했더니, 옵션 방향 3안 중 골랐고(세일즈 실험형), 단가·원가율·마진 하한은 회사 결정 사항이라 직접 알려줬어요. 1차 옵션 표는 5분 만에 떴고, 옵션별 인원·인상률·마진까지 한 표에 정렬돼 있었어요.
첫 갈아엎음 — 인원 조정
옵션별 인원이 시장 감각보다 컸어요. "강의 인원과 구독 인원을 줄여줘, 원가율도 다시 알려줄게" — 새 숫자 보내자마자 마진율부터 인상률까지 자동 재계산. 여기까지는 별 어려움 없었어요.
두 번째 갈아엎음 — 구조를 다시 짜야 했어요
두 번째 표를 보다가 단위가 어긋난다는 걸 깨달았어요. 강의는 1회성 비용이고, 구독은 월 단위 결제인데, 같은 표에 "3개월짜리 패키지"라고 묶으면 단위가 맞지 않잖아? 이걸 알려줬어요.
응답은 단순 수정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다시 짠 것이었어요. 가격표를 "강의 1회 + 구독 월 단가" 분리 구조로 재작성하면서, "초기 진입가(강의+1개월)"와 "월 운영비"를 따로 보여주는 SaaS 가격표 표준으로 정렬됐어요. 그러면서 새 옵션이 자동으로 등장했어요. 1년 약정 시 할인가가 자동 적용되어 월 운영비가 xx% 떨어지는 옵션. 시키지 않았는데 구조 재설계의 결과로 나타난 옵션이었고, 이게 v1의 추천안이 됐어요.
세 번째 갈아엎음 — "염려되는 부분 4가지"
옵션 4개를 갖췄지만 약정 기간이 잡다(3·6·12개월)해서 영업이 설명하기 힘들겠다 싶었어요. "약정 기간을 3개월 / 12개월 두 가지로 단순화하자"
이번에는 AI가 바로 안 고치고 "염려되는 부분 4가지"를 먼저 정리해 줬어요.
추천 옵션 매출이 약 22% 빠짐 — 실제 트레이드오프
"본부 정착" 메시지가 약해짐 — 실제 트레이드오프
옵션 간 차별성이 흐려질 수 있음 — 정책으로 해결 가능
갱신 결정 포인트가 늘어남 — 정책으로 해결 가능
이 분석을 보고 "바꾸되, 1년 약정 추천 톤을 더 강하게" 라는 보정 방향을 같이 결정했어요. AI가 사용자 의사결정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트레이드오프를 명시적으로 짚어주는 흐름이었어요.
가장 놀라웠던 순간 — AI가 제 결정을 뒤집은 분석을 보고하다
인원·기간 시나리오 16개를 계산하던 중, AI가 분석 도중 발견했다며 알려준 게 있었어요.
"이전 단계에서 12개월 약정을 '정착·추천안'으로 격상했는데, 위 분석을 보면 그건 갱신율이 특정 임계점 미만일 때만 옳습니다. 한국 B2B SaaS 평균 갱신율이라면 단기 약정 4회 갱신이 매출 측면에서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안 물었는데 나온 분석이었어요. 이전 단계에서 합의한 결정의 가정을, 다음 단계 분석에서 자체적으로 다시 검증한 거예요. 본문에 "보수 가정" 단서가 추가되고, "v1 출시 후 첫 3건 갱신율 실데이터로 v2 재평가" 라는 후속 행동까지 자동으로 박혔어요.
이게 이번 작업에서 얻은 가장 큰 가치예요. 가격 정책처럼 가정에 민감한 영역에서, AI가 자기 가정을 의심해 보고하는 흐름이 사람보다 더 꼼꼼했어요. 사람은 한 번 결정한 뒤에는 그 가정을 잘 안 의심하거든요.
