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B2B 가격표 v1을 약 3시간 만에 만든 후기를 올렸어요. 그때 가장 큰 가치는 "AI가 자기 가정을 의심해서 제 결정을 뒤집은 순간"이었어요. 이번에 v2로 다시 다듬으면서, 또 한 번 비슷한 모먼트가 있었는데 이번엔 결이 좀 달랐어요.
Claude Code가 제 제안마다 "네, 다만"을 붙여 돌려준 순간이 가장 큰 가치였어요. 같은 도구로 두 번째 작업을 해보니 이전에 못 봤던 결이 보였습니다.
v2 시작 — 제 머릿속 방향 5개를 먼저 던졌어요
이번엔 v1을 쓴 영업이 5개 개선 방향을 말해줬어요.
가격정책 v2를 작성하려고 해.
1) 최저가 Pilot도 신규 고객엔 큰 결정이라, 가격 낮추는 대신
혜택을 얹어 부담을 더는 방향 추가
2) 지금 4개 옵션 카드가 따로 놀아서 비교가 안 됩니다.
같은 축으로 점층 비교표 하나로 묶으면 좋겠음
3) 숫자가 좀 지저분해서 10만 단위 올림으로 정리
4) 핵심 차별점이 "1:1로 미완성 없이 수료"인데
최상위 티어(Scale)에 1:1 코칭 내용이 빠져있음
5) Scale은 공개가를 적어두지 말고 맞춤 견적으로 하면 어떨까
먼저 위 방향에 대해서 검토하고 나에게 피드백 먼저 주세요.저는 당연히 "5개 다 좋은 방향이에요, 바로 v2 작성할게요"가 올 줄 알았어요.
AI가 매번 "네, 다만"을 붙였어요
응답을 받고 잠시 멈췄어요. 5개 중 하나도 "OK"로 끝낸 게 없었거든요. 받아들이긴 했는데, 매번 조건·부작용·숨은 비용·후속 과제 중 하나를 같이 박아서 돌려줬어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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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안 → AI가 돌려준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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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ilot에 2주 무료 체험 추가
→ OK, 단 Rona 좌석 5~10명만 한정 (강의는 1회성이라 체험 불가).
종료 후 14일 내 계약 시에만 유효.
체험 기간 온보딩 1회 + 중간 체크인 1회 영업이 직접 운영해야
"써봤는데 그저 그래" 역효과 차단
2. 점층 비교표 하나로 통합
→ 동의. v1 표는 결과 지향(초기가/총액) 축이라
"뭐가 더해지는지" 안 보임.
입력 지향 축(기간/강의일수/인원/코칭/좌석/단가)으로 바꿔야 함
3. 숫자 10만 단위 올림
→ 단가는 그대로 유지, 합계만 올림.
단가 자체를 올리면 마진 인상이 누설되고 협상 기준이 깨짐
4. Scale에 1:1 코칭 추가
→ OK, 단 30명 1:1은 강사 부하 2배 —
챔피언 15명 1:1 집중 + 나머지 15명 그룹 코칭으로 운영 분산 필요.
5. Scale 공개가 → 맞춤 견적
→ 동의, 단 영업이 anchor 없이 시작하면 견적 편차가 커짐.
내부 기준가는 유지하고 외부 자료에만 "맞춤 견적" 표기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게 더 있었어요. AI가 제가 안 물었는데 6번째 항목을 자기 의견으로 덧붙였어요. 풀어 쓰면 이런 내용이었어요.
"Pilot(작은 시도) 다음에 Standard(본부 전체 도입)로 넘어갈 때 강의비를 한 번 더 내야 하는 게 있어요. 제가 v1 자료를 보니 이게 가장 큰 전이 장벽으로 적혀 있는데, 영업이 던진 5개 방향에는 빠져 있어요. Pilot에 참여한 사람이 Standard 강의를 다시 들을 때 강의비 일부를 깎아주는 룰을 넣는 게 매출에 더 큰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영업의 5개 방향을 다 받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빠진 더 큰 레버를 한 발 더 짚어준 거예요. 빠르고 똑똑한 동료가 회의 끝에 "근데 이거 빠뜨린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주는 그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저는 AI를 한 줄로 교정해야 했어요.