네 번째 갈아엎음 — ROI 가정 3차 조정
ROI 표를 처음 만들 때는 옵션별로 절감 시간을 차등(주 2~4시간)으로 줬는데, 가장 작은 옵션이 적자였어요. "주 4시간으로 통일해줘" — 모든 옵션이 흑자로 돌아왔지만 "보수 가정" 톤이 약해졌어요. "주 3시간으로 다시 — 보수 가정 유지하면서 흑자"
이번에는 표뿐 아니라 해석 문장과 학습 곡선 주석까지 톤이 일관되게 재작성됐어요. 단순 숫자 바꾸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함의하는 메시지·신뢰 톤까지 같이 손봐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다섯 번째 — 영업 자료 + 시 각화 분리
가격표 본문이 안정되자 영업용 1-pager(고객 전달용)와 내부 워크북 아웃라인(엑셀 4탭), 신규 영업 합류용 승인 체크리스트까지 한 세트로 정리. 마지막에 시각화를 부탁했더니 두 버전 HTML을 만들어줬어요.
상세 버전 — 의사결정자 리뷰용, 차트 4개, 10개 섹션
단순 버전 — 비의사결정자 설명용, 차트 0개, 6개 섹션, 평이한 말로
같은 가격표 데이터인데 목적이 다르니 정보 깊이도 다르게요. "풀버전과 요약본을 한 파일에 섞으면 둘 다 죽는다"는 게 이번 작업의 교훈이었어요.
결과 — Before vs After
소요 시간: 며칠~몇 주 → 약 3시간
산출물 수: 가격표 1개 + 시트 1개 → 본문·계산 시트·경쟁사 비교·시나리오·1-pager·체크리스트 + HTML 2종
계산 검증: 수동 엑셀 검토 → 24개 수식 + 16개 시나리오 자동 스크립트 검증
경쟁사 조사: 한 회사씩 → 7개 회사 병렬 웹 검색
메타 검증: 사람이 따로 챙김 → AI 자체 발견 ("이전 결정 가정이 흔들릴 수 있어요")
수치 외에 진짜 변화는 "가격표만 받았는데 영업 운영 전체가 따라왔다"는 점이에요. 본문·1-pager·내부 승인 흐름·KPI 합의·위험한 가정 추적 시점까지 한 패키지로 떨어졌어요.
AI 활용 팁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
B2B 가격 정책 v1·v2 작성 — 옵션 분기·마진 시나리오가 많은 영역
신제품 패키징 — 묶음 구조 설계 (제품+서비스, 코어+애드온 등)
경쟁 가 포지셔닝 자료 — 회사 여러 곳을 같은 차원으로 비교하는 표
사내 영업 자료 + 고객 자료 동시 작성 — 정보 깊이 다른 두 버전
주의할 점:
도메인 지식은 사람이 채워야 합니다. 단가·원가율·경쟁사 명단처럼 회사 결정 사항을 AI가 추정하면 위험해요. AI는 구조·계산·포맷·일관성 검증을 잘합니다.
1차안은 틀릴 가능성이 큽니다. 한 번에 만족하지 말고, 2~3번 갈아엎을 각오로 시작하세요. 이번 작업도 5번 수정과 한 번의 구조 재설계가 있었어요.
시각화는 마지막에, 단 두 버전으로. 본문이 안정되기 전에 차트를 그리면 차트도 같이 갈아엎게 돼요. 그리고 의사결정자용과 설명용을 한 파일에 섞지 마세요.
AI가 이전 결정을 의심하는 발견을 보고할 때 그게 가장 큰 가치입니다. 무시하지 마세요.
바로 쓸 수 있는 프롬프트
"[내가 만들고 싶은 가격표·자료 한 줄 설명]을 같이 만들어줘. 단계별로 진행하면서 매 단계마다 결과 보여주고 진행 동의를 받아. 단가·원가율·경쟁사 명단처럼 회사 내부 결정 사항은 추정하지 말고 나에게 물어봐. 이전 단계에서 결정한 내용의 가정이 다음 단계 분석에서 흔들리면 즉시 알려줘. 마지막에 영업 외부용과 내부 승인용을 별도 파일로 분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