강의 크레딧 룰은 이번에 반영 안 해도 돼요.
Standard에서 진행하는 강의는 Pilot에 참여한 사람들이 또 듣는 게 아니라,
Pilot에 못 들어왔던 본부의 다른 인원들에게 새로 강의하는 거예요.
"재수강 부담"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확하지 않아요.AI는 v1 자료에 적혀 있던 "재수강 부담"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6번째 레버를 던졌는데, 사실 그 표현이 처음부터 영업 현장의 실제 모습과 살짝 어긋나 있었어요. Pilot은 10명짜리 작은 실험이고, Standard는 그 본부 전체로 도입하면서 강의를 새로 듣는 사람 15명이 새로 들어오는 단계예요. 같은 사람이 두 번 듣는 게 아니라 새 사람들이 들어오는 거였어요.
이 한 줄을 듣고 AI는 v2 자료 본문 전체에서 "재수강"이라는 프레이밍을 들어내고 "Pilot 미참여 인원 추가 양성"으로 다시 썼어요. 한 단어 차이지만, 영업이 고객 앞에서 "강의비를 또 내셔야 합니다" 대신 "본부 전체 정착을 위해 챔피언을 15명 더 양성하는 단계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어요. 같은 가격이라도 받아들이는 무게가 달라지는 표현이에요.
AI는 빠른 분석에 강하지만, 자료 안에 적힌 표현을 곧이곧대로 믿는 약점이 있어요. v1 자료에 적힌 표현이 현장과 조금 다르면, 그게 v2까지 따라옵니다. 사람이 한 줄로 짚어주면 AI는 그 한 줄을 자료 전체에 일관되게 반영해줘요. 그래서 사람은 잘 안 하는 일(반복 적용), AI는 잘 못 하는 일(현장의 미묘한 결 짚기) 이 정확히 분리됩니다.
왜 이게 v1보다 큰 가치였나
v1 후기 마지막에 "AI가 이전 결정을 의심하는 발견을 보고할 때 가장 큰 가치"라고 적었어요. 그건 사용자가 모르는 함정을 AI가 찾아주는 가치였어요.
이번 v2는 결이 달랐어요. AI가 한 일은 제가 자신 있게 제시한 제안 각각에 대해:
받아들이는데 운영 조건을 같이 박아둠 (Pilot 체험 좌석 한정 + 온보딩 의무)
받아들이는데 부작용을 미리 차단함 (단가는 유지, 합계만 반올림)
받아들이는데 숨은 비용을 짚어줌 (Scale 30명 1:1 → 강사 부하 2배)
받아들이는데 함께 풀어야 할 후속 과제를 같이 끼움 (Scale 맞춤 견적 → 내부 anchor 가이드)
매번 "다만"을 붙여서 돌려줬어요. 그리고 "제 제안에 빠진 더 큰 레버"를 한 발 더 짚어줬어요. 한 번에 "네"로 답을 받았다면 빠르긴 했겠지만, 영업 현장에 나가면 깨졌을 거예요.
두 번째 모먼트 — 같은 자료를 Apple과 McKinsey 톤으로
v2 본문이 안정되자 영업이 또 정확한 요청을 던졌어요.
내부용과 외부용을 구분해서 작성해줘.
폰트 크기를 키워주세요. 지금은 너무 작습니다.
고객이 보아야 할 정보는 핵심만 간결하게.
참고 레퍼런스는 애플 웹페이지.
내부 자료는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풀어서 논리구조를 보여주어야.
참고 레퍼런스는 매킨지나 BCG 내부 고객 보고서.v1 때는 "상세 버전(차트 4개) / 단순 버전(차트 0개)"로 정보 깊이를 나눴었는데, 이번엔 톤 자체를 나눠야 했어요.
사과
외부용 — Apple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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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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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폰트 13~14px → 19px
섹션 헤드 22px → 48px
섹션 수 7개 → 4개
카드 디자인 4개 균일 → 추천안만 검정 배경 강조
결제 조건 상세 표 → footer 한 줄로 축약
추천 사다리 별도 섹션 → 카드와 통합"읽는 사람이 결정만 빨리 하게" 한다는 Apple 원칙을 따라 정보의 90%를 덜어냈어요. 한 옵션 카드에 한 문장 설명만 남겼습니다.
내부용 — McKinsey/BCG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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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된 것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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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ve Summary 3줄 요약 결론을 맨 앞에 (BCG 컨벤션)
CONTEXT → DECISION → EFFECT 가격 구조의 '왜'를 논리 흐름으로
3단 박스
RISK 01~05 콜아웃 "상황 → 위험 → 대응" 구조로 5개
IMPLICATION FOR SALES 콜아웃 표 옆에 "이게 영업 자리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해석
영업 답변 템플릿 3개 자주 부딪힐 질문에 즉시 사용
Sticky 빨간 "대외비" 배너 실수 공유 차단
베이지+흰 문서 색감 컨설팅 보고서 톤v1에서 "1pager와 워크북을 한 파일에 섞으면 둘 다 죽는다"가 교훈이었다면, v2에서는 "같은 정보도 톤이 섞이면 둘 다 죽는다" 가 교훈이었어요. 외부 자료에서 마진이 보이면 협상이 깨지고, 내부 자료가 깔끔하기만 하면 신규 영업이 길을 잃어요.
결과
한국 TV 채널의 스크린샷
진짜 변화는 "같은 AI 도구로 두 번째 작업을 하니 결이 보였다" 는 점이에요. 1차에서는 AI가 만드는 속도와 분석에 놀랐다면, 2차에서는 AI가 제 제안에 조건을 다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이게 사람 시니어 동료의 일하는 방식과 비슷해요.
AI 활용 팁!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
v1을 만든 자료의 v2 다듬기 — 인풋 5개 던지고 "검토해서 피드백 먼저"라고 요청
자료를 두 톤으로 나눠야 할 때 — 고객용/내부용, 임원 보고용/실무 가이드용, 영업용/엔지니어용
사용자 제안에 운영 조건을 같이 박아둬야 할 때 — 정책·할인 룰·예외 처리
주의할 점
"검토하고 피드백 먼저 주세요"는 v1보다 v2에서 더 강력합니다. 1차 자료가 이미 있는 상태면 AI가 받아들일 변형 여지가 더 정교해져요. 처음부터 "그냥 만들어줘"라고 하면 변형 없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도메인 프레이밍은 사람이 정확하게 짚어줘야 합니다. AI가 v1의 "재수강 부담"이라는 프레이밍을 그대로 v2에 끌고 갈 뻔했어요. "강의 재수강 아니에요. 신규 양성이에요" 한 줄로 v2 본문 절반의 톤이 바뀌었어요.
톤 분리는 폰트와 색만 아니에요. Apple 톤은 "정보를 덜어냄"이고 McKinsey 톤은 "논리를 펼침"이에요. 같은 자료라도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보여줄지가 톤의 본질입니다.
내부 anchor와 외부 공개가는 분리되어야 합니다. Scale 같은 엔터프라이즈 견적은 공개가가 협상 천장이 돼요. 내부 기준가는 영업이 anchor로 가지고, 외부는 "맞춤 견적"으로.
바로 쓸 수 있는 프롬프트
[v1에서 만든 자료] 버전 2를 작성하려고 해.
다음 방향을 추가/변경하고 싶은데, 각각에 대해 운영 부작용·숨은 비용·후속 과제가 있다면 짚어줘:
1. [방향 1]
2. [방향 2]
3. [방향 3]먼저 위 방향에 대해서 검토하고 나에게 피드백 먼저 주세요. 다 그대로 받지 말고, 받아들일 만한 형태로 변형 제안을 줘. 제가 빠뜨린 더 큰 레버가 있으면 한 발 더 짚어줘.
도메인 프레이밍이 v1에서 잘못 잡혔던 부분이 있으면 그것도 알려줘 — 단, 확신이 없으면 추정하지 말고 나에게 물어봐.
[수정할 부분]은 본인 상황에 맞게 변경하세요